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잎다지양도 바티깐에 살고잇는 아네스 수녀님과 비슷한 꿈을 꾸었어요. 그런데 그건 가브리엘 천사와 마리아님에 관해서였을 뿐이었어요. 바티깐의 성베드로 대성당이 아니 명동 대성당과 복자 성당이. 겐네사렛 호수와 베드로의 고깃배 대신 이 나라의 모든 산들과 초록빛 숲들이 모두 한데 모여 온 듯 빙글빙글 돌면서 다음 노래들을 부르지 않겠어요.
한 처음 이 누리를 지으실 그날에
하늘 맑고 수풀 짙은 크낙새의 보금자리
하느님 진리 씨앗 심을 방법까지도
스스로 찾아나선 술기의 민족으로-
평화를 사랑해온 동방의 예의지국
떠밀리고 짓밟혀도 늘 온유했던겨레
이백년 지난다음 아름차게 열매맺을
축복의 그씨앗을 깊이깊이 묻으셨네
그 한알 썩어서는 더 많은 열매를
하늘 향기 풍기는 짙푸른 수풀 되어
이 나라의 산과 들을 날로 날로 메워가네.
이나라의 강산들을 날로 날로 메워가네.
우리 하느님의 영광을 기리며
새산들이 기도하네, 조국의 번영을
시냇물이 기도하네, 이 강산의 평화를
우리 주님 찬미 노래 이 누리를 채우소서.
잎다지양은 희미하게 잠에서 깨어나면서 꿈이 너무 너무 희한하여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 노래의 의미 또한 알 듯 말 듯 하였어요. 그러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지 다음 노래가 들려오고 있었어요. 그건 해마다 복자 성월이 오면 자주 불렀던 노래였어요.
장미빛 밝은 불빛 하느님 성신
일곱 빛살 가득하게 가슴에 담았네.
사제가 되기 위해 머나먼 나라로
뱃길로 비바람을 만나면서 가셨네.
길에서 굶주림을 겪으시면서
이 땅에도 영혼 양식 마련해 주셨네.
양떼 위한 옥살이, 생명 바치신
그 상급 하늘에서 누리시리라.
그 덕을 우러옵는 우리 양떼들
영원한 그 나라에 데려 가셔요.
이 나라를 통째로 옮겨 가셔요.
영광의 주님이여, 권능의 하느님!
한국에도 성인을 허락해 주셔요.
주님 공경 위하여 붉은 피 고였던
이 땅에 은총의 꽃 피워 주셔요.
복자들을 성인품에 올려 주셔요.
우리 복자 성인품에 올려 주셔요.
물론 그건 복자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님께 바쳐진 노래란 가르쳐 주실때가 있었어요. 그 노래를 가르쳐 주실 때 교회학교 선생님께서는 한 알의 밀알이 썩어서 백 개의 열매를 맺는 얘기를 하셨기 때문에 그걸 잠결에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또 다음 노래가 들려오질 않겠어요. 할아버지께서 자주 부르시던「보리밭의 보리들의 노래」란 노래가 말이지요.
한 알의 밀알이 썩지 않으면
백포기 밑 이삭이 피어날 수 없으리
찬바람과 눈발이 우리들을 덮쳐도
초록빛 옷 입고 맑은 눈빛하고서
우리는 참는다, 이 들녘에서.
우수 경칩지나며 춘분이 오겠지.
진달래와 개나리도 방긋 웃으며
새 역사의 새로운 봄축하를 할때
종달새 드높이 노래 부르고
어미꿩도 날아와 알을 품겠지.
그리고 그 때였읍니다. 성다에서 철야 기도를 하는 이들의 다음 노래가 크게 소리높이 들려온것은 말이지요.
어디서나 은혜로운 그 손길을 펴셔요.
당신께 바쳐진 금수강산 삼천리
순교자의 핏방울로 세례 받은 이나라
철조망에 허리 감겨 아파하오니
능하신 그 손길로 풀어 주소서
『순교자의 핏방울로 세례 받은 이나라?』
잎다지양이 잠에서 깨어나면서 중얼거린 말이었어요. 그리고 떠오르는 모습이 있었어요. 물론 김 안드레아 신부님이 얼굴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어느 분의, 어느분 의, 어느 분의 얼굴이 아닌, 자기 나이 또래의 그 누구의 얼굴이었어요. 아직 소년기를 벗어나지 않은 꽃 망울채 그대로 진리를 위한 희생의 제물, 복음을 위한 희생의 씨앗이 된 그 모습, 그 얼굴이었어요. 물론 잎다지양은 그 이름까지 살며시 불러 보게 되었어요. 아니, 상상의 날개를 타고 이백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어요. 그 소년이 태어났고 자라난 집과 마을을 찾아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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