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오늘 갈라디아서의 말을 빌리면「그리스도 안으로 들어간 사람」이요「그리스도에게 속한 사람」이다. 따라서「약속에 의한 상속자들」이다.(3ㆍ26~29)
오늘 예수께서 제자들에게『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꼭 같은 질문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하신다면 나는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일상의 삶 안에서 예수는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머리와 감상적 지식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베드로 사도가 대답했다.『하느님께서 보내신 그리스도이십니다.』세례를 받고 수없이 들오오고 기도하면서「그리스도」의 그 이름쯤이야 언제 물어와도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베드로사도 보다 더 잘 대답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머리로 하는 대답이야 컴퓨터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가 되랴! 오늘 복음 첫 귀절에서 예수께서는 혼자 기도를 드리신 다음『나를 누구라고 하더냐? 그리고 너희는?』하고 물으신다. 오늘 날 지식과 삶이 극도로 멀리있고 생각과 마음이 다르게 돌아가는 세상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진정 그분이 누구시라고 확연히 구체적으로 답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분은「고난을 겪고」「배척을 받으며」「죽는 분」이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 분을 따르려면「자기」를 버리라고 한다. 「자기」를 찾지 않으면 살수 없는 세상에서 왜 버리라고 하고 또 어떻게 해야「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결국 그 분을 위해서 목숨마저 내놓아야 정말 살게 된다고 하신다. 이 얼마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사람들의 사고와 거리가 먼 얘기인가! 예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을 그때에 제자들은 그 말씀을 깨닫지 못했었다.(루까 9ㆍ45)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은 누구이신가? 참 생명을 주시는 구원자이시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밝혀 주시는 계시자이시며 그 사명을 철두철미 완수하시는 분이시다.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어떠한 댓가이든지 치를 각오를 가지시고, 또 길제로 자기 생명을 바쳐서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받은 사명에 충실하셨다. 진정 인간이시고 하느님이신 그분은 마치 다리처럼 하느님과 인간인 우리들 이어주시고 나와 너를 이어주셨다. 그런데 자기의 목숨을 바치심으로 이 일을 해내셨다.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사랑의 극치의 행위-목숨을 내놓으시기까지-로 나타내셨다.
로마 군대의 엄청난 권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직 사랑으로, 섬김으로, 인내로, 온순과 가난으로 자기 사명을 다 하셨다. 예수님 당시나, 20세기 오늘날에나 사람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이 길을 택하시는 것이다.
그 분의 처절한 십자가의 죽음은 절대적 사랑의 행위이고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뜻을 나타내 보이시는 길이다. 그러기에 그 분의 죽음은 바로 우리 생명의 원천이 되고 우리 부활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을 지고 따라야 한다.』는 말씀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 말씀이다. 하느님의 자녀로서「상속자」가 되려면 말이다. 형제자매ㆍ부모ㆍ부부ㆍ친구 간에 직장 사회 국가 안에서 본당 공소 교회 단체 수도 공동체 어디에서나 언제나 이 말씀은 적용되는 것이다. 참 생명을 얻고 궁극적 평화를 얻으려면 섬기는 바보스러움과 패배처럼 보이는 순종, 무력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가난과 인내, 이것이 한없은 사랑을 넘겨주고 받을 수 있게 해준다. 「그리스도를 따르려면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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