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은 정말 사제의 향기가 나는 분이십니다. 우리 신자들이 바라보고 싶은 사제,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은은하게 풍기는 사제, 그분은 그런 사제이십니다.”
옥현진 광주대교구 신임 보좌주교의 임명이 있던 날, 신자들은 입을 모아 “옥현진 주교는 향기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만나 본 옥현진 주교는 신자들의 증언 그대로 ‘향기나는 사람’이었다. 주교 임명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겸손한 듯 담담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그의 목소리에서 그리스도 제자로서의 기품이 느껴졌다.
“주교 임명 소식을 들었을 때에, 어찌할 바를 몰라 경당에 찾아가 주님 앞에 앉아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느님의 일꾼으로 불림 받아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은총 속에 살았고, 은총 때문에 이 자리에 있게 됐습니다. 저를 불러주시고 도구로 써 주시겠다고 하시니 ‘예’라고 겸허히 대답할 따름입니다.”
모든 걸 주님께 의탁하는 옥 주교는 ‘기도하는 사제’다. 광주가대 제2영성관장으로 지내면서 신학생들과 함께 기도하는 시간만 해도 하루 3시간을 넘는다. 한 달에 1~2차례 꾸준히 고해성사를 보는 등 성사생활을 통해 영적인 흐름을 간직하려고도 노력한다.
늘 기도하며 주님 안에 머무르기 때문일까. 옥 주교에게는 하느님을 알고 섬기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풍겨나왔다. 이 자신감은 ‘최연소 주교’, ‘학자로서 본당 사목 경험이 부족한 주교’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우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본당 사목 경험이 부족한 편이라고 해서 목자가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또 선배 후배의 말을 경청해 대주교님께 전달하는 메신저로서 가교 역할을 하기엔 유리한 면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부족한 점은 대주교님과 교구 사제단, 교구민들과 함께 살면서 배워가겠습니다.”
옥 주교는 초등학교때 복사를 서면서 사제성소를 키워왔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소를 확신하게 됐다.
“고등학교 2학년때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를 보고 사제로서의 꿈을 확신했습니다. 숲 속에 난 두 갈래 길 중 잘 다듬어진 길이 아니라 수풀이 우거진 길을 걸었고, 훗날 그 길을 택함으로써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생각할거란 내용의 그 시가 마음에 꽂혔었지요.”
옥 주교는 이렇듯 늘 ‘가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1994년 사제품을 받고 농성동·북동본당 보좌를 거쳐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교회역사학으로 석·박사를 따고, 2004년 귀국해 운남동본당 주임, 교회사연구소장을 거쳐 2006년 이후 줄곧 광주가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또 광주대교구 내 숨겨진 순교자의 시복시성을 추진해왔고, 주교회의 신앙교리위 위원으로서 4~5년간 봉사해왔다. 75주년을 향해가는 교구 교회사를 정리하고, 나주 윤 율리아 문제 해결사로 나서기에 손색없는 ‘준비된 주교’로서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느님의 자비로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된 옥 신부 인사드립니다. 앞으로 주교로 불리겠지만, 특별한 권위나 권한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더 큰 봉사를 위한 자리, 더 큰 십자가를 져야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신자 여러분의 기도가 꼭 필요합니다. 저도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환하게 웃는 옥 주교에게서 은은한 그리스도의 향기가 진하게 풍겨나온다. 듬직하고 강단있으면서도 온화한 옥 주교의 두 어깨 위에 100주년을 향해가는 광주대교구의 새로운 미래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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