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믿음의 근거요 생활의 중심 신비인 빠스카 축제와 함께 시작한 부활 시기가 그 마지막 주간을 맞는다. 알렐루야가 울려 펴지는 부활 시기의 50일중 마지막 주간 벽두 에 부활하신 예수님의 승천 대축일을 지낸다. 오늘 루가복음과 사도행전의 표상적 표현들은 우리의 마음을 하늘로 향하게 한다.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 또는『사도들이 보는 앞에서 승천하셨는데 마침내 구름에 싸여 그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셨다.』『예수께서 하늘로 올라가시는 동안 그들은 하늘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는 성서의 표상적 언어들로 말미암아 예수께서 세상을 떠나 우주의 어떤 공간으로 날아가신 것처럼 쉽게 오해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오늘 그리스도께서 모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바로 우주의 중심이 되시는 분이시며 모든 이의 주님이 되셨음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매여 살고 있는 우리가 쉽게 감지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리스도 예수는 그 모든 것 너머에 현존하시는 것이다.
베틀레헴 마구간에서 태어나시고 마지막에 십자가 형틀에서 돌아가신 그분은 마침내 죽음과 온갖 속박을 벗어나 부활하시고 승천하신다. 부활-승천 신비는 우리로 하여금 「팔레스티나」,「2천 년 전」이라는 구체적인 공간과 시간 안에 사셨던, 그것도 극히 짧았던 활동 시기를 가졌을 뿐인 그 예수의 본 모습을, 그분의 신비를 펼쳐 주고 있다.
우리의 시야를 넓고 높고 깊게 해준다. 펼쳐지는 하느님의 구원 경륜을 상기시켜 준다. 「말씀」을 통해서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성부와 그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그리스도 성자, 그리고 모든 것을 새롭게 창조하시러 보내어지는 성령의 신비에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 예수께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 아버지이신 하느님 과함께 계시게 되고『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마태28ㆍ18) 을 가지고 계신다. 사도신경 은 이렇게 고백하게 한다. 『하늘에 올라 전능하신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아 계심을 믿나이다.』그래서 그분은 모든 이의 주님이 되시고 모든 것의 궁극적 실재가 되시는 것 이다. 더 이상 예수님은 그전에 제자들이 보았던 그런 분이 아니고 보다 깊은 실재로 살아 계시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당신의 몸인 교회의 머리로서 성부와 함께 계시는 것이다.
한편 사도들은『성령의 힘으로 여러 가지 지시』를 받고『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들었으며』『성령이 오시면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사 마리아뿐 아니라「땅 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나의 증인이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제자들은 「이 모든 일의 증인들」인 것이다.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그들에게『왜 서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느냐?』그 분은 다시 오실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모든 것이 완성 되는 날 아무런 가리움 없이 그분을 만나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이『기쁨에 넘쳐 날마다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다』는 기록으로 루까 복음은 끝을 맺고있다.
20세기 한국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성사들과 그 분의 말씀을 통해서라도 외적인 인간 모습을 지닌 예수님을 뵈올 수는 없다. 오히려 그분의靈, 성령을 통하여 더욱 깊은 차원에서 만날 수 있게 해주신 것이다. 우리 가운데 현존하여 계시는 주님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다는 것은 믿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를 당신 천주성에 참여케 하시기 위하여 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셨다.』고 승천 감사송에서 노래한다. 『이렇게 예수께서는 항상 살아 계셔서 그들을 위하여 중재자의 일을 하시니 당신으로 말미암아 하느님께 나아오는 사람들은 언제나 구원해 주실 수 있으십니다.』(히브7ㆍ25)
오히려 우리는 하늘만 쳐다볼 것이 아니고「인간의 존엄성과 형제적 친교와 자유와 같은 인간의 본성과 노력으로 얻어진 훌륭한 결실을 주님의 성신 안에 주님의 계명을 따라 널리 지상에 전파」(사목 헌장39항) 하여「진리와 생명의 나라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를 향하여 신비롭게 현존하시는 주님의 도우심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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