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분신인 자식이야말로 사랑스럽기 이를 데 없다.
그야말로 무조건의 사랑이다. 그런 나머지 자식의 허물도 귀엽게만 보는 어리석은 어머니들도 있다.
공원에 가면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박은 잔디밭이 있다.
모처럼의 나들이에서 자기 아이가 즐거워하는 것만 대견한 이 엄마는 그 잔디밭에 아이가 들어가고、거기서 장난쳐도 보기만 한다.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들어 주고、제 뜻대로 행동하도록 버려두는 것은 절대로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자기 아이가 울고 떼쓰면 거기에 굴복하면서 그 아이 엄마는 병명처럼 말한다.
『워낙 고집이 세기 때문에 아무의 말도 안 들어요.』
친척 잔칫날 내게 조카 며느리가 되는 젊은 엄마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서 나는 말했다.
『그건 아이를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릇이 굳으면 잘 고쳐지지 않는다.』
라고 했는데 그때 아이 엄마는 아이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아무 말도 안했지만 언짢아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상담 도중에 어머니들께 이와 비슷한 충고(?)를 비치기만 해도 펄쩍 뛰거나 즉시 외면하기가 일쑤였다.
혼성이 되어 중국집 이층에서 술과 요리로 한상 벌여 놓고 떠들다가 적발이 되자、거기 있었던 학생 중의 한 어머니는 『사실 솔직히 말해서 요즘 아이들이 남자친구 있는 거야 보통이죠. 뭐 중국집 정도야 어떤가요. 성적이 나빠지는 게 걱정이지만?』
자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신의 청소년기와 비교하면서、억압하려는 부모는 확실히 자녀 교육에 애로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기준도 없이 세상 풍조에 편승하는 가치관으로 자녀들을 보살핀다면 그 자녀들은 목표가 없는 달리기와 같아서 그 역시 자녀들은 방황하기 마련이다.
영자와 민자의 얘기를 써 보려 한다.
진급이 되고 한 반이 되면서 둘은 짝이 되고、한동네에 사는 그들은 자연히 친밀해졌다.
두 학생은 아버지가 안 계시는 조건도 같았다. 다만 민자의 아버지는 병으로 이년 전에 돌아 가셨고、영자의 아버지는 삼년 째 사우디에 가계시다
영자의 어머니는 부쳐 오는 돈을 찾고 집을 수리하고、가정을 꾸려 나가기에 늘 바쁘기 때문에 집을 자주 비운다.
민자의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못해서 안방에 자리 깔고 누워 지내는 날이 더 많다.
머리 빗는 모양、필통 색깔 등 두 아이는 그야말로 단짝인 것을 학급 친구들도、그들의 어머니도 다 잘 안다.
그런데 일이 생긴 것이다.
그들의 어머니가 크게 싸운 것이다.
주일이 되면 영자와 민자는 함께 교회를 가곤 했는데、그걸 빙자해서 이성 교제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아직 안 받았다던 성젹표를 발견한 영숙이 어머니가 저녁에 온 딸을 앉혀 놓고 캐묻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아이들은 민자의 친구 노라고 둘러대는 딸의 변명을 그 엄마는 믿고 민자가 나쁘다고 분개했다.
영자의 어머니가 민자 어머니를 찾아와서 앞으로는 민자가 우리 집 아이 영자와는 가까이 지내지 못하게 하라고 큰 소리를 치고 간 것이다.
민자 어머니는 딸을 불러 앉혔다. 옆에는 수면제를 수북이 내놓고 불호령이 떨어졌다.
무슨 큰 일을 벌려 놓은 것도 아니니、차분한 대화를 나누고、모녀 지간에 주고받고 해야 할 필요한 것들은 다 제쳐놓고 그들은 법석이었다.
시집간 민자의 언니도 그랬거니와 점잖은 집안 내력에、민자가 남자아이들과 어울리는 건 친구를 잘못 사귄 탓이라고 민자 엄마도 대단했다.
두 아이들은 양쪽 어머니들의 요란한 보호 속에 조용해 졌다고나 할지.
여전히 친하게 지내면서 이 아이들은 차분하게 한 학년을 마쳤고、각기 그들의 엄마들은 자신이 서둘러서 아이를 단속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무슨 큰 문제가 일어난 건 아니었다.
내 아이는 그저 중하기만 한、소극적인 애정은 실상 누구나 갖는 것일 뿐 대단한 것이 아닌 것이다.
내 아이의 잘못은 다른 집 아이의 탓이 아니다.
늘 곁에서 지켜보며 관심으로 대하여야 할 일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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