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더 친했던 남자친구도 있었겠죠?』
조용한 방안에 마주앉아서 우리는 따근한 보리차를 마셨다.
고등학교 2학년의 여고생.
그의 고민이 진로 문제라고만 털어 놓는데 한 삼십분을 열심히 들어주고 나서 나는 정색을 하고 물었다.
교리 공부를 하기 위해서 모인 남녀 학생들. 이들에게도 문제는 일어날 수 있었다.
가장 심각한 청소년의 문제는 우리 상담원들 앞에 나서지 않는, 감춰진 문제다.
박양은 일단 제 발로 내 앞에 온 이상 노출될 것이고 구원( ? )의 가능성은 높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장소는?』
박양과 남학생이 일을 저지른 장소는 H아파트 옥상이었다.
영하의 날씨에 밀페된 방안이 아닌 고층 아파트의 옥상이었다.
『바람이나 쐬자기에 같이 올라갔어요.』
그들은 밥을 먹으면서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다는 것이다.
그날 오전에도 이와 비슷한 전화를 받았었는데『집 동네 골목이라니』얼떨결에 소리를 높였었다.
그 전화는 목소리뿐이었고, 마주 앉은 박양과의 상담과는 달리, 임신 여부와 뒷처리에 관하여 긴 얘기를 했었다.
어둡고 늦은 시간, 산동네 으슥한 곳에서 그들은 그렇게, 몇 차례를 관계했는데, 아무래도 임신한 게 아닌가 해서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박양은 활달한 성품대로, 일단 핵심으로 파고들자 자신의 생각까지도 속 시원하게 줄줄 말은 잘했다.
『그런데요 지금 그 애하고 K여고생과 친한 것 같아요.』
그 남학생은 말하자면 여학생들 간에 인기가 있다는 것이다. 귀공자같이 생겼다는 그 남학생.
지금도 박양은 그 남학생을 독차지하고 싶은 거다.
『박양, 이제 곧 겨울방학도 끝나면 졸업반 인거죠?』
이 상담실에 들어와서 서두로 내 놓았던 진로와 지금의 상황을 같이 놓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남녀 학생 여러 명이 함께 성가도 배우고 교리도 배우는 그때를 회상하는 일은 즐거움 이다.
그러나 그 남학생과 단둘 사이에 있었던 몇 가지 일은 박양과 가장 가까운 엄마께도 숨겨야 했던 부끄러운 일이다.
박양이 이렇게 생각하는 건 이유가 반드시 있다.
『학생이니까요.』
가끔 나는 그들이 잠깐 있는 걸 귀띔해 주곤 한다.
박양이 홍조를 띄고 있는 건 보리차를 마신 탓일까.
박양은 느낀 바를 적어서 내게 올 때 마다 가지고 온다.
『역시 단 둘이서 만의 행동은 바람직하지 못해요.』이렇게 말하며.
박양은 마음을 다지는 의미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왔노라고 하며 밝게 웃었다.
요즘 청소년(고등학생)들의 만남의 장소는 어떤 곳들인가?
박양의 경우처럼 아파트 옥상으로도 가고 또 공원에도 간다. 경양식집 포장으로 가린 작은 칸막이에도 들어간다.
7백 명의 여고생들에게 적어 보도록 한 통계를 보자.
현재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장소를 세 가지씩 적어 낸 것을 순위로 적어 보면
① 분식집(혹은 빵집)
② 버스 정류장(길거리)
③ 교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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