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노인이고, 노인의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는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어려운 문제다. 노년의 정의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이며 동시에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준은 ‘늙음에 대한 스스로의 자각’이다. 자신의 늙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심리적 자각이 노년기를 정의하는 데 가장 합리적이며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늙음에 대한 자각은 역연령(달력나이)과 노화의 여러 가지 징후들, 또 사회적 역할과 지위, 가족관계 등 그를 둘러싼 다각적인 환경과 경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노인과 노년기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인집단 내 개인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인집단 내에서는 개인 간의 차이가 매우 다양해서 그들을 동일 집단으로 다루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자 뉴가르텐은 노년기를 노인 집단의 역연령으로 구분한다. 그는 노인 집단을 그 연령에 따라 연소 노인(young-old), 중고령 노인(middle-old), 고령 노인(old-old)으로 분류했다. 연소 노인은 55~64세에 해당하는 사람들로서, 이들 대부분은 직업을 가지고 있고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직업적 성취나 사회적 승인 면에서 최고 수준에 이르러 있다. 중고령 노인은 65~74세에 해당하는 사람들로, 대부분 퇴직한 상태지만 아직은 대부분이 신체적으로 심각한 노화를 겪고 있지는 않다. 고령 노인은 75세 이상의 사람들로서 신체적인 노화가 상당히 진전되어 병약하여 의존적 상태에 있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노년기에 갖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통합성이다. 노년기 이전까지의 삶에서는 개인 및 가족생활 영역, 경제적 소득 창출을 전제로 하는 직업 생활 영역, 무보수성을 전제로 하는 자원 활동 영역, 그리고 취미·여가 활동 영역 간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하게 이루어진다. 따라서 어느 한 가지 영역에만 몰두해 거기서 큰 성취나 만족감을 얻으면, 비록 다른 영역의 삶이 거의 없거나 다른 영역에서 실패를 맛본다고 하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왜냐하면 영역간의 분리된 삶의 형태 속에서는 한 영역에서의 성공이 다른 영역의 실패를 모두 보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면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주된 일자리로부터 은퇴함으로써 직업에서의 성취감이나 긴장감이 사라지게 되고, 자녀들이 출가하면서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도 사라진다. 직업에서의 경쟁과 성취감, 자녀양육의 책임감이나 가사의 부담 등이 사라진 노년기 삶은 직업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자원봉사 같은 월 20만 원의 노인 일자리, 부부만 남아 크게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는 가사, 일부러 시간을 쪼개지 않아도 되는 대부분의 생활시간 동안 이뤄지는 취미활동, 옛 직업에서의 성취감과 보람을 대신하는 자원봉사 활동 등과 같이 생활의 각 영역이 뚜렷한 구분 없이 서로 얽히게 된다.
이러한 노년기 삶의 통합성을 정확히 이해해야 노인들에게 있어 노인교육은 교육적 가치를 지닌 것들로만 채워져야 한다거나, 노년기 일은 시장원리에 의해 사회적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활동이 돼야 한다거나, 노인 자원봉사는 철저한 무보수의 원칙 아래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활동들로 이뤄져야 한다는 식의 넌센스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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