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에 바람이 불고 있다. 때론 미풍으로 때론 강풍으로. 한국 교회 전체를 조금씩 조금씩 들뜨게 하고 있는 바람, 쉴사이없이 불어오고 있는 그 바람의 뿌리는 무엇인가? 최근 교황 요한 바오로2세 성하의 한국 방문 설이 표면화되면서 바람의 강도는 이미 멈출 수 없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고야 말았다.「교황 열기」그것이 바로 놀라운 열풍으로 변신, 불과 수개월 사이 한국 교회 곳곳을 흥분과 기쁨의 골짜기로 몰아넣은 바람의 모체, 그 뿌리이다. 교황 성하의 방한 설을 등에 업고 강렬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 2백주년의 열기가 최근 1백3위 복자들의 시성 가능성이 기적 심사 면제로 크게 표면화되면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거센 불길로 타오르기 시작한 현제 잠시 멈추어 서 뜨거워진 열기를 식히며 보다 먼 곳을 내다보아야 하는 바로 그때임을 느끼게 된다. 피밭 속에 움튼 신앙의 여린 싹이 우뚝 선 한 그루 나무로 자라난 것이 오늘의 한국 천주교회라면「뿌리 깊은 나루 바람에 흔들이지 않도록」견고한 뿌리를 내려야 하는 것이 2백주년의 과제라고 진단되는 이싯점, 김수환 추기경은『2백 살의 나이를 먹는 한국 천주교회가 교황 성하를 모시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의심할 수 없는 이 땅 최대의 축제이며 축복이 될 것』이라고 강조, 교황 성하를 맞기 위한 우리의 준비가 영적으로 완전히 성숙될 때 그 과제는 반드시 성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추경은『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정신적 지주이자 신앙의 보루인 교황 성하를 반드시 모시고자 하는 뜨겁고도 진한 열망에 한치라도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그분이 이 땅을 밟는다면 그것은 양떼를 찾는 목자의 모습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양떼를 찾는 목자」- 자칫 현상적인 것에 치우쳐 본질적인 핵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한국 교회 전체에 절실하게 요청되는 한마디가 아닐 수 없다. 본보는 교황 성하의 방한을 앞두고 초대 교황에서부터 교황 직과 교회와의 관계, 교황의 권위ㆍ수위권ㆍ교도권ㆍ교황의 지위 변천 과정ㆍ개신교와 교황ㆍ한국 교회와 교황 문제를 비롯, 어쩌면 내년 이 땅에서 뵙게 될 수도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과연 어떤 분인가? 그분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등 교황직 전반과 현 교황의 모든 것을 알아보는 특별 시리즈를 기획, 1백50만 신자들의 간절한 염원을 조용히 승화시키는 시간을 마련코자 한다. 다음은 교황 성하 방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교황 성하를 만난바 있는 김수환 추기경과의 특별 대답을 통해 교황 성하의 방한이 뜻하는 진정한 의미, 그리고 가톨릭교회의 신앙의 수호자,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모든 것을 알아보는 교황 특집 시리즈 첫 번째 기획이다.
일찍이 진리를 깨우쳐 진리를 선포하다 이 땅 최초의 순교자가 된 명례방 김범우. 그의 집터에서 움튼 이 땅의 교회는 시작부터가 생명을 요구하는 처절한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 순교의 터에 자리한 한국 천주교회의 상징이며 본산인 명동 대성당에서 최근 그 의미를 새롭게 느낀다는 김수환 추기경은『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은 죽기까지 그리스도를 증거한 우리 순교자들의 고귀한 순교 정신에서부터 참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스스로 진리를 찾고 배우다가 천주교 진리와 상봉하게 된 우리 선조들, 그래서 세계 교회사에서 유래가 없다는 자발적 믿음에 의해 세워진 우리의 교회.『이렇게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채 싹이 돋기 전부터 짓밟히고 파헤쳐지는 시련 속에서도 끈질기게 자라 온 것이 오늘 우리 교회의 모습』이라고 말하는 김추기경은『누가 나보고 2백주년을 기리는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핵을 지적하라면 두말할 필요 없이 순교자의 정신이라고 대답할 필요 없이 순교자 의 정신이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김추기경의「강론」이나「말씀」中에서 순교자들에 대한 부분을 찾아내는 것은 너무나 쉽다. 언급 부분을 찾아낸다기 보다는 거의 모든 내용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그만큼 우리 순교자들에 대한 추기경의 태도 속에는 뜨겁고 진한 사랑이 담겨져 있다.
