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두 차례에 걸쳐서 마리아와 마르타에 대한 교부들의 설명을 살펴봅시다.
【성경본문 : 루카 10,38-42】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예수님께 다가가,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주님께서 마르타에게 대답하셨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음식을 준비하는 마르타와 생명의 빵을 즐기는 마리아
아우구스티누스는 마르타와 마리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예수님을 집으로 모신 마르타는 너그러운 손님 접대의 덕을 보여 주었다. 지극히 거룩하신 분과 그분의 성도들을 위해 음식을 장만한 것은 매우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마리아는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의 정의와 진리를 즐겼다.
주님께서는 육신을 지닌 존재셨습니다. 황송하게도 우리를 위하여 인간의 몸을 입으셨거니와 그래서 또한 황송하게도 굶주리시고 목도 마르셨습니다. 그리고 굶주리고 목이 마르셨기에, 당신께서 몸소 풍요롭게 해 주신 이들이 만든 음식을 잡수시기까지 하셔야 했습니다. 당신께 음식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은혜를 베푸시려는 뜻에서 스스로 낮추시어 손님이 되신 것입니다. 마르타는 배고프고 목마른 이들에게 먹고 마실 것을 대접하느라 바빴습니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극히 거룩하신 분과 그분의 성도들을 위해 음식을 장만했습니다. 그것은 중요한 일이었지만 지나가고 마는 일이었습니다. 먹고 마시는 일이 언제나 계속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가장 순결하고 완전한 선(善)에 몰두할 때, 시중드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 『설교집』, 255,2).
주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마리아는 무엇을 즐기고 있었을까요? 마리아가 먹은 것이 무엇입니까? 무엇을 마셨습니까? 여러분은 그것을 아십니까? 주님께 여쭤 봅시다. 당신 백성을 위해 풍성한 식탁을 차려 주시는 그분께 여쭤 봅시다. 그분께서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마태 5,6). 주님 발치에 앉은 시장한 마리아는 바로 이 샘에서, 이 정의의 곳간에서 몇 조각 부스러기를 받아먹고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마리아가 받을 수 있을 만큼만 주셨습니다. 그때는 제자들도, 사도들조차도, 그분께서 우리에게 주실 모든 것을 다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요한 16,12)고 하셨던 것입니다. … 마리아는 무엇을 즐겼던가요? 무엇을 먹고 있었습니까? 저는 언제나 이를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것을 즐기고 있으니까요. 감히 말씀 드리건대, 마리아는 그때 자기가 귀 기울여 듣고 있는 그분을 먹고 있었습니다. 진리를 먹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주님은 “내가 진리다”(요한 14,6)라고 말씀하신 분 아닙니까? 제가 이 이상 무엇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분은 생명의 빵인 당신을 마리아에게 먹이고 계셨습니다. 그분은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요한 6,41)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사람을 먹여 기르되 결코 줄어들지 않는 빵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 『설교집』, 179,5).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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