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9년 12월 24일 자정, 로마 성 베드로대성당 문을 개방하며 대희년 개막을 선포하고 있다.
제삼천년기 교회의 문을 열며
1981년 총성과 함께 쓰러져 사투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건재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여러 곳에서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기를 원했던 교황은 여러 나라의 사목순방 끝에 대희년인 2000년을 맞았다.
2000년, 기쁨이라는 뜻의 대희년과 함께 제삼천년기 교회의 문도 활짝 열렸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9년 12월 24일 자정, 성베드로대성당의 청동문을 있는 힘껏 열어 젖혔다. 주교좌성당인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당의 문에도 희년의 흔적을 남겼다.
교황은 오래 전부터 제삼천년기 교회를 준비해왔다. 그가 쓴 1994년 11월 10일 ‘제삼천년기’라는 제목의 교서를 보면, 그가 구원의 기쁨에 온 인류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회의 준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음을 알 수 있다.
교황은 그가 쓴 여러 저서에서 순교성인 스타니슬라오 주교의 순교이야기를 담은 헌시의 내용을 자주 언급하고는 했다. 그 마지막 부분은 이러하다.
“첫 세기가 끝을 고하고 두 번째 세기가 시작됩니다. 한 시대의 설계도를 우리 손 안에 쥡시다. 분명 다가올 한 시대의 설계도를!”
교회의 제삼천년기 설계도는 과연 무엇일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희년이 가져다 준 새로운 설계도를 손 안에 쥐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애썼다. 그가 쥐려고 했던 손 안의 설계도는 ‘지난날 교회의 과오에 대한 인정과 사과’로 먼저 이뤄지는 듯했다.
그는 우선 지난 세기 동안 이뤄진 교회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세상과 화해의 길을 모색했다. 그는 「제삼천년기」 교서에서도 희년은 무엇보다 주님의 은총의 해, 죄와 벌의 용서의 해, 상반된 집단 사이의 화해의 해, 다양한 회개와 성사적·성사외적 참회의 해라고 했다.
희년의 기쁨 또한 무엇보다 죄의 용서에 기초한 기쁨, 회개의 기쁨이라고 말했다. 용서에 이르기 위해서는 진지한 양심성찰부터 시작돼야만 했다.
2000년, 베드로대성당에서 용서의 날 예식을 거행하며 그는 갈릴레이(지동설을 주장해 당시 교회의 재판을 받음) 사건을 비롯한 가톨릭교회 구성원들이 지나온 역사에서 잘못한 일들에 대해 ‘하느님의 용서’를 간절히 청했다.
제삼천년기의 또 다른 열쇠
▲ 대희년에만 열리는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대성당의 청동문. ‘AD2000 대희년, 그리스도는 어제도 오늘도 계신다’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이 적혀 있다.
실제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즉위한 1978년 이래 2002년까지 신자 증가율을 보면, 아프리카의 경우 무려 150%의 신자 증가율을, 아시아가 74%, 오세아니아가 49%를 기록했으며, 아메리카의 경우 라틴 아메리카의 신자 증가율에 힘입어 45%를 기록했다. 5%를 기록한 유럽의 경우와 비교되는 수치다.
수없이 이뤄진 여러 차례의 사목순방 가운데서도, 그가 아시아 대륙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던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제삼천년기 보편교회의 희망은 놀라운 복음화율을 보인 아시아 대륙에 달려있었던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 희망을 예견했고, 그 희망을 위해 평화와 화해를 전하며 지칠 줄 모르고 달려 나갔다. 그 사목순방의 여정 가운데 그가 우리나라를 두 번이나 찾았던 것은 제삼천년기 교회에 대한 희망의 열쇠를 우리 손에 쥐어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