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쓴 이말은 주님의 어린 양으로서 그날 있었던 일을 숨김없이 쓴 것입니다』
「c」의 진술서는 이렇게 끝을 맺고 날짜와 이름도 또박 또박 썼다.
끝까지 읽고 나니 어이가 없었다.
교회에서 알게된 그 청년에게 돈을 꿔 준게 인연이 되었다지만 돈을 돌려 받는데 교회가 아닌 분식점이었을까.
더구나 만나서는 돈을 돌려주는 대신, 같이 영화를 보고 경양식집에서 저녁도 먹었다.
C는 10시가 조금 넘어서 헤어졌노라고 썼다.
어쨌든 그후 곧장 집으로 오지 않은게 석연치 않다.
아니, c의 글에는 일단 담을 넘어서 집에 들어와 보니 안방의 불은 꺼지고해서 좀더 시간이 간후 식구들이 잠이 들고 나면 살짝 들어가려고 했다고 쓰고있다.
캄캄한 거리가 무서워서 찬송가를 부르며 걷고 있는데 전도사라는 분으 만났다.
그 전도사와 같이 신앙상담을 하고 집으로 전화를 건 시간은 열두시가 넘은 시간. 그후 다시 자기가 다니고 있는 교회로 갔는데 문이 잠겨 있어서 집동네에 있는 교회로 갔다.
철야를 하는 세 명의 학생들 곁에서 기도를 하고 일곱시가 넘어서 귀가했다.
두 장 편지지에 빽빽하게 쓴 내용의 요지인데 고등학생으로서 판단력이 이토록 희미한가 답답했다.
칠 팔년도 더 되는 가을, 하루밤을 집에 들어오지 않은 여고생에게 그 행적을 쓰도록 한 적이 있었다.
아름답게 빛난는 별을 세며 기차철로를 베고 누운채 밤을 새웠다고 썼었다.
밤이 깊어지자 너무 추어서 나란히 누웠던 그 남학생과 꼭 끌어 안은채 새벽까지 누워있었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당혹을 느꼈지만 그 여학생의 말을 믿기로 했다.
『물론 별을 세는 장소를 놓고 잘못을 묻는건 아니다. 전화도 안하고 집에 안들어와도 괜찮은가 남학생과 같이 철로에서 밤을 같이 보내는 것이 누구나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친구가 그랬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등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영리하고, 고집이 세었떤 그때 그 학생은 괴퍅스런 논법으로 얘기도 잘 했다.
그런데 c는 마주 앉으면 답답하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아주 작은 목소리로 간단하게 얘기하고, 대답은 주로 고개를 끄덕이여서 표현한다
『왜 그랬지?』
라는 물음에는 주로 애매하게 웃는 표정을 지을 뿐이다.
며칠 전에 받은 전화상담에서는 친구와 둘이서 막걸리를 마시던 얘기부터 꺼낸 여자고등학교 졸업생의 얘기가 점점 길어지더니, 우물쭈물하기에,
『그래서 저쪽 두남자와 함께 여인숙에 들어갔단 말인가요?』
하는 내 물음에
『시간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면 아버지께 혼나거든요』
술냄새도 나기 때문에 전화를 해서 어머니께는 친구집에서 잔다고 거짓말을 했단다.
애초에 여자(처녀)들끼리 만나서 얘기하는 곳이 술집이 될수도 있느냐 없느냐를 그 내담자(전화를 한 처녀)는 생각조차 안해 본 형편이다.
이들의 방화.
어른들은 자기들이 이름 붙인대로「이유없는 방황」이니「타락한 아이들」이니 마음대로 손가락질을 한다.
길을 갈때 안내판이 없으면 나그네는 방황하기 마련이다.
제 고향이 아니기 서툴게 아닌가. 처음으로 걸어가는 인생길인데 우리청소년들은 방향조차 아득한 건 오히려 당연하다고 보아야한다.
친절한 아내.
준엄한 가르침.
우리는 싫증을 모르는 보호자가 되어야할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게으름뱅이가 되고 있지는 않는가.
C는 오랫동안 매일같이 노트에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오고 그것을 놓고 나와 얘기를 나누며 길을 찾아 내도록 했다.
꼭 지키며 살아가야 할 것은 이런것이라고 c가 적어 온것을 읽으며 나는 조용히 웃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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