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화가 박재웅(가브리엘) 씨 작품은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사물들은 소리 없이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예쁘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려고 한다.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의 자태와 생생한 색상에 감탄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시들어가는 혹은 시든 사물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박씨는 고정관념을 깼다. 가장 아름답고 싱싱한 모습이 사물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생각을 그대로 작품 활동에 반영했다.
“저는 주로 대상을 보면서 작업합니다. 정물을 내 안에 담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하죠. 제가 얻은 결론은 화려한 모습이 사물의 전체가 아니라는 것이에요.”
시들어가는 모습에서 오히려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주름이 생기는 과정에서 색은 더욱 선명해지고 형태도 생명을 향해 변해간다. 그의 작품은 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시 때는 작품과 소재가 된 정물도 함께 선보인다. 일종의 설치회화다. 연작은 끝났지만 정물은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계속 존재하며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작업실에는 10년 넘게 가지고 보관하고 있는 정물이 남아 있다. 박씨는 그것들이 언젠가는 가루가 되겠지만 공기 중에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인물화로 시작했다. 인물 역시 미화하기보다는 거친 붓 터치를 그대로 살려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사진인지 그림인지 헷갈릴 정도다. 특히 모자도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노모와 아들을 담은 모습은 마치 성모 마리아와 예수가 늙으면 저렇지 않았을까하고 상상하게 한다.
“정물을 그리면서도 사물에 감정을 이입하고, 의인화해서 표현합니다. 정물이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시간 앞에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최근 대상의 범주를 넓혔다. 사물이 벗어나 자연으로 다가갔다.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이번에 땅의 시간성을 화폭에 담을 계획이다.
“우주만물의 기원이 되는 땅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땅이 가진 순환성을 생태적으로 풀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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