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안식일에「나자렛」회당에 가셔서 이사야예언서 두루말이를 읽으시고 풀이하시는 장면과 선비에즈라가 초막절에 수문 앞 광장에서 모세의 법전 (토라)을 읽고 풀이하는 두 장면을 겹쳐서 오늘 전례 가운데에서 듣는다. 회중이 모인 가운데 일어서고 두루말이를 받아들고 펴서 읽고 풀이하는 주례자의 행동과 모습이 헤브레아사람들의 말씀의 전례 전통을 보여주고 있고 또한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에게도 이미 익숙하게된 관습이다.
한편 청중의 모습에 대한 기록도 흥미롭다. 눈을 모두 예수께 돌리고 그 말씀에 탄복하였다. 수문 앞 광장에 모인 회중에 대한 묘사는 더욱 진지하다. 모세의 법전을 들려달라는 청을 드린 회중은 말귀를 알아 들을 만한 사람들이었고「해 뜰때부터 해가 중천에 이르기까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셈든 사람들」인 그 회중은 그법전을 귀담아 듣고서 손을 쳐들고『아멘, 아멘』하고 응답하며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야훼를 예배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온 백성은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들으면서 울었다. 또한 온 백성은 그 가르침을 깨닫고 마냥「기뻐하며」돌아가서 크게「잔치」를 벌이고 없는 사람에게는 몫몫이 나누어 주면서 먹고 마시며 좋아하였다고 전한다.
20세기를 살고 있는 교회는 할 일도 많다.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의 도래를 준비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선포하기 위한 일은 한없이 많다. 기쁜소식을 전파하기 위해서 시간이 너무도 모자라고 공간적으로 너무도 제한을 받고있다.
성당도 지어야겠고 단체들도 잘 움직여야겠고 능률적으로 활동해야하겠고…
그러나 이 모든 활동은 그리스도의 말씀에서 연유하는것이 아니라면「아무것도 아니다」「하느님의 말씀」자체이신 그리스도 예수의 말씀을 들을줄 모른다면 교회도, 우리의 크고 작은 공동체들도 모두 세상의 여러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는 여느사회단체들에 불과할 것이다.
진정으로 교회 공동체가 되기위해서 그말씀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날「성서」를 가까이 해야한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고 또 실제로 말씀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공부하기위해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물론 읽고 읽고 또읽으면 되겠지만 참으로 심금에 울려오는 살아있는 말씀으로 받아질때 까지는 죽은문자를「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진정으로「들을 줄」알아야 한다.
말씀을 읽는것이 아니라「들을때에」비로소 삶이나오는 것이다. 복음의 말씀을 듣기위해서는 반드시수행(修行)이 요구된다.
이 수행생활이 없이는 하느님의 말씀은 공허하게만 들릴것이고 결코 눈물을 볼 수 없고 말씀 때문에 환희가 있을수는 없을것이다.
인간역사 안에 하느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 육화하셔서 먼저 말씀하셨기 때문에 우리가 그말씀을 들을수 있다.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를 찾아주시기 때문에 우리도 하느님을 찾아 만날수 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나는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경우에 기도를 한답시고 하느님께 많은말을 드릴려고만 애를 쓰고 있는가! 드릴말씀이 없어기도를 못하겠다고 안된다고 얼마나 애를 태우는가! 하지만 얼마나 하느님의「말씀」을 들을려고 애를 써왔는가!
진정으로 먼저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못할때 무엇을 우리가 말씀드릴 수 있겠는가! 우리의 성무일도ㆍ모든미사ㆍ각종 모임중에 수없이 말씀을 접한다. 흘려버린, 지나쳐버린 말씀이 얼마나 많은가! 오늘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오롯한 마음으로「말씀」을 들을 수 있을때에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살아계시고그 말씀을 성취하는 교회공동체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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