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관계 등으로 인하여 이사를 하게 되었다. 본당을 옮길 때마다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이었지만, 도봉동에서는 더욱 정이 많이 들었었나 보다. 지지난 주에 마지막으로 주일학교를 돌아보면서 가슴이 무겁게 저려옴을 막을 수 없었다. 꽤는 극성스럽게 뒤었던 주일학교 였었는데….
그러다 보니 그만 실업자(失業者)가 되고 말았다. 그런대로 꽤 오래 몸담아 온 주일학교였기에 지난주에 학생들과의 대화를 빼앗긴 채 미사만 참례하려니 마치 생애를 걸고 있던 직장에서 실직이나 당한 것 같은 허전한 심사였다. 어린이 미사가 끝난 후 어린이들을 따라 교리실 앞까지 온 나는 들어갈 곳이 없음을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도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대로 이 교실 저 방을 기웃거리며, 「한 교실에 학생이 너무 많군. 이쪽 교실은 비었는데 분발해야겠어. 저쪽 회의실은 왜 안 쓴다지?」습관적으로 보여지는 주일학교 일들, 교실들. 천진한 눈망울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그렇게도 절실하게 울려올 줄은 몰랐다.
다음주에는 신부님을 뵙고 말씀을 드려야겠다. 『주일학교를 위해 심부름이라도 맡겨 주십사』고. 어느 본당이든 주일학교 교사의 부족은 가장 심각한 현상 중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언제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나를 찾으셔서 『주일학교를 좀 맡아 주시오.』하시기를 기다릴 수 있겠는가? 무엇이 그렇게 잘 났다고 또 주일학교의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어린이들을 하느님 나라로 안내한다는 막중한 사명이, 커다란 부르심이 있는데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본당을 옮길 때마다 모든 봉사 활동을 포기하고 소극적으로 전락하는 교우들을 더러 본다. 심지어는 전(前) 본당에서 맡겨진 일 때문에, 먼 길을 다니며 신앙생활을 하는 교우들도 있다. 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인 줄 안다. 어느 본당이면 어떤가? 천주님 사업에 뛰어든 종에게 무슨 별다른 직책이 필요하겠는가? 거기에 무슨 높낮이가 있겠는가? 꼬린토전서 4장1~5절 말씀대로 종의 임무는 충성이다. 맡겨진 일에 충성 (fidelity) 만다 하면 그만이다.
주일학교를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인들 못하랴. 교장이면 어떻고 평교사면 어떻고, 그것이 아니면 급사면 어떠랴. 한 어린이라도 더 하느님 나라로 안내하기 위한 일인 것을.
주여! 말씀하소서. 당신 종이 여기 있나이다. 당신의 위대하신 사업에 조그마한 일부분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 주시고 힘주소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섬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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