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성년」이 시작됐다. 자비의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들을 보내시어 모든 인류의 구원 성업을 성취하신지 1950주년을 맞아 특별히 선포된 성년, 그러므로 이번 성년은 우리의 구원자 예수그리스도를 통해 이룩된 구원 사업이 오늘에까지 새롭게 이어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뜻 깊은 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3월 25일「로마」베드로 대성전에서 성모영보대축일을 기해 선포된 성년 개막식에 급파래「구원의 해」? 「특별 성년」이 열리는 역사적인 현장을 한국 성년 순례단 일행과 함께 생생하게 지켜본 본사 이윤자 차장의 특별 성년 개막 미사 참가기이다.
『정의의 문들이여, 열려라! 이 문은 바로 주님의 문, 정의로운 사람들이 이 문을 통해 들어가리다! 오 주여, 제가 당신의 집으로 들어가 그 성전에서 찬미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구원의 聖門이 활짝 열린 3월 25일 베드로 대성전의 안과 밖을 완전 히 메운 순례 인파는 뜨거운 환호로 성년 개막을 기뻐했다.「로마」베드로 대성전의 육중한 聖門이 인류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성업이 이룩된 지 1950주년을 맞아 이 세상 모든 이의 구원을 향해 다시 한 번 활짝 열렸기 때문이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베드로 대성전 성문 앞에 도착한 것은 성모영보 대축일인 3월 25일 오후 5시 우리 일행을 비롯, 각국에서 모인 순례자들이 베드로 대성전 안을 메운지 이미 2시간이 지난 후였다. 뿐만 아니라 성전 밖 광장에는 미처 입당하지 못한 수많은 신자들이 성년 개막의 역사적 장면을 보기 위해 간간이 뿌려 내는 비속에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산타 마리아 마뗄 데이-오라 쁘로노비스(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여,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교황 성하의 행렬이 聖門에까지 이르는 동안 모든 성인의 호칭기도가 성전 안과 밖에서 간절히 울려 퍼졌다. 기도 속에 진행된 그 행렬은 구원의 성문을 열기 위한 참회 예절을 상징하고 있었다.
구원의 성년을 맞아 구원의 성문을 열기 위한 참회 예절-교황의 행렬은 광장을 에워싼 수많은 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하고 장엄하게 이루어졌다.
찬미와 기도 속에 대성전 회랑에 도착한 교황 성하는『자비로운 우리 주 하느님께서 이 세대에 있는 교회에게 통회와 용서를 허락해 주셨다』고 강조하고『특별 성년을 통해 우리 모두는 성령의 이끄심을 내적으로 받아들여 그분의 생활 안에 좀 더 가까이 들어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성문 앞으로 나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수분 동안 무릎을 꿇고 기도를 바친 후 죄인의 표징으로 깊게 머리를 숙였다. 이어 성가대의 우렁찬 찬미의 노래 속에 성문 가까이 다가선 교황 성하는 페니뗀띠아리 추기경으로부터 금과 상아로 만들어진 망치를 받아 청동의 聖門을 세 번 두들겼다.
특별 성년이 선포되고 구원의 성년이 개막되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성전 밖에서부터 터져 성전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떨림과 조바심, 그리고 기대와 흥분속에 2시간여를 기다리던 우리 일행도 예외 없이 뜨거운 박수 속에 휘말렸다. 그 우렁찬 박수가 특별 성년을 선포하는 역사적인 예식의 클라이 막스였다는 사실은 개막 미사가 끝난 직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알 수 있었다.
사실 모든 전례가 라틴말로 진행되는 당시로서는 그것도 성전 밖에서 행해지고 있는 예절의 뜻을 성전 안에서 곧바로 이해한다는 것은 전혀 무리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도 윤임규 신부님을 비롯, 몇몇 신자들이 오래전의 라틴말 미사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또 다른 감회로 매순간의 분위기 속에 깊이 잠겨 드는 모습은 또 다른 감회를 안겨 주기도 했다.
