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영문학과 교수이자 「살아있는 갈대」「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스칼렛」등을 번역한 뛰어난 번역가, 중·고등학생 영어 교과서 저자로도 유명한 장영희(마리아) 교수가 수필가로서는 첫 작품을 내놓았다. 고(故) 장왕록 박사의 딸로 더 유명한 장교수가 「샘터」에 연재돼 호평 받아 온 글들과 새 원고를 묶어 내놓은 첫 수필집 「내 생애…」은 저자의 체험 속에서 우러난 삶의 체취와 감상들이 따뜻하게 채색돼 있는 책. 시종 밝고 경쾌 하며 친근한 내용으로 엮어나가는 이 책은 교수라는 호칭에 맞지 않게 장난치기 좋아하고 틈만 나면 공상에 빠지는 천진 난만한 소녀 같은 저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갓난아기 때 소아마비를 앓은 후 줄곧 목발에 의지해 살아 가는 1급 장애인인 그는 장애인으로서 겪은 남다른 체험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사회의 편견에 칼을 대는 날카로운 지적들을 다채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이라면 떠올리는 암울하고 냉대 받은 아픈 이야기들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적절한 유머와 위트로 승화 시킨 저자의 문학적 재능과 여유는 읽는 이로 하여금 부족함이 또 다른 희망을 낳는 디딤돌이 됨을 새삼 깨닫게 한다.
<샘터/228쪽/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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