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재판 내용을 담고 있는 요한복음 18장28절~19장16절에서 빌라도는 피땀으로 얼룩진 예수, 고문당하고 초라해진 예수, 비웃음과 조롱당하는 예술을 가리켜「이 사람을 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예수의 모습에 대해 이사야는 이미 예언한 바 있다. 야훼의 종 그리스도가 수난 당하는 모습을 이사야는『늘름한 풍채도, 멋진 모습도…볼품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고 퇴박을 맞았다. 우리도 덩달아 그를 업신여겼다. 그런 게 실상 그는 우리가 앓을 병을 알아주었으며 우리를 성하게 해주었고 그 몸에 상처를 해주었고 그 몸에 상처를 입음으로써 우리의 병을 고쳐 주었구나. 야훼께서 우리의 죄악을 그에게 지우셨구나. 그는 온갖 굴욕을 받으면서도 입 한번 열지 않고 참았다.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가만히 서서 털을 깎이는 어미 양처럼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억울한 재판을 받고 처형당하는데 그 신세를 걱정해 주는 자가 어디 있었느냐?』(이사야 52ㆍ2~8)라고 했다.
우리는「이 사람을 보라」는 말씀에서 예수의 처참한 모습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나의 죄 때문에 수난 당하시는 예수를 복줄 알아야 참으로 속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수의 그 모습에서 진리와 사랑 때문에 박해 당하고 순교한 우리 순교자들의 모습과 나라를 위해 희생된 애국자, 정의를 위해 희생된 억울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석별의 만찬을 잡수시고 올리브도 안에서 철야 기도를 바치시던 중 군인들에게 체포되셨다. 그리고 사형 선고를 받기까지 여러 번 심문과 고문ㆍ재판을 받으셨다. 대략 6번의 재판을 받는 예수께서는 먼저 안나스 앞으로 끌려 나가신다.(요한18ㆍ13~23)
그 후 예수는 유대인의 최고 재판소로 끌려가 심문과 재판을 받고 사형 선고를 받는다. (마태오26ㆍ52~27ㆍ8). 그러나 유대인의 최고재판소는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사형 집행권이 없으므로, 예수를 빌라도에게 끌고 가 재판을 받게 한다. (요한18ㆍ23~28)
예수를 심문하여「갈릴래아」출신임을 안 빌라도는 때마침「예루살렘」에 와 있는「갈릴래아」분봉왕 헤로데에게 넘겨준다. 오래전부터 예수의 소문을 듣고 만나보고 싶었던 헤로데는 심문하면서 여러 가지로 캐물었지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예수를 자기 경비병들과 함께 조롱하고 모욕을 준 다음 화려한 옷을 입혀 빌라도에게 돌려보낸다.(루까23ㆍ5~12)
그래서 빌라도는 군중들 앞에 예수와 바라빠를 끌고 나와 1년에 한명씩 풀어 주는 죄수로 누구를 풀어 줄 것인가를 묻는다. 6번째 재판에서 빌라도는「이 사람을 보라」며 다시 군중들에게 말한다. 그러나 백성들의 소리에 놀란 빌라도는 예수의 사형 선고와 함께 진행렬을 내린다.
이와 같이 진행된 예수의 재판은 정당한 것이 아니라 각본 재판이었다. 유대인들은 예수를 잡아 재판하기 전에 먼저 모의 작당을 한다. 대사제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의회를 소집하고『어떻게 하면 좋겠소?』(요한11ㆍ47)하고 걱정하고 있을 때 가야파가 일어나『그대로 내버려두면 누구나 다 그를 믿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로마인들이 와서 우리의 이곳과 우리의 백성들을 짓밟고 말 것입니다. 온 민족이 멸망 하는 것 보다 한사람이 백성을 대신 하여 죽는 편이 더 낫다는 것도 모릅니까?』라고 외친다. 유대인들은 국가 안보를 내세워 예수를 죽이자고 결정한 것이다.
유대 지도자들은 이렇게 예수를 죽일 각본을 만들고 제자 가운데 한명인 유다스를 매수한 다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표시로 예수를 체포한다. 그들은 남몰래 예수를 체포하기 위해 밤을 이용한다. 밤을 이용한 체포 방법은 2천 년 전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정치적으로 사람을 잡아갈 때 쓰는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고르고 지키지 않는다. 마귀의 두목으로 마술을 했다고 예수를 규탄하며 각본에 따라 불경죄로 몰아 사형 언도를 내린다.
사형 집행권이 없었던 유대 최고재판소로부터 예수를 넘겨받은 빌라도는 당시의 유대인 철학자 필로에 의하면 고집이 세고 잔인한 사람이었다. 이런 빌라도에게 유대 지도자들은 동족인 예수를 넘겨주고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유대인들은 예수가 나라를 둘러엎으려 했고 카이사르에게 세금 내는 것을 반대했으며 스스로 왕이라 했다고 고발했고 빌라도는 오히려 살려줄 것처럼 행세하며 유대인의 입을 벌어「유대인의 왕」이라는 죄목으로 사형에 처한다. 결국 유대인들은 예수를 經法으로 처형한 것이다.
김대건 신부도 40차례의 심문과 재판을 받고 나라가 금하는 사학을 믿는 사학 죄인, 국법을 거스려 국경을 넘나들었던 죄인으로 처형됐다.
예수께서는 이 세상의 왕이 되시고 율법을 거스르기 위해 세상에 오시지 않고『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 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요한18ㆍ37)고 하셨다. 또한『이 사람들이 진리를 위하여 몸 바치는 사람들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17ㆍ17)하고 기도하셨다.
어느 시대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진리를 위해 몸 바치는 사람들은 예수와 마찬가지이다. 헐벗고 굶주리고 병들고 감옥에 갇힌 자가 바로 예수 자신이라고 볼 때 예수 시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운명을 함께 지녀 왔다. 진리를 위해 몸 바치는 사람들이 당하는 모든 엉터리 재판ㆍ각 본재판은 바로 예수를 재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모두는 오늘의 빌라도ㆍ가야파ㆍ군중들이며 진리와 정의를 외면하는 가운데 힘이나 재물로써 자기의 잘못을 정당화시키지 위해 오늘도 계속 예수를 재판하고 죽이라고 소리치고 있다.
「이 사람을 보라」는 말씀. 예수의 그 처참한 모습에서 진리와 정의를 외면하기 때문에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 거부하여 양심과 신앙생활, 인간성이 비참하게 되고 초라해진 자신을 볼 줄 알아야 하겠다. 또한 2백주년을 맞이하면서 오늘 이 시대에 어떤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순교 정신을 본받는 것이며 복음 정신을 생활하는 것인지 반성해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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