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예술이 절묘하게 접합된 현장, 종교예술의 심오한 세계가 한국에서 펼쳐진다. 그것도 세계 최대의 걸작들로 손꼽히는 바티깐의 명 작품과 불란서ㆍ서독 등 유럽3국의 현대 명작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절호의 기회다. 결코 쉽지 않은 명작에의 초대가 한국 천주교 2백주년 당해인 84년에 베풀어 지는 것이 무엇보다 큰 의의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일반 매스콤들은 이미 성급한 보도로 1년 뒤의 흥분을 앞당겨 놓았다. 84년 현대미술의 정수들이 이 땅에서 펼치는 종교와 예술의 심오한 축제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교계는 물론 국내 미술계에도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기대와 흥분을 묶어 본다.
한국 천주교2백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최근 개최 협의가 거의 마무리된「현대 가톨릭 미술 명작전」은 84년8월15일부터 9월15일까지 전시 일정도 이미 확보해 놓은 이른바 「스탠바이」상태. 물론 해야 할 준비, 거쳐야 할 과정은 아직도 많지만 미술품 소장국 관계자들과의 협의가 거의 완비된 상태라는 점에서 중요한 고비는 일단 넘겼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변이다.
세기의 명작들을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산파역을 맡았던 가톨릭 미술가 협회장 金世中 교수(서울대ㆍ조작)는 최근 현지 방문을 마치고 귀국, 현지의 도정을 전하면서『이번 명작전 준비를 통해 민족과 국가라는 벽을 초월한 강한 그리스도교적 형제애를 맛볼 수 있었다.』고 의미 있는 소감을 밝혔다.
내년에 이 땅을 밟는 작품들은 교과서에서, 혹은 그림책을 통해서나 접할 수 있었던 대가들의 명화 진품들로 성급했던 매스콤의 스포트ㆍ라이트가 오히려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조르지ㆍ루오의 「이 사람을 보라」마르크ㆍ샤갈의 「예수 고난」앙리ㆍ마티스의「聖母子」등이 회화와 헨리ㆍ무어의 「십자가 처형」에밀리오ㆍ그레꼬의 「그리스도상」등 조각품으로 세계 최고의 미술품 보고라 불리 우는 바티깐의 소장품만으로도 이미 「현대 가톨릭 미술 명작전」의 진가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프랑스가 자랑하는 현역 대표 작가들의 종교화, 그리고 전후 서독이 지은 새 성당들의 설계도 및 모형ㆍ공예ㆍ성물 등이 함께 전시되는 이번 기회는 유럽3국의 금세기 명품들을 한곳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최대의 축제가 될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망하고 있다.
『예술의 세계 속에 깊게 스며 있는 강한 종교성을 찾아보자는 시도가 무엇보다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바티깐의 작품을 비롯, 모든 미술품이 표현하고 있는 종교 미술의 예술 세계를 직접 대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명작적은 상당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하는 김세중 교수는『한국 천주교 2백주년에 열리는 예술의 대제전을 계기로 우리 가톨릭 문화 예술이 보다 깊게, 보다 넓게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첫 방문지로서 한국에 오는 바타칸의 평품들을 살펴보면 현대 종교 미술 분야의 회화30점과 조각 20점등 모두 50여점. 어느 한 작품도 소홀히 넘길 것이 없지만 이 가운데서도 그리스도의 탄생지 나자렛을 그린조르지ㆍ루오의 「나자렛」과 예수상을 유화로 묘사한「이 사람을 보라」, 마르크ㆍ샤갈이 그린「예수의 고난」, 앙리ㆍ미티스의 「聖母子」「제외」등은 짙은 종교성으로 우선 시야를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 장면을 조각한 헨리ㆍ무어, 마리노ㆍ마리니의 「십자가 처형」, 에밀리오ㆍ그레꼬의 「그리스도상」숨진 예수를 끌어안고 비통에 잠겨 있는 성모를 주제로 한「삐에따상」이 두드러지게 돋보이고 있다. 이 밖의 모든 작품이 성서를 배경으로 하고 있던 강한 감동을 주게 될 바티깐의 소장품들은 해외 나들이가 상당히 엄격한(?) 현지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더욱 값진 쾌사라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또한 프랑스는 외무성과 문화성이 공동으로 선정한 현역 작가들의 작품 30점을 보내오기로 했는데 역시 대부분 종교화로서 바타깐의 소장품의 화풍ㆍ기법과는 다른 차원에서 종교예술의 진목 면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 관계 당국은 한국 천주교 2백주년이라는 중요한 계기 때문인지 『작가와 작품 선정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서독의 경우는 2차 대전 이후 새로 지은 성당 건축의 설계도와 모형 30점, 그리고 공예 및 성물20점등으로 선정했는데 성당 건축 예술의 설계도 모형은 교회 성장과 함께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한국 교회 건축양식에 새로운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지고 있다.