『믿는다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했던 당시의 상황 속에서 순교자들의 삶은 삶의 순간순간이 순교의 삶이 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를 포함해서 오늘 우리가 만일 목숨을 내놓고 믿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글쎄요…』『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인가는 너무도 확실하다』는 김추경은『죽기까지 신앙을 간직했던 순교자들의 전인적인 믿음, 그 정신을 2백주년을 기해 부활시켜 나가는 것이 한국 천주교회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추경은 또『이 나라 이 겨례를 위해 봉사하는 겸허한 자세야말로 2백주년을 통해 한국 교회가 성취해 내야 하는 핵심 과제』라고 단호히 지적했다.『그런 의미에서 2백주년 행사는 빛 자체이신 그리스도를 따라 이 땅에 참 빛으로서의 교회 모습을 드러내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이 사회 안에서 한국 천주교회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순교자의 피, 신앙의 씨앗으로 시작된 한국 천주교회는 1세기가 넘도록 이어져 온 박해 속에서도 결코 그 맥이 끊어짐 없이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신앙의 자유를 찾은 것도 잠깐, 일제의 침략으로 짓밟힌 이 땅의 교회는 36년간의 암흑 속에서 한줄기 빛으로 그 맥을 이었다.
그러나 해방의 기쁨 뒤에 찾아온 조국의 분단, 6ㆍ25의 참변은 또다시 교회로부터 시련을 요구했으며 동족상잔의 비극은 이 땅의 교회 한 부분을 침묵의 교회로 만들어 버렸다. 한국 교회는 7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인간의 존엄성ㆍ사회정의 문제에 가깝게 접근, 또 다른 의미의 시련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렇듯 고난과 시련으로 이어진 역사적 사실에서 볼 때 한국 천주교회2백주년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때인가는 너무도 자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여기서 김추기경은『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 시대를 밝히는「참빛」의 모습』이라고 지적한다.「이 땅의 빛」그것이야말로 3백년 대를 향하는 한국 교회의 진정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전체에 빛과 희망을 주는 교회로서 교회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합니다. 자신을 완전히 열고 비우는 마음, 그것은 곧 그리스도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립비 2장의 말씀은 곧 2백 살이 되는 우리 교회의 모든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김추기경의 확고한 입장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뚜렷한 비젼이 없습니다.「정치」「경제」「사회」「문화」그 어떤 분야도 제자리를 찾고 있는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교회가 뚜렷한 방향ㆍ비젼이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도 마찬가지로 방황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김추기경은『특히 미래 사회를 이어갈 우리의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혼란을 겪고 있고 그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 주어야 할 기성 세대 또한 가치관의 부재 현상을 보이고 있는 현재 교황 성하의 방한은 우리 교회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 빛과 희망을 주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분이 우리의 소망대로 이 땅을 방문하신다면 그것은 더 할 수 없는 영광이며 축복이 될 것입니다. 가시는 곳곳에서 이 시대가 갈망하는 복음을 주시는 그분의 방한으로 우리 교회 1백50만 신자들은 부동의 믿음을 갖게 될 것이 너무나 확고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그리스도의 대리자ㆍ베드로의 후계자로 불림 받은 그분이 이 땅을 방문하시는 것은 바로 이 땅 모든 이에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주시기 위한 것』이라는 김추경은『우리의 기쁨과 슬픔ㆍ고통까지 함께 나누고자 오시는 그분은 특별히 북녘땅 침묵의 교회, 고통 받는 우리의 형제들에게 까지 그리스도의 참 평화ㆍ희망을 주실 것은 너무 분명한 사실』이라고도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을 우리는 여러 나라를 순방하신 교황 성하의 모습에서 이미 익히 보아 왔고 또 충분히 알고 있다.
