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에 걸쳐 게재될 이번 기고를 통해 강 주교는 원자력발전의 문제점과 신앙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피력하고, 원자력 발전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 강우일 주교.
신칸센이 통과하는 후쿠시마 시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50km 떨어진 곳이다. 그러므로 일본 정부가 위험지역으로 대피를 명령한 20㎞와는 상당히 먼 거리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외출을 일체 삼가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과 방사능 누출 사고는 현재 진행형이고 언제 어떤 식으로 해결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정부도, 전력회사도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최악의 재앙이다.
■ 원자력발전 안전할까?
우리는 대체로 원전이 안전한 줄 알고 지내왔다. 원자력이 워낙 전문분야이고 이에 대하여 각국의 전문가들은 안전하다고 보증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일어나고 나서 원자력의 안전에 대하여 심각한 재검토 논란이 일고 있다.
2006년 일본의 원자력안전위원회 35차 분과위원회 회의에서는 이런 발언이 있었다. “송전선은 발전소에 비상용 전원기를 설치하기에 이것이 작동하지 않을 확률은 낮고 특별한 문제가 없습니다. 비상용 냉각계에 대해서는 충분한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 36차 분과위 회의에서는 한 전문가가 이렇게 말했다. “비상용 디젤 발전기가 두 개 다 작동하지 않을 확률은 10의 마이너스 8승에서 9승입니다.”
그러나 이런 호언은 하루아침에 거짓이었음이 판명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가 터진 다음 기자들의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자,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안전위에서는 지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원자력에 관하여 고도의 전문지식이 전제되는 분야이기에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보통 사람들은 그 의견에 따르면 된다는 통념에 안주할 수 없게 되었다. 원자력발전소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에 관계되고 인간의 기본 생존권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대재앙으로 연결되는 문제이기에, 비록 비전문가이지만 우리 일반인들도 관심을 갖고 탐구하고 숙고하고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기를 만드는 발전의 기본 원리는 수력이나 화력이나 터빈을 돌아가게 해서 그 터빈이 돌아가는 운동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전환되도록 하는 것이다. 수력발전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일으키는 것이고, 화력발전은 석유나 석탄으로 물을 끓여서 수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아가게 하여 전기를 일으킨다.
이와 마찬가지로 원자력발전은 우라늄에 강제로 핵분열 과정을 일으켜서 생겨나는 ‘열’로 물을 끓이고 거기서 생겨나는 수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아가게 하여 전기를 일으킨다. 그러므로 간단히 말해서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의 핵분열을 일으켜 열을 발생시키고 그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발생시키는 원자로 부분과 거기서 나오는 뜨거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부분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여기서 우라늄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 압력용기가 과열되지 않게 하려면 항시 냉각수로 원자로를 식혀주어야 한다. 우리나라 원자로에는 이 냉각 공정을 위해 직경 3㎝, 길이 20m의 세관이 수천 개 들어가 있고, 원자로 부분과 발전시설 부분이 연결되는 것도 증기와 물이 회전하는 관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런 수많은 배관을 연결하는 용접부위는 주변의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번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지진이 아니라도 우리나라에서 2002년 4월 정기점검을 위하여 가동을 멈춘 울진 원전 4호기에서 증기 발생기와 연결되는 세관이 찢어져 10분 동안 방사능을 머금은 냉각수 45톤이 유출되는 ‘1등급’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은 이번에 폭발이 일어나자 원자로를 식히고자 물을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원자로를 냉각시키지 않으면 연로의 온도가 급상승하여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부로부터 물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수작업을 계속하면 이미 원자로에서 누출된 고농도 방사능 때문에 오염수가 갈수록 불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고농도 오염수를 담아둘 공간을 확보하고자 저농도 오염수는 바다로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지금 후쿠시마 원전에는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가득하다. 벌써 여러 날 전에 9만 톤 분량이 갇혀있다고 한다. 이런 규모의 방사능 오염수를 취급해 본 경험은 미국이나 소련의 시설에도 없다고 한다.
원자로 내부의 핵분열 과정에서는 발전에 필요한 열과 함께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크립톤, 플루토늄 같은 대단히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약 200여 종 이상이 생성된다. 이것이 ‘고농도 방사성 폐기물’이다.
이런 고농도 방사성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하는가? 보통 3중으로 된 용기에 격납하여 지하 300m보다 더 깊은 곳에 묻는다고 한다. 3중이라고 함은 제일 내부는 스테인리스 용기, 그 다음 이 스테인리스 용기를 철제 용기에 담고, 그리고 철제 용기는 규산알루미늄 용기에 담는다고 한다.
