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하느님의 무한하신 은혜로 교구 100주년을 경축하며 장엄미사를 봉헌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1911년 4월 8일 대구대목구 설정으로 시작된 우리 교구의 지나온 발자취를 돌이켜볼 때, 하느님의 섭리가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복음이 처음 이 나라에 전해졌을 때, 조선의 천주교회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모진 박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마치 식물의 씨앗이 바람에 날리어 세상 곳곳으로 뿌려지듯이, 그 당시 신자들은 박해라는 바람을 타고 경상도 지방에까지 날아와 복음의 씨앗을 뿌렸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100년 전에 경상도와 전라도를 아우르는 대구대목구가 설립되었던 것입니다.
오늘 교구 설정 100주년 기념 감사미사를 봉헌하면서,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심었던 신앙선조들과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순교선열들, 그 신앙을 가꾸기 위해서 모든 것을 내어놓고 열정을 쏟으신 역대 교구장님들과 사목자들, 그리고 몸과 마음으로 오롯이 사목자들을 도와 온 수많은 수도자와 평신도들의 숨결을 느끼며, 하느님의 놀라우신 은총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 출발하고자 합니다. ‘새 시대 새 복음화’를 위하여 더 성숙하고, 더 의미 있고, 더 가치 있는 미래의 교구를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가꾸기를 다짐합니다. 그리고 기쁘게 고민합니다. 순교자의 후손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신앙의 유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지, 미래의 교구를 어디로 방향지어야 하는지, 이를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기쁘게 고민하고자 합니다.
오늘 복음말씀(루카 10,25-37)에서 예수님께서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10,37)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서로 사랑하면서 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교구가 그동안 100주년을 준비하면서 펼쳐왔던 영성운동과 생명사랑나눔운동도 결국 사랑하면서 살자는 운동인 것입니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이번 100주년 경축대회의 주제성구입니다. 오늘 교구 100주년을 기념하며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 힘차게 출발하고자 하는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 이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참으로 사랑하며 살기로 다짐합시다. 교구민 여러분 모두가 지난 100년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다가올 100년을 향한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하기를 기원하면서 주님의 사랑과 평화를 빕니다.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성녀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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