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기도하라」는 제목의 오늘 강론은 3부분으로 나우어 전개된다. 첫째 기도는 왜 해야 하며 기도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둘째로 예수의 말씀을 듣고 삶으로써 증거 해야 하는 우리들이 예수께서 어떻게 기도하였는지 살펴보며, 마지막으로 복음에 나타난 기도하는 이의 모습을 열거하는 순으로 진행되겠다.
먼저 기도는 무엇이며 왜하는가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은 익히 알고있는 바이다.
그러나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크리스찬들에게 보배로운 것은 기도이다. 우리에게는 기도할 대상이 있으며 그 대상은 막강한 힘이 아니라 전능하신 힘을 가지신 하느님, 야훼이시라는 점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직장이나 학교ㆍ가정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 의논할 대상을 찾고, 의논할 대상마저 없으면 발산할 대상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의논 대상은 하느님이시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우리에게는 돈을 요구하지도 않고 우리의 말을 잘 들어주시는 하느님이 계신다. 이분과 대화하고, 하소연하며, 이분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과 이분의 음성을 들으려는 것이 바로 기도이다.
오늘 봉독한 마태오 복음 26장 36절부터 45절까지의 내용은 사순절이 끝나는 시기에 잃는 겟세마니의 기도이다.
예수께서는 30년 동안 숨어사셨고 3년 동안 공적으로 예수 시대 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을 포함하여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투신하시며 사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 뿐을 거세하려 했고, 마지막 밤 잡혀 가기 직전의 기도가 바로 겟세마니의 기도인 것이다.
한 시간 이내에 잡혀간다는 사실을 알고 기도하시는 예수께서는 『지금 내 마음이 괴로와 죽을 지경이니 너희는 여기 남아서 나와 같이 깨어 있어라.』고 말씀하셨다. 루까사가는 예수께서 번민에 싸여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셨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한다.
이와 같이 극도의 상황에서도 하느님 아버지와 대화를 해야겠다는 예수그리스도의 태도는 막상 어려움이 닥치면 하느님마저 잊어버리는 현대인들에게 의미심장하게 생각된다. 의학ㆍ과학ㆍ학문이 고도로 발달하고 있는 우리 시대는 하느님께 대한 의존이 적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시대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정(情)과 사람의 모습, 인간성이며 인격적으로 주고 받는 것, 보호하는 것 주고받는 느낌들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바로 겟세마니 동산의 기도는 신념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죽도록 자신을 바치며 마침내 죽음까지 바칠 수 있는 가치관을 보여준다.
예수께서는 기도 하실 때 아버지께서 무엇을 원하시는가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하신 예수께서는 죽음의 골짜기에서 도망치고 싶지만 아버지께서 지극히 사랑하고 자신 또한 아버지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을 택하시다. 그러므로 우리는 죽도록 자신을 투신할 가지를 갖고 있는지 반성해 보며 겟세마니 동산의 기도가 번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유일무이한 궁극적인 것에 있음을 알려준다고 믿어야 하겠다.
이상과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복음을 보면 기도하는 예수의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예수께서는 중용한 일이 있을 때마다 기도를 빼놓지 않으셨다.
루까 복음을 위주로 예수께서 기도하신 모습을 살펴보면 30년 동안의 사생활을 마치고 사회생활의 첫 발짝을 내딛고 순간인 세례 직후 기도하셨음을 볼 수 있다. (루까 3장 21절)
또한 예수께서 떼 지어 오는 군중을 때때로 한적한 곳으로 가셔서 기도하셨다는 (루까 5장 16)것은 항상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의미 깊게 받아들여진다.
떼 지어 몰려오는 군중 때문에 피곤하신 가운데서도 「때때로」「한적한 곳에서」하느님을 만났던 예수님의 태도는 세상일과 세상 사람들이게 바쁜 우리들에게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을 할애하도록 제시한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12사도를 선택할 때 밤을 새워 기도하셨다. (루까 6장12절) 자신의 구미에 맞추지 않고 하느님께서 누구와 일하기를 원하시는지 알려는 입장에서 밤새워 기도하며 선택한 예수의 태도는 바로 우리 자신들의 가져야 할 태도이다.
9장 18절과 29절에서도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 예수께서는 11장1절 이하에서는 기도하는 법을 가르치시고 22장 32절에서는 우리를 위해 어떻게 기도하셨는지를 알려주신다. 베드로가 3번씩이나 배반할 것을 아시지만 궁극적으로 하느님께 돌아오도록 기도하신다는 22장32절이 내용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큰 위안을 주고 있다. 우리들의 불안을 이미 알고 계시는 예수께서는 지금도 성부의 오른편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한편 예수께서 기도하신 모습들은 겟세마니 동산의 기도 부분인 루까복음 22장39절~46절을 비롯하여 루까복음 23장 34절, 46절 요한 복음 17장 전체, 마태오복음 11장 25절~27절, 요한복음 11장 42절 이아 마태오복음 6장 25절~34절 등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복음에 나타난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구체적으로 바람직한 기도 자세를 일깨워 준다.
루까복음 1장26절은 마리아께서 성모가 되시는 과정에서 기도하고 계셨음을 알리고 있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기도 중에 가브리엘 천사를 맞은 마리아의 수태고지 장면에서 마음으로 하느님께 향할 때 그 자체가 훌륭한 기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성모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방문하셨을 때 감사의 기도를 바치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루까 1장46절 이하)
또한 루까 복음은 로마군인(7장 2절~10절)죄 많은 여인(7장 36절~50절)세리와 바리 사이(18장14절)자캐오(19장 1절~10절)「예리고」의 맹인 (18장35절~43절) 右益(23장 39절~43절)를 통해 기도하는 자세를 깨닫게 하고 있다.
끝으로 루까 복음 24장13절 이하의 엠마오로 향하는 두 청년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두 청년이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과 예수님과 대화하는 모습에서 대화하는 가운데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한다는 점이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이 대화하는 가운데 하느님을 계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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