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버지의 행동이 좀 이상하다며, 어느 부부가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젊을 때는 철저히 빈틈없이, 완벽하게 사신 분이었는데, 요즘 들어 부쩍 식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의심한다는 것입니다.
그 부부의 말을 듣고 있으니, ‘치매’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치매’의 여러 증상에 대해 말해 주면서 예방 차원으로 ‘신경과’ 병원을 권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자매님은 친정아버지 연세가 ‘치매’가 오기에는 너무 젊다며,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친정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에만 불안해하였습니다.
젊은 시절, 자신의 삶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사는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생활 방식이겠지만 ‘때’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60대 후반 이후에도 여전히 삶을 ‘철저하고, 완벽하게만’ 살고자 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과 함께 ‘뇌 기능’을 심하게 혹사해 ‘신경과’ 병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전 정신과 병원에서 근무할 때 ‘치매’ 환우들이나 혹은 입원을 준비하는 이들의 보호자나 가족들과 상담을 해 보면, ‘환우’가 젊을 때부터 ‘이상증세’가 있기 얼마 전까지 삶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살았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살면 모든 분들이 ‘치매’가 쉽게, 빨리 온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치매’로 힘들어하는 분들이나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이 연세가 70세 이상이 되어서도 일상생활을 지나칠 정도로 ‘철저하게 완벽하게’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치매’로 대표되는 ‘신경과’ 질병들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입니다. 그런데 아직 높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치매’ 걱정 없이 사는 분들의 삶을 가만히 보고 들어보면, 대부분 경우 일상의 삶을 ‘소탈하게, 털털하게, 천천히’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자연과 벗 삼아 사는 분’들의 경우에는 자연이 주는 자연스러운 삶에 적응이 되어, 세상을 여유 있게 살고 있었고, 그런 분들의 ‘소탈, 털털, 천천히’의 삶으로 말미암아 결코 ‘치매’가 근접할 수 없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연세가 되면 주변의 가족이나 친지들이 ‘뇌’도 좀 쉬게 해 주고, ‘몸’에도 쉼을 주면서 ‘소탈하게 마음먹고, 털털하게 생각하고, 천천히 행동하면서’ 세상을 관조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조언을 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살 때, 자신과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치매’ 없이, 연세가 들어도 오랫동안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 ‘이웃’, ‘세상’, ‘자연’과 하나가 되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꼭 이야기해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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