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한 것이 1879년의 일이 었으나 지금부터 1백4년 전 일이다. 한국에는 1897년 도입, 경복궁을 환히 밝히게 됐다 꽤 빨리 받아들인 것이었으나 궁궐에 한한 것이었고 일반 가정이나 거리까지 밝히기는 먼 얘기였다.
용산 신학교는 등촉을 밝히다가「양등」이라고 불리는 대형 남포를 썼다.
명동대성당도 마찬가지였다. 1918년 3월 16일 故 黃貞秀(요셉) 신부님 사제 서품식에 고모님을 따라 참석했을 때 나는 제 대위와 교우석 한복판에 대형 남포가 죽 켜져 있었다.
신학교에서는 전깃불을 켤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남포불 보다는 더 나은 불을 켜 보고자 지베드르 시살레(池士元) 신부임이 신학교 교수로 초빙된 1911년 가스 등불을 켜기로 했다.
워낙 그 방면에 주도면밀하고 조예가 깊은 지 신부님은 납 파이프를 구입하고 전등갓도 프랑스에서 직수입했는데 아주 멋진 것이었다.
채색된 갓은 디자인도 점잖았다.
우선 1902년 준공된 예수 성심 성당 내부에 전등을 가설하고 발전소는 성당 서쪽 5백m에 설치했으며 카바이트를 매입, 설비를 갖추고 불을 켜자 『빛이 생겨라』(창세기1ㆍ2)하신 하느님의 창조의 빛이 별안간 성당 교장실ㆍ각 교수실을 환히 비췄다.
나라에서는 1887년 전기 발전기를 미국에서 도입한 것이 시초가 돼 전기기술자 월리암 맥케이씨가 미국에서 와 전기 시설 공사를 진두 지위했다. 그러나 기술 미비로 켜졌다 꺼졌다 하는 통에 8만 서울 장안에는 「건달불」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석유와 남포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880년대였고, 당시「왜성냥」이라고 비슷한 시기에 도입됐다.
이런 처지에 신학교가 가스등을 켜자니 많은 경비가 소요됐다. 지 신부님은 여름 방학 때만 되면 대소 신학생들을 총동원, 8도 강산에 형형색색의 나비를 채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나도 학사님들을 따라 이산 저산으로 하늘을 나는 호랑나비 쫓던 그 옛날의 기억이 난다.
개학 때면 줄줄이 서서 나비 채집 표본을 지 신부님께 바쳤다. 그러나 날개 하나라고 잘라졌거나 떨어졌으면 불합격품이 된다.
나비 채집은 빨락 빨락한 종이봉투에 넣어 배를 타고 서너 달 걸리는 여행을 떠나보냈다. 프랑스에 가면 그 표본들은 곤충채집하는 표본 수집가들에게 전해져 제일 비싼 값으로 팔려갔다. 이 돈이 지 신부님에게 전해지면 발전용 기기나 다이너마이트ㆍ남전선ㆍ전등갓으로 둔갑했다.
이러한 수고 끝에 신기한 불을 켠 신학생들은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5ㆍ14)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간직하고 저마다 세상을 환히 비추는 빛이 되리라 다짐했다.
용산 신학교에는 언제 전기가 들어왔는고 하니 1917년 9월 개학하고 보니 이리저리 전선을 늘이고 이 구석 저 구석 전주를 세우고 하더니 10월초부터「건달불」인 전기불이 켜지게 됐다.
이 전기 가설로 역기지 신부님이 진두지휘를 하셨다. 얼마나 치밀했는지 전기 가설 기술자들이 덜덜 떨었다.
지 신부님게 호령 바가지를 살까 봐서…
전기가 들어왔지만 예수 성심 성당 내부의 아름다운 가스 등갓은 그냥 이용했다. 1950년 6ㆍ25때 김일성이 다 떼어 갈 때까지는. 아름다운 석유 남포와 가스등들은 소신학교 2층 창고에 잘 간직됐으나 역시 6ㆍ25때 없어 졌다.
지 신부님은 신학교 교수직을 사임하신 뒤 강원도 용소막 주임 신부로 부임하시고서도 곤충, 특히 나비 채집을 계속하셨다.
이 표본들을 팔아 모은 돈에 사재를 합쳐 연와 벽돌로 용소막 성당을 지으셨다.
중국인 벽돌 기술자들을 초청, 현장에서 벽돌을 만들게 하셨으니 강원도 두메산골에 미인을 세운 셈이다.
지 신부님은 평소 모든 일에 치미하고 계획성이 있는 반면, 그렇게 인정이 많을 수가 없는 고마운 분이셨다.
필자와는 대전에서 함께 일하셨는데 지난 70년대 1월 9일 대전에서 세상을 떠나셨다.
서양 문화를 신학교까지 끌어 들은 분 중의 한 분이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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