1920년 5일 신학생들의 여름방학대의 일이 생각난다.
내가 소신학교에 입학한 것은 1920년 9월이니까 내가 신학교에 가기 바로 직전 여름방학이었다.
나의 바로 윗반인 유희 선배와 대신학생 박동하(일명 동헌), 이여구, 나의 삼촌 오영렬 등 학사님들이 나의 본당인 수원 갓등이(왕림)본당에 파견돼와서 3개월간의 여름방학을 성당에서 지냈다.
말하자면 사범학교 졸업예정자들이 각일선ㆍ학교에 교생(敎生)으로 파견되듯 신학생들은 방학중 성당에서 전례를 보조하고 교리반을 지도하면서 생활했다
신학생들은 이런 저런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운데 첫 한국인신부 복자 안드레아 김대건의 성극본을 성가를 겹들여가면서 구성지게 들려줬다.
김대건의 전기를 들은 나의 가슴은 용솟음 쳤으며 신학교 가기로 결심한 나의 성소에 불을 질렀다.
그리하여 신학교에 입학한 나는 대신학교 부속중학 5년과 이후 1년 더 라띤어를 배울 때『나도 김대건 신부와 같이 되겠다』는 결심을 밤마다 이불속에서 다짐하곤 했다.
이 같은 결심 덕분으로나는 신학교 생활중 아무리 어렵고 힘에겨운 소임이라도 항상 웃음을 잃지않고 수행할수 있었던 것 같다.
신학생들이 방학중 나에게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극화한 전기를 들려준 그해 1920년 5월에 나의 부모님과 동네 여러남녀신자들이 서울엘 올라가셨다.
느닷없이 서울은 왜 올라가시는걸까 의아해하고있는데 며칠후 눈들이 퉁퉁부어 내려오셨다.
어머니에게『왜 그리 눈이 부으셨어요?』하고 물으니『기가 막히더라. 너도 신학교에 가면 그렇게 모질게 되어야 하는거냐』면서 복자 김대건신부의 치명 성극을 보고 울지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학사님들 한테서 들은 이야기와 내용이 똑 같은 것이었다.
그러면 이 극본은 누가 쓴것인가.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있을듯 하여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소신학교 선생으로 계시던 유 에밀리오드브레 신부(1920년 12월 민 대주교 부주교로 임명되신 분)가 라띤어로 극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아 신학생들이 공연을 했다고 한다.
신학교 교장으로 근30년을 근무하셨던 베드로 진 신부의 은경축을 기념하기 위해「안드레아 김 신부 치명성극」이 마련된 것이다.
이성극이 성소 촉진제가 될것으로 기대하고 교장신부와 교수신부들이 상의하여 전국의 학부형들을 초대했던 것이다.
원래 진 신부의 은경축일은 8월 15일이었으나 대소신학교 방학이 6월부터 9월 중순까지 였기 때문에 앞당겨 5월 15일에 은경축을 지낸것이다.
「호랑이 교장」으로 불린 진 신부는 일단 제자가 종현(명동) 대성당에서 사제품을 받고 신학교로 돌아오면 마루바닥에 그 육중한 몸을 구부려 새 신부의 오른손을 친구하고 첫강복을 청해받았다.
따라서 지난날의 모든 혹독하기까지한 책벌과 징계(서품중지별)의 쓰라림도 빙산의 얼음녹듯 녹아버리고 첫 강복을 주는 새 신부들은 목이 메이고 뜨거운 눈물이 교장신부의 손등을 적시곤했다.
세상에 무섭다 무섭다해도 나는 이분같이 무서 운분을 아직까지 만나본 적이 없다
그분 앞에서는「고양이 앞의 쥐」격이었다. 신학교생활 12년간 내가 먼저 무슨 이야기를 걸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진 신부는 1944년 11월 10일 제2차세계대전이 한참일 때 고향에서 지병으로 선종하셨다.
30년간의 결실인 제자신부가 1백여 명이나 되었지만 별세 소식은 노 대주교님과 제자신부 몇몇이 간접적으로 전해듣고 용산신학교 성당에서 연미사를 봉헌했다.
반백년 사제생활을 지내면서 호랑이같던 진 교장신부의 매일 저녁식사전 15분간의 주목 같은 훈화는 곤경에 처할때마다 길잡이가 되곤했으니 얼마나 고마우신 분인가.
진 신부님, 영복을 누리시옵고 제자 신부들을 위해 전구해주시옵소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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