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지나고 또 한해가 왔다. 따지고보면 1982년 12월 31일이나 1983년 1월 1일이나 별로 크게 다를것도 없으련만 저마다 거기에 많은 의미들을 부여하고는, 또 부여된 의미에 맞추어 울기도하고 웃기도 하려한다.
나는 주일학교를 하는 동안, 또 언제부터인지(연륜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주일학교에 책임을 맡으면서부터는 한해가 바뀌는것이 괴로운 일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일 중의 하나이다.
정말 왜들 이러시나요?
해만 바뀌면『선생님! 이젠 주일학교를 그만해야겠어요』무엇때문에, 무엇이 싫어서, 누구와 맞지않아서, 이유도 많고 조건도 많다.물론 남들이 다 놀기에 바쁜 주일날, 또 일주일 내내 학교에서, 직장에서 시달리다가 하루 쉬는 날까지 어린학생들과 싸워야 하고 신경을 써야하고 하는 일들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잘못하면 신부님께, 또는 다른 분들께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심지어는 학부형에게 욕말까지 들어 가면서 당장 보수 한 푼 없는 주일학교교사 생활을 하기란 힘겨운 생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주일학교 교사의 일이 힘겨운 일이기에 보람이 있고 뜻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주일학교 교사직이 어떤 스트레스를 푸는 오락장이 될 수는 없다. 젊은 남년의 교제의 장도 아니다. 하느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어린이들에게 하느님의 말씀, 곧 진리를 가르치는 엄숙한 직책인 것이다. 밖에서 보기에 찬란한 것 같아 막상 들어와 보니 별로 재미 없는 직이라며 대개 한두해로 교사직을 청산하려는 교사가 많다.
물론 그만두는데는 여러가지 타당한 이유가 많을 것이다. 정말 피치 못할 사정도 있으리라. 그러나 솔직히 반성하여 어린학생들에게 하느님의 진리를 전파하는 사명보다 더 크고 중요한 일이 있을까? 이를 능가할 구실을 찾을수 있을까? 정말 왜들 이러십니까?
그동안 한두해 교사를 하여 이제 겨우 어린이들을 보는 눈이 싹트고 있고, 이제 겨우 교리교사의 길을 볼 수있게 되었는데『그만해야지요』라니 도대체 누구를 우해서, 왜 시작을 한 교리교사였는지 안타깝고 원망스럽기까지하다.
내 본당 내 동생 내 형제들인데 누구에게 내던지려는 것인지, 다시한번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 볼수 있는 이 한해 새학기가 되었으면 한다. 제발이지『선생님! 금년에는 경험을 살려 더 열심히 뛰렵니다』라는 인사만 주고받았으면…보수는 하느님께서 마련하실것이고. (계속)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