바티깐 박물관을 비롯, 서독과 불란서 등이 주무 기관들은「현대 가톨릭 미술 명작전」을 최대한의 노력으로 돕겠다는 마음으로 모든 편의를 우선적으로 제공, 『규모나 내용 등 명작전의 지가에 비해 상당히 수월한 협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 또한 명작전을 준비하는 실무자들의 변이다.
김 교수는 바티깐 박물관 당국이 휘하 모든 관계 기관에 「명작전」을 최대로 돕도록 지시를 한 것이며 불란서가 특별위원회를 구성, 작품 서정과 준비를 전담할 만큼 적극적인 자세를 치하고 있는 점, 또한 서독이 주교 회의를 소집, 명작전을 전 교회적으로 지원하도록 한것 등은『전례가 없는 큰 배려』라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회는 서독의 경우 작품은 「쾰른」교구가, 운송비ㆍ보험료 등은 미씨오(Missio)가 일체 부담을 하기로 한 것과 바티깐과 불란서도 작품 대여 외에 운송비를 부담, 어려운 관문들을 뚫게 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사실 유럽3국의 명 작품을 한꺼번에 한국에 유치하게 될 경우 그 경비는 엄청난 액수에 달한다. 『각국의 이례적인 지원이 보장되지 않는 한 전시회의 실현이 크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하는 김 교수는 『우리 순교복자들의 보살핌과 그리스도의 사랑이 보이지 않는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같은 배려와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측은 소정의 보험료만을 지불하는 좋은 조건 속에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됐으나 운송 작업과 보험 등의 어려움이 뒤따라 모든 작품은 사방 1~1ㆍ15m 안팎의 크기로 제한했다.
그러나 무료 대여 전시일 경우 보험에 가입하더라고 소액이 되며 한국 천주교 2백주년이라는 훌륭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보험료는 훨씬 저렴하게 된다는 상황에서 볼 때 이번 전시회는 결코 어떤 측면에서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현대 가톨릭 미술 명작전」은 81년부터 2백주년을 겨냥, 부분적으로 준비되어 온 것으로 김세중 교수와 「로마」수학 중인 장익 신부가 실무를 맡아 협의와 연락 등 개최 준비에 힘써 왔다. 82년 2백주년 기념 주교 위원회로부터 정식 승인을 맡은 전시회는 주교 위원회 사무처가 한국 주교회의 의장 명의로 바티깐 국무 성장관ㆍ서독 주교 회의 의장ㆍ미씨오 책임자들에게 협조를 의뢰하는 공문을 발송, 이에 대한 관계국의 호의적인 회신을 받음으로써 구체적인 실무가 급진전 된 것.
「현대 가톨릭 미술 명작전」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확정된 전시회는 한국 천주교 2백주년 기념 행사 위원회(담당ㆍ경갑룡 주교) 소속 행사로 제반 실무 업무 등 주관은 가톨릭 미술가 협회가 맡게 된다.
지난해 2월「바티깐」ㆍ불란서ㆍ서독 등 현지를 방문, 1차 협의를 가졌으며 최근 마무리 작업을 위해 다시 현지를 돌아본 김세중 교수는 『주교 회의 의장 김수환 추기경 명의의 공문이 현지 섭의 활동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말하면서 『특히 수학 중인 바쁜 생활 중에도 마술 전시회를 위해 현지 교섭의 막후 역할을 담당해 준 장익 신부의 「숨은 공」』을 크게 감사해 했다.
또한 「빠리」에서 그림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화가 김인중 신부와 「로마」에서 그래픽 공예 부문을 수학 중인 정완규 씨 등이 앞으로 남은 총 정리 작업을 위해 각각 실무를 맡아 주도록 되어 있어 더욱 든든하다고.
한편 최근 김세중 교수로부터 명작전 개최 전반에 대해 보고를 받음 담당 경갑룡 주교는 『하나의 결실을 위해 집약된 수많은 노력이 무엇보다 값진 성과』라고 지적하고 『명작전이 이 땅의 종교 예술 발전에 커란 분기점이 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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