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한국을 떠나지만 마음은 한국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본국으로 돌아갑니다.”
한국에서 산 세월만 30년이 넘는다. 고향 멕시코에서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한국서 보냈다. 소선도 신부(과달루페외방선교회)에게 한국은 ‘마음의 고향’이다.
소 신부가 처음 한국에 도착한 것은 1967년이다. 사제품을 받은 직후 발령이 났다.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사제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완전히 다른 세계였어요. 신기하고 좋았어요. 문화도 음식도 다 좋았어요.”
한국은 소 신부에게 좋은 추억을 많이 남겨줬다. 특히 청년들과 함께한 추억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청년들과 스포츠를 함께 즐기고, 성경 공부를 하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두 번째 본당에 가서 만난 청년들은 지금까지 만나고 있어요.”
좋은 사람들 덕분에 이국땅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소 신부는 무려 13년 간 고향 같은 한국을 떠나야 했다. 선교사로서의 소명이었다. 멕시코와 스위스, 이탈리아, 페루를 거쳐 다시 돌아왔을 때는 너무 많이 달라진 한국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자양동성당을 짓고 한국을 떠났어요. 근데 13년 만에 성당을 찾으려고 하니 못 찾겠더라고요.”
아쉽게도 한국에서의 두 번째 선교는 긴 시간은 아니었다.
돌아온 지 4년 만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원목사목을 공부하기 위해 로마로 향했다. 모든 공부가 끝난 뒤 소 신부는 한국교회와 세 번째 인연을 맺기 위해 돌아왔다. 귀국 후 10여 년 동안 원목사목을 했다. 그는 늘 병자들 곁에서 함께했다. 환자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어 그저 행복한 나날이었다. 환자를 돌보는 소 신부의 진심어린 마음은 많은 이를 감동시켰다. 이런 공로가 인정돼 2002년에는 서울 명예시민으로 선정됐다.
“질병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생명’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하느님께 항상 감사해요. 매일 매일을 기쁘게 생활하고 있어요.”
소 신부는 지난 18일 본국 멕시코로 돌아갔다. 한국 나이로 76세이지만 여전히 사목현장에서 신자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다. “제가 갈 도시는 마약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곳에 가서 주님 곁을 떠난 이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면 가장 큰 보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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