추임 이후 양떼를 찾아야 하는 목자의 직분을 거듭 강조한 교황 성하는 주위의 염려를 뒤로한 채 당신을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시고자 하는 목자의 모습을 보여 왔다. 방문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갖가지 위험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던 교황 성하는 실제로 피격을 당하는 그 한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위험도 양떼를 찾으려는 교황의 사도적 원의를 중단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그분은 오히려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습니다. 그분이 얼마나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시는 분이 신지는 지난번 뵈었을 때 또 한번 깊이 느꼈습니다. 스페인을 방문하셨을 당시 피격의 위험을 다시 한 번 겪은 교황 성하를 주위에서 염려하자 그분은 지금이 바로 내가 온 세상을 다녀야 할 바로「그때」라고 말씀하시면서 어떤 위험ㆍ위기도 자신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셨습니다.』
김추기경은『자신을 송두리째 내어 주시면서 양떼를 찾으시려는 교황 성하의 깊은 뜻을 완전히 받아들일 때 우리는 교황 성하를 맞기 위한 자세가 완비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그 자세야말로 순교의 바탕 위에 세워진 우리 교회 모든 신자들이 2백주년에 지녀야할 근본정신과 완전히 일치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잠깐 2백주년을 준비해 온 우리의 자세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80년대에 들어선 2백주년의 준비는 해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그 강도를 더해 왔다. 2백주 준비는「사목 회의」「기념행사」「기념사업」「전신운동」으로 구분되면서 뚜렷이 골격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제 그 결실이 하나씩 표출되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교구 사목 회의가 이미 시작되면서 기념사업과 기념행사ㆍ정신운동이 각각 고유 사업과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현재『과연 우리의 2백주년은 이 땅에 모든 이와 함께하는 기쁨의 대축제로 준비되고 있는가? 혹시 우리들만의 축제로 준비하고 있지 않는가? 우리의 힘ㆍ능력을 과시하는 외형적 행사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고 김추기경은 지적한다.
김추기경은 최근『복자들의 시성을 위한 순교자 유해 순회 기도회가 신자들의 뜨거운 일치 속에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현상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라고 지적하면서도『과열된 분위기의 행사가 자칫 일반인들에게 불편과 피해를 주는 것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시성 시복에의 염원을 비롯, 2백주년의 모든 행사가 우리의 명예를 높이기 위한 것, 우리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 되지 않도록 거듭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1백50만 신자들의 의표를 찌르는 날카로운 지적이다. 뿐만이 아니다. 교황 성하의 방한 설이 대두되고 그 說이 사실에 가깝게 발전되고 있는 최근 교회의 관심은 온통 교황 성하 방한 쪽으로 집중 되고 있다.
뜨겁게 아무도 그 관심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우려되는 것은 다소 흥분하고 들떠 있는 분위기가 자칫「교황 성하의 방한이 2백주년 행사의 전부」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 김추기경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교황 성하께서 오신다면 그것은 2백주년을 맞는 한국 교회를 방문하시는 것이지 한국 교회가 교황 성하를 위해 2백주년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지적했다.「이 땅의 빛」으로서의 교회 모습과 역할을 되찾아야 할 2백주년이 교황 성하의 방한 열기에 가려져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는 염려이다.
물론 한국 교회가 교황 성하를 모신다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2백주년 행사가 곧 교황 성하의 방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발전하고 있는 듯한 현상은 자칫 2백주년의 참의미를 잊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 김추기경의 설명이다.
이렇게 한국 교회 전체를 흥분 속에 몰아넣고 있는 교황 성하, 그분은 과연 누구인가? 그 분에게 맡겨진 사명은 무엇인가? 김추기경은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의 교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 세상 모든 인간의 죄를 지고 가셨듯이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교황은 그리스도를 따라 이 세상 모든 이의 죄를 지고 가시는 분입니다.