▲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가 폭발한 후 불타고 있는 모습을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지진 같은 대형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원전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 하여도 수명이 다한 원자로를 폐쇄하는 데는 엄청난 세월이 필요하다. 상업원자로로 일본에서 처음으로 2001년부터 폐로 작업에 들어간 ‘동해 원자로’의 경우 건물을 해체하여 전 작업을 끝마치는 것은 2020년이라고 한다. 곧 원자로 하나를 온전히 폐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년이란 이야기다.
정상으로 가동된 원전도 그 내부가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폐쇄도 일반 건물처럼 그냥 부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보통 빌딩은 외벽부터 부수지만 원전의 경우는 반대다. 곧 핵연료를 들어낸 다음, 방사능이 감쇠되기까지 10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그 후에 압력용기 등의 중심부를 해체하여 들어내고 마지막으로 건물을 부수고 평지로 만든다.
대형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내부 손상이 심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폐로 작업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한 원자로 기술자는 이렇게 말한다. “향후에는 작업용 특수 로봇을 개발하는 등, 가능한 한 안전하게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압력용기에서 핵연료를 완전히 들어내지 않는 경우에는 콘크리트로 덮어씌우는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다 완료하려면 30년은 걸릴 것이다.”
후쿠시마 원자로 냉각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 위원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대기 중의 방사능 오염은 비교적 염려하지 않아도 될 수준인 것 같은데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사태는 어떻게 해서든 막지 않으면 안 된다. 해양오염이 시작되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수습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오염수가 원전에서 새어나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지난해, 2010년 6월 17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2호기에서는 전원상실사고가 일어나 거의 ‘멜트다운’ 상태에 돌입할 정도의 대형사고가 발생했었다. 그러나 일본의 미디어는 이때 남아프리카의 월드컵 보도에만 치중하고 이 심각한 사고에 관하여 거의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부에서 발전소로 보내는 전기 계통이 4개 모두 끊어졌었다. 발전기도 원자로도 긴급정지 하였으나, 원자로 내부의 비등은 격렬하게 계속되었고, 내부에서 물이 급속히 줄어들어 노심(爐心)이 녹아내리기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전원 4개 선이 모두 끊겼는지 발전소 측은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지 못하였다. 다만 그 사고 나흘 전인 6월 13일 후쿠시마 앞바다를 진원지로 하는 꽤 큰 지진이 원전 주변을 흔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사고 당일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런 중대사고가 발생하였다면 관계자들은 대지진이 엄습하였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아무런 대처 없이 지나친 동경전력은 결국 치명적인 재앙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원자력발전에서 연기는 나지 않고 탄산가스도 직접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대신 연기보다 훨씬 처치 곤란한 핵폐기물을 양산한다. 사용 후의 핵연료뿐 아니다. 방사능에 오염된 시설부품이나 의류, 쓰고 버려야 할 부수적인 물품들이 많다. 이들은 안전한 처리 방법이 없고 함부로 버릴 수도 없는 위험한 쓰레기다.
그리고 원전에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여도 원전을 장기적으로 무사고로 가동하려면 항시 섬세한 유지 관리 작업을 해야 하며 그것은 텔레비전 화면에 깔끔하게 보이는 계기판만 가득 보이는 중앙통제실과는 거리가 먼 위험한 노동환경에서의 육체노동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데도 원자력을 클린에너지, 녹색에너지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속임수다. 녹색에너지가 아니라 적색에너지다.
방사선은 본디 인간뿐 아니라 생명체의 존재와는 공존할 수 없는 괴물이다. 생물은 지구상에 방사성 물질이 거의 사라지고 나서 처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태곳적에는 여러 가지 원소들이 있었으나 우라늄보다 무거운 원소는 불안정하여 붕괴해 버리고, 그 결과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생물은 세대를 바꾸어가며 존속한다.
그러나 방사선은 개개의 생명의 지속과 새로운 세대로의 재생산을 지탱하는 유전정보에 혼란을 일으킨다. 곧 염색체를 절단해 버린다. 그것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피폭자들을 관찰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염색체가 절단되면 신체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세포의 복제가 안 되고, 이상 염색체는 유전정보에 혼란을 초래해 변이를 일으킨다. 이렇게 방사능은 개개의 생명체만이 아니라 종(種)의 존속을 위협한다. 이는 인류 전체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