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신학교 생활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은사 김 요셉 신부님이 해주신 오상 받으신 삐오 신부님 얘기는 라틴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라고 숙제를 내주셔서 더욱 잘 기억하고 있다.
삐오 신부님은 이태리 남쪽 산지 오반니로 통도 지방에서 1887년 8월 5일 태어났다.
1910년 8월 10일 신부가 되신 뒤 5년만인 1915년 9월 20일 두 손과 두발ㆍ늑방(옆구리)에 5상을 받으셨다. 틀림없는 5상이라고 확인된 것은 1918년 9월 20일의 일이었다.
그는 1968년 9월 20일 5상 받은 지 50주년을 치르고 이 세상을 떠나시기 바로 전날인 1968년 9월 20일까지 미사를 지내셨다. 그리고 자기가 예언한 대로 그 다음날인 9월 23일 고요히 눈을 감으셨다. 장례미사 때 사방에서 10만여 신자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삐오 신부님 이야기를 하려면 반드시 등장해야 할 사람이 있는데 GㆍRㆍ리 부인이라는 분이다.
GㆍR. 부인은 1905년 1월 18일「우딘」에서 탄생했는데 자기 아버지가 죽자마자 태어났다.
그리고 삐오 신부님이 자신이 태어난 이야기나 앞일에 대해서 말한 것이나, 또 삐오 신부님에 관해 한마디도 들은 일이 없이 성장했다.
이 부인이 태어나자마자 죽은 그 아버지는「풀랑마손」이라는 가톨릭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비밀 결사단의 단원이었다.
그 아버지가 생사를 오르내릴 때 이 비밀 결사 단원들은 가톨릭 신자, 더욱이 신부가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아버지 곁을 주야로 지켰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기 몇 시간 전부터 병상을 잡고 처절하게 흐느껴 울며 기도를 드렸다. 그의 어머니는 자기 장부가 회두하지 않고 최후 성사도 보지 못한 채 죽을까 봐 걱정걱정하던 터였다.
기구하는 동안에 느닷없이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프란치스꼬회 수도신부님이 한 분 병실로 들어오지 않는가? 부인은 놀랐다.
숨이 넘어가려던 병자는 그 신부님 손을 꼭 잡고 일생에 지은 모든 죄를 참회하면서 고백성사와 다른 모든 최후 성사를 받았다.
『주여 무한히 인자하신 주여! 이 죄인을 용서해주십시오.』
이것이 그의 마지막 기도였다.눈물이 병상을 적셨다.
부인이 신부님을 복도로 나가 배웅하자 물샐틈없이 병실을 지키던 결사 단원들은 깜짝 놀랐다.
신부님을 배웅하고 남편 곁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도무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어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남편이 종부성사를 본 것이 다행스럽기도 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는 어린 딸을 데리고 고향을 떠나「로마」로가 영주했다.
이 어린 딸은 아버지 얼굴도 못보고 아버지가 임종에 가까웠을 때 고고의 울음소리를 터뜨린 갓 난 아이였다. 어머니는 딸을 진실한 종교교육으로 키웠으나, 딸은 종교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과 자기 마음에 일어나는 갈등을 풀어 줄 영신 지도자를 얻지 못하고 고해신부조차 만나지 못한 채 육신은 그날그날 자라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1922년 어느날 오후「로마」의 베드로 대성전에 참배하러 갔다. 한편으로는 고백성사를 볼 채비를 하고. 제의실에 들어가 고백성사를 보겠다니까 제의 방지기가 곧 성전 문을 닫을 시간이라고 알려주었다.
『몇 분 안 남았지만 혹 어떤 고백성사를 줄 신부가 있거든 얼른얼른 성사를 보게나. 문은 곧 닫힐 거야』
제의 방지기가 당부했다.
이 아가씨가 이 말을 듣고 돌아서자 아주 젊은 프란치스꼬회 신부님을 만났다.
『신부님, 제게 고백성사 좀 주세요.』
아가씨의 부탁을 선선히 들어준 신부는 성전 왼편에서 두 번째 고백실에서 잘 봤다.
고백성사가 끝나자 이 아가씨는 평소에 해소하지 못해 답답했던 교리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구했다. 삼위일체에 대해서 묻는 아가씨에게 신부님은 그 나이와 지식에 알맞게 설명해 주었다
『아가씨, 빵을 만드는 과정을 봅시다. 빵을 만들려면 밀가루ㆍ이스트(누룩)그리고 물이 있어야지요? 빵 만드는 기술자는 이 다른 세 가지를 한데 버무려 반죽하지요? 그리고 한 덩어리씩 떼어 틀에 따로따로 놓아 각기 다른 덩어리의 빵이 되는 게 아니겠어요? 재료는 똑같지만 빵들은 다 서로 달라요 .이것이 저게 아니고 저게 이것들이 아니지요? 이 빵 얘기를 3위1체 교리에 비겨 보면 천주님은 근본 본체로는 하나이십니다. 그러나 빵 덩어리가 서로 다르듯 3위 도서로 달라요. 성부가 성자나 성신이 아니고 또 성자도 성신과 다른 것입니다. 알아듣겠어요. 아가씨?』젊은 프란치스꼬회 신부는 아가씨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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