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박동호 신부)는 교황 레오 13세의 사회회칙 「새로운 사태」 반포 120주년을 맞아 11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새로운 사태에 비추어 본 한국교회와 사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서울대교구 염수정 주교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박정우 신부를 비롯한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등 400여 명이 참석해 회칙「새로운 사태」의 현재적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세미나는 제1부 주제 발표와 토론, 제2부 라운드테이블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염수정 주교는 발제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오늘 세미나를 통해서 「새로운 사태」 반포 120년이 된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교회가 탐구해야 할 ‘새로운 사태’와 징표는 무엇이며, 한국 가톨릭교회는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해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있는지 각 분야별로 성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동호 신부는 주제 발표에서 회칙의 배경으로 중세 후기 봉건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산업혁명이 완전히 실현되며 사회, 경제, 정치의 전환기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박 신부는 급격한 인구증가로 인한 잉여인구 발생, 시장경제의 출현, 도회지의 열악한 노동환경, 신용시스템(은행) 도입으로 인한 유산계급의 형성 등을 「새로운 사태」반포 당시 시대의 징표로 꼽았다.
제1토론문을 발표한 한신대 강인철 교수는 “「새로운 사태」는 교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성찰되는 가톨릭 텍스트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한국교회에 의한 「새로운 사태」 독해의 역사를 시대별로 풀이했다. 강 교수는 한국교회에 사회교리가 도입되기 시작한 시기를 1920년 무렵으로 잡으면서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는 1937년 발표된 교황 비오 11세의 회칙 「하느님이신 구세주」의 영향으로 반공주의적 해석이 지배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에는 정반대로 「새로운 사태」가 노동자 권익을 옹호하는 회칙 「노동헌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자본주의 비판 담론이 두드러졌다고 평했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박문수 부원장은 제2토론문에서 “한국교회를 「새로운 사태」에 비춰볼 때 ‘믿을 교리’ 중심으로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며 ‘지킬 교리’인 사회교리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고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이어진 라운드테이블 토론에서는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 한상봉 편집국장, 김선실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전 회장, 권오광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전 회장, 임통일 변호사 등이 나와 가톨릭교회 내에서의 언론의 역할, 교회기관 여성 종사자의 차별적 지위와 사회 양극화 해결을 위한 교회의 노력 부족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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