합창단의 우렁찬 찬미가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교황청 직원들에 의해 구원의 성문이 활짝 열렸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어두컴컴한 성문 앞 회랑에서부터 구원의 聖門을 통과, 눈부신 불빛이 새어나오는 성전으로 들어섰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상에 자신을 바침으로써 최고 사랑의 행위를 보여주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역사가 새롭게 이어지는 구원의 聖年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었다.
교황 성하가 성문을 들어서 중앙 제단으로 향하는 동안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구원 사업을 받들어 섬길 직분으로 세우신「로마」주교-교황 성하를 육안 가까이 접하는 흥분과 감격의 물결이 다시 한 번 성전 안을 가득 메웠다. 신자들의 어린아이와 같은 환호와 경의에 일일이 손을 들어 답하면서 중앙 통로를 따라 제단 쪽으로 다가선 교황 성하는 제단을 중심으로 신자들의 좌석을 한 바퀴 돌면서 강복을 주셨다.
교황 성하가 일행 앞으로 천천히 지나가시는 동안 우리 모두는 감전이나 된 듯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일순 짜릿한 전율이 우리 사이를 헤치고 지나갔다.
불과 1년 반 사이에 두 번씩이나 교황 성하를 가까이에서 뵙는 나로서는 표현이 불가능 한 행복감으로 온 몸에서 소름이 돋아나는 듯 했다. 한국 대사관의 적극적인 배려로 중앙 제단을 향해 오른편 맨 앞좌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우리 일행은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예리한 눈빛과 뜨거운 가슴으로 3시간 가까운 전례 동안 아낌없이 자신을 봉헌했다.
성전 입장에서부터 2시간 다시 교황을 뵙기까지 1시간여를 낮과 밤이 뒤바뀐 환경의 변화로 밀려드는 졸음을 쫓아내면서 무던히 기다린 일행으로서는 교황 성하를 그것도 눈앞에 모시고 특별 성년 예식에 참석하는 꿈같은 기회를 단 한순간이라도 무감각하게 지나쳐 버릴수는 도무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비의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를 당신의 생활 안에 좀더 가까이 들어갈 수 있도록 열어 주신 구원의 성년을 어쩌면 우리 생애에 다시 한 번 접하기란 너무도 어려울 것이라는 논리가 일행의 마음을 헤어 나올 수 없는 감격 속에 잠겨 들게 하고 있었다.
『글로리아 인엑첼시스데오』대 영광송이 힘차게 울려 퍼지면서 본격적인 성년 개막 미사가 시작됐다. 우리 일행은 물론 함께 자리한 인도ㆍ스리랑카ㆍ일본에서 온 신자들, 그 리고 참석한 모든 신자들의 입에서도 대영광송이 흘러나왔다. 매끈한 발음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분명 하나의 언어였다.『우리 모두는 한 형제』라는 진한 감동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올랐다. 똑같은 감회가 피어오르는 듯 옆 자리의 스리랑카 아가씨도 따뜻한 미소를 머금은 눈길을 계속 보내왔다.
특별 성년 개막 미사에서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한 또 하나의 사건은 바로「봉헌」 이었다. 「봉헌」이 시작되자 우리와 같은 한복을 입은 두 명의 어린 소녀가 「지구의」를 받쳐 들고 제일 먼저 교황 성하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지구의」한 지점에는 태극 마크도 선명한 비행기 한대가 사뿐히 앉아 있었다. 순간 84년이 머리에 떠올랐다. 「한국 천주교 2백년 주년」「교황 성하의 한국 방문」1백50만 신자들의 간절한 염원이 강하게 머리 속을 때리고 지나갔다. 약속이나 한 듯 우리는 서로의 손을 찾아 쥐었다. 긴장과 흥분으로 축축히 땀이 밴 손과 손을 통해 우리는 하나로 일치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조용한, 그러나 인자함이 가득한 얼굴로 어린이들로부터「지구의」를 받아 들은 교황 성하가 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때의 기분, 그것은 전혀 표현키 어려운 하나의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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