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꼴라오 神父님, 新春이라는 말을 해마다 주저없이 쓸 수 있음은 늘 희망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심 탓이라 생각 합시다. 굳이 새봄이라는 그럴듯한 기다림의 단어를 미리 부려놓고 아직도 긴 겨울을 진력 낼 것은 무엇인가 조금은 우습기도 합니다. 神父님께서 보내주신 연하장을 펼치면 멋진 가로수, 설경의 아름다움, 1백년 이상되는 골동가구가 있는 房, 분홍빛 뺨을 가진 소녀들, 항상 기도 중에 만나 뵐 수 있는 神父님의 따순 사랑의 마음이 사각봉투 속에서 앞다투어 일어나서 걸어 올 것 같습니다.
「겨울의 숲속을 바람이 목동처럼 눈송이들을 몰고간다
많은 전나무는 이제곧 경건하게 촛불로 밝혀질 것을 예감하며
귀를 모은다. 하얀 길을 향해
어느새 가지를 뻗치고
바람을 막으면서 그 영광의 하룻밤을 향해 자란다」고 한 릴케의 詩가 겨울의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읍니다. 지난 해 11月부터 시작한 詩集이 얼마전에 다 꾸며져 나왔읍니다. 詩를 쓰는 것, 그것은 제게 기쁨보다는 분명히 고통쪽인 것 같습니다. 만족스러운 詩를 쓰고자 하는 욕심이 대로 곤두박질쳐서 덜렁 결함 덩어리로 남겨져 있음을 봅니다.「詩人이 할 수 있는 가장 건설적인 일은 꿈꾸는 것이다」하였던 어떤 詩人의 글이 생각 납니다.
올해도 모든 이의 마음속에 사랑과 평화를 소망하는 불씨가 고루 나누어졌으면 좋겠읍니다.
벌써 지난해가 되는 소록도여행이야기를 하겠읍니다. 녹동 선창가에서『어이』하고 손흔들어 부르면 마주소리치며 대답할것같은 가까운거리에 섬은 있었읍니다. 선입견이 평범하지 않았을뿐, 성당과 교회 법당이 갖춰있고 일렬로 세워진 고만고만한 집들, 민사지대의 테니스장에서는 건강한 사람들의 웃음소리, 라켈에 부딪는 불소리가 여느 동네와 같은, 그러나 무섭도록 조용한 마을은 삭아지고 있었읍니다. 육체의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야하는 이들에게 그토록 아름답고 풍성한 수목들을 어떤 은혜입니까?
자그만 성당에서 만나본 교우이자 주민인, 나이를 알수없는 한 아저씨는『선생님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하셨어요. 두손을 마주잡고 있는 그에게 얼핏 눈길을 주었을때 그의 손가락열개는 제대로이지 못했읍니다. 그가 느낀「감사함」은 무엇이었을까요? 「안락함」과「영달」이 아니라면「살아있음」을 느낌일까요? 아무 소용없는 제감상주의마저 열등하게 생각되어지던 참으로 부끄러운 하루였읍니다. 막배를 기다리며 백사장에서 저물어가는 바다를 바라보았을때, 이 쪽에서 저쪽으로 풍덩 자맥질하던 망둥이를 보았고, 그향기가 천리간다는 그야말로 놀랄수 밖에없었던 지독한 향기를 뿜던 나무를 보았고 또 무엇을 보고 알았어야 했을지요?
여차직하면 냉정하게 화를 내거나 돋구고, 보이지 않게 미워하며 뚜렷한 支柱를 붙잡지 못하고 무분별이고 싶은 저자신을 똑바로 알았어야 하는것인지도 모릅니다.
꽃시장에서 산수유꽃을 한묶음 샀읍니다. 잔잔한 매듭을 가진 이 꽃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봄의 전령같아서 좋아 합니다. 원추리라는 이름의 야생꽃도 새로이 좋아하게 된 꽃 입니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우리가 모르고 있는 많은 아름다움이 있어 눈물 겨웁습니다. 머지않아 봄이 시작도리것입니다. 저는 계속 앓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드러내 펼쳐보는 시간을 따로 갖지 않아도 늘 생활을 기도처럼, 기도를 생활처럼 이끌어 주신 뜻 감히 제것으로 느껴봅니다.
神父님, 제가 新春에 하고자하는 약속은 조그만 것입니다. 아까움 없이 제나이를 버리고 부끄럼없이 童心과 어울리려 합니다. 비록 허울로 겹겹이 봉해진 마음도 아이들과 만나면서 어여뻐지고 뜨거워 질 것입니다.
말갛게 안경알을 닦고, 유리창도 닦아 놓겠읍니다. 세상 끝까지 맑게 바라 볼수 있는 눈을 위해서 입니다.
神父님, 오래 건강하시고 바쁘신 날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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