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3월 25일부터 시작되는 특별 성년을 맞아 지난 1월 6일 주의 공현대축일에 발표한 「구원 1950주년 기념 성년 선포문」全文으로 수회에 걸쳐 소개하기로 한다.
<편집자註>
『구원자께 문들을 열라』우리의 구원 성녀를 내다보며 나는 온 교회를 향하여 이 외침을 발하여 내가 베드로의 성좌에 선임된 직후에 피력했던 권고를 새삼 되살리는 바이다.
선출된 그 순간부터 나의 느낌과 생각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구원자이신 그리스도께로 나아가면서 그분의 빠스카 신비를 지향해 왔다. 빠스카 신비는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계시의 절정이며 만대의 만민에 대한 하느님 자비의 최고 현현인 것이다.
사실 로마 주교에게 속하는 보편적 직무는 그리스도께서 죽음과 부활에 의하여 달성하신 구원 사건에 그 근원이 있다.
바로 이 구원자께서 바로 이 구원 사건을 받들어 섬길 직분을 세우셨으며 이 구원 사건이야 말로 온 구세사의 중심이 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 구원의 신비는 해마다 전례주년에 의하여 경축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구원시는 죽음을 기념하는 성년은 이 전례주년의 거행이 더욱 열렬하게 체험되어야겠다는 것을 말해 준다.
1933년에도 경애하는 마음으로 추모 하올 삐오 11세 교황께서는 복된 영감을 받아 구원 성업 1천9백주년을 특별 성년으로 경축하도록-주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정확한 연대를 문제 삼지는 않고-선포하셨던 것이다.
올해 1983년은 이 지고한 사건이 일어난 지 1천9백50년째라 되는 해이므로 이 해를 나는 오로지 구원 성업이 특별한 기념에 바쳐 이 사건이 더욱 깊이 온 교회의 생각과 행동 속에 사무쳐 들어가게 하기로 했으며 이미 1982년 11월 26일에 이 결심을 추기경단에서 표명한 바 있다.
이번 성년은 오는 3월 25일 성모 영보 대축일에 시작될 것이다. 이날은 영원하신 말씀께서 성령의 능력에 의하여 동정녀 마리아의 태중에서 사람이 되시어 죽음으로써 죽음이 세력을 잡은 자인 악마를 멸망시키고 한 평생 죽음이 공포에 싸여 살던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시고자 우리와 같은 살을 나누어 가지게 되신 섭리적 순간을 상기 시켜 주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성년은 1984년 4월 22일 부활주일 대축일에 끝날 것이다. 부활주일은 그리스도의 구원하시는 희생에 의하여 얻어진 기쁨이 넘치는 날이며 바로 이를 통하여 교회는 언제나 경이로이 갱생되며 양육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해를 참으로 거룩한 한해가 되게 하자. 우리네 현대인 편에서 구원 성업의 은총을 받아들여 더욱 열심히 성화되고 온 하느님의 백성이 영적으로 쇄신됨으로써 은총과 구원의 때가 되게 하자. 하느님의 백성은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시고 있으며 그 분은 우리의 죄 때문에 죽으셨다가 우리를 외롭게 하시고자 다시 살아나신 분인 것이다.
교회의 온 삶이 구원 성업 속에 잠기어 있으며 구원 성업을 숨 쉬고 있다.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의 품에서 나와 세상 속으로 들어오신 것이다.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그분은 인류를 위한 숭고한 사랑의 행위로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바치셨고 당신의 교회에게 당신을『기억하라』고 당신의 몸과 피를 남겨 주셨으며 사죄권을 포함한 화해의 직분을 제정하여 주신 것이다.
구원은 하느님 말씀의 선포와 성사들의 거행을 통하여 인간에게 전달된다. 이들 속에서 하느님의 경륜에 의하여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보편적 구원의 성사로 설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구세주로부터 흘러나오는 이 생명 부여의 물줄기 속으로 신앙인들을 이끌어 들인다.
견진성사는 신자들을 교회에 더욱 긴밀히 매어 주며 그리스도께 대한 증거 행위와 하느님과 형제들을 위한 항구한 사랑을 강화해 준다. 특히 성체성사야말로 구원 성업 전체를 현존케 한다. 여기서 구원 성업 전체가 전례 주년 속에서 신적 신비들의 거행으로 영속되고 있는 것이다.
성체성사에서는 구원자 자신이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아래 실제로 현존하시면서 신자들에게 당신 자신을 주시고「죄보다 더 힘찬 사람」으로 신자들을 점점 더 가까이 데려가신다. 성체성사로 그분은 신자들을 당신 자신과 결합시키시며 동시에 서로를 결합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성체성사는 교회를 건설하고 있다. 실로 성체성사는 하느님 백성의 일치의 표지요 원인이며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 생활의 원천이요 절정인 것이다.
나중에 더 소상히 말하려니와 참회 성사는 신자들을 정화시켜 준다.
신품성사는 신발된 자들을 영원한 대사제이신 그리스도와 더욱 닮게 해주며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말씀과 은총으로써 특히 성체성사의 예배에서 교회를 길러 나갈 권능을 그들에게 부여한다.
혼인성사에서는 『진정한 부부애가 하느님의 사랑에 흡수되어 그리스도의 구원 능력과 교회의 구원 활동으로 지배되고 풍요해진다』. 끝으로 신자들의 고통을 구원자의 고통과 결합 시켜 주는 병자성사는 인간의 완전한 구원을 위하여 현세의 육신에 있어서도 신자를 정화 시켜 주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의 복된 만남을 준비시켜 준다.
나아가 갖가지로 실천되고 있는 그리스도인 종교 생활의 여러 요소들, 특히「준성사」에 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발적인 민산 신심의 표현들도 마찬가지로 구원자이신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과 그분이 부활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풍부한 은총에서 그 실효를 이끌어 내고 있으며 신자들이 거듭 새로이 주님과 접촉하여 생명을 부여 받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이 교회의 활동 일체가 그리스도의 구원 성업이 지닌 변화력에 의하여 특정 지어져 있으며 이 구원의 샘들에서 끊임없이 생명의 물을 길어 내고 있다.
그렇다면 구원 성업의 기념 성년이란 필경-지난 12월 23일에 내가 추기경단에게 말한 바와 같이-『특별한 방식으로 경축되는 보통의 한해』이외의 아무것도 아님이 분명하다. 즉『교회의 주고 자체 속에서 교회의 주고 자체를 통하여 보통으로 체험되고 있는 그런 구원의 은총을 보유하는 일이 성년 경축의 선포라는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특별한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올해에는 교회의 생활과 활동이 성년의 성격을 띠게 된다. 그렇다면 구원 성업을 기념하는 성년은 교회의 온 삶에 특별한 자취를 아로새겨 주는 해가 되어야겠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이 세례 때부터 전달받아 온 모든 구원의 보화들을 나날의 체험 속에서 재발견할 줄 알게 되어야겠으며 또 그래서 그리스도의 힘찬 사랑을 절감하고 그 사랑에 이끌려 한분이 모든 사람들 대신해서 죽으셨으니 결국 모든 사람이 죽은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렇게 죽으신 것은 사람들이 이제는 자기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 자기들을 위해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신분을 위하여 살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라는 생각에까지 이를 수 있어야겠다.
교회는 갖가지 하느님의 은총의 분배자 이므로 그리고 교회는 이해에다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하느님의 구원 경륜은 이 구원 성년이 전개되어 가는 다양한 형태속에서 활성화 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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