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에게 6월은 근세에 있어 끔직한 사건을 잊을 수 없게 만든 달이 되어 버렸다. 6ㆍ25는 몇몇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생으로 확산돼 수많은 사람에게 아픔을 남겨 주었고 이제는 배가 지나간 뒤에 물이 다시 합치듯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민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많은 진리를 남겨 주었다.
자신과 자기 집단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결국 함께 사멸의 길로 갈수밖에 없다. 「함께」사는데 의미가 있다.
6월 마지막 주일에 우리는 주님께서 가시는 길 여정의 단호한 결단과 비장함마저 엿보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을 향하는 길의 출발점을 본다.
스승으로 나타나시는 그리스도, 그분을 따르려는 제자들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 역력히 드러나는 복음 말씀을 듣는다. 예수께서 당신 사명을 다하시기 위하여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겠다는 단호한 결정을 내리시고 출발하신다. 자기 자신의 축음을 예상하고서 이런 결단을 내리시는 그분의 마음에 성부께 대한 충실성과 자신의 헌신으로 이루어질 만민의 구원으란 큰 사랑이 없었다면 이러한 여정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성부 이외에 아무도 도움이 되지못했다.
제자들마저 이해하지 못했었다. (루까9ㆍ44~45)여정의 시초에서부터 배척을 받았다. 사마리아 사람들의 거부가 예수님 자신과 제자들에게 「인내」를 배우게 했다.『하늘에서 불을 내리게 할까요?』라는 제자들의 불끈한 증오심을 꾸짖으신다. 그분은 사람을 죽이러 오신 것이 아니라 살리러 오신 것이다. 남을 죽여서 자신을 보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예수께서는 자신을 내어 맡겨 죽으심으로 사람을 살리시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을 살리시려는 그분을 따르려는 사람은 온갖 불안정과 궁핍을 극복하려는 마음 자세를 지니지 않을 수 없다.
스승이신 분이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조차 없다』면 그분을 진정으로 따라가는 사람도 같은 처지를 이겨나갈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신자는 두말할 여지없이 그 생활 가운데에서 겪지 않으면 안 될 스승의 모범인 것이다.
고인 물처럼 안정만을 유지하려 들 때에 썩을 수 밖에 없는 결과를 맞을 것이다.
안정을 바라는 것이 우리네 마음이라면 스승 예수께서 보이시는 이「불안정」은 그 제자들에게 끊임없는 도전이 된다.
이 도전을 통하여 생명을 구하는 창조의 힘이 샘솟게 되는 것이다. 스승 예수를 따르기 위해 또한 마음의 상처도 그 제자들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부친 상(喪)치르기 마저 거부하시고 가족들과의 작별 인사 마저 허락하지 않음에서 오는 인간적인 마음의 상처도 극복할 수 있어야 하는 단호한 제자의 길을 보여 주신다. 모든 것으로 부터 자유롭게 되고 온전히 예수님과 함께 살고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을 통하여 세상에 생명을 주게 되고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크신지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재산ㆍ명예ㆍ권력으로부터의 자유, 마침내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이 하느님 나라의 위대함과 우리 생의 내부에서부터 용솟음쳐 나오는 기쁨, 평화를 보게 해준다.
하느님의 정의ㆍ평화ㆍ사랑 때문에 혼신을 다하는 신자들에게 하느님은 풍성한 사랑 안에서 생명을 주실 것이다. 『어디로 가시든지 당신을 따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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