즉 이 세계의 정신적인 지주로서 오직 모든 이를 위해 모든 것이 되셔야 하는 분이지요.』
최근 두 번의 콘클라베(교황 선거)에 참가했던 김추기경은『교황에 선출 되신 순간 요한바오로 2세 성하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특별한 선택을 받으신 분이며 또한 그리스도의 삶을 이어받아 우리 모두의 죄를 비고 가실 뿐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하면서『교황에게 요구되는 직분과 짐은 인간으로서는 지칠 만큼 크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특히 요한바오로 2세 성하가 추기경 시절부터 친분을 가진바 있는 김추기경은『교황에 선출되신 그 순간부터 큰 짐을 지고 가실 그분에 대해 인간적인 동정을 느끼기도 했다.』고 밝히면서『교황 성하는 어느 한순간도 자신을 위해 비워둠없이 오직 교회와, 그리스도, 온 세계를 향해 자신을 활짝 열고 계신 분』이라고 전했다.
『그분에 대해 특별한 기억을 갖게 된 것은 지난 81년 피격 후 2차 수술을 받으실 때 였습니다. 당시 상태가 악화돼 2차 수술은 생명의 위험이 동반되는 상황이었는데 의료진들이 집도를 망설이자 그분은 서슴없이 수술할 것을 원하셨습니다. 그분은 아무런 주저 없이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택하셨던 것입니다』
『이 같은 자세가 그리스도를 완전히 선택한 삶』이라고 표현하는 김추기경은『순간순간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를 완전히 선택하는 삶이야말로 모든 크리스찬에게 요구되는 크리스찬적 삶』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요한복음 15장에서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당신 안에 머물도록 강력히 요구하시고 계심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 말씀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따를 때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진정한 의미의 순교자가 될 것입니다.』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완전히 받아들이고 그분과 함께 살 때 비로소 참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역설하는 김추기경은『그러나 사실 나 자신도 다른 사람이 내게 하는 듣기 싫은 말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있다.』면서『그럴 때 내가 얼마나 그리스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나약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내가 평소 하느님 안에 산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고 반문한 김추기경은 요한의 둘째 편지1자의 말씀대로『하느님의 계명대로 사랑을 따라서 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뼈아픈 노력이 있어야 하는지 거듭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 교회가 2백주년을 맞기 위해 교회도 신자도 모두 부단한 반성이 선행 되어야 한다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뜻있는 이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다시 말해 새로워지기 위한 노력이 2백주년의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워 진다는 것은 앞에서 지적했듯이 우리가 빛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는 김추기경은『빛이신 그리스도를 우리 마음에 모시고 살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빛을 통해 빛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빛은 애덕을 사는 교회 모습으로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이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형제들에게 따뜻함과 신뢰를 주는 교회, 빛이 있는 교회라고 느껴질 때 교회는 존재의 의미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그러나 김추기경은『빛으로서의 교회 모습은 사랑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의 모습까지 받아들이는 것』임을 특별히 지적하면서『그 길은 바로 자아가 꺾이고 부수어지는「수난 의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리스도의 길, 어쩌면 그것은 교회 스스로에게 던져진 하나의 도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2백 살이 되는 한국 교회가, 자아가 무수히 짓밟히고 부수어지는 십자가상의 그리스도의 길을 택한다면 우리의 교회는 이 땅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찾게 될 것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이제 먼 훗날의 일로만 여겨졌던 2백주년은 불과 몇 개월 앞으로 다가섰다. 그만큼 2백주년을 준비하는 이들의 마음도 한결 다급해졌다. 그중에서도 교회 수뇌부의 조심스런 입장과는 별도로 1백50만 신자들의 마음은 오직 교황 성하를 맞고자 하는 열망으로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부풀고 있다. 과연 교황 성하는 이 땅을 방문하실 것인가? 역사적인 사실이 이 땅에서 이루어 질수 있을 것인가?
이 같은 물음에 대해 김추기경은『한국 교회가 교황 성하를 모시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러한 우리 교회의 염원은 이미 교황 성하께 전달됐다』고 말하면서『그러나 아직 교황 성하의 방한이 결정적으로 확정된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미 교황 성하의 방한 문제를 논의ㆍ검토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교황청을 방문한바 있는 김추기경은『방한 청원을 받으셨을 때 교황 성하는 그 청원을 매우 기쁘게 받아들이셨다.』고 전하면서『그분은 한국 방문을 하느님의 은혜로 생각하겠으며 하느님의 은혜로 그 방문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셨다』고 아울러 전했다.
조국 폴란드의 아픔을 통해 한국의 고통을 익히 알고 계시는 교황 성하는 하느님께서 한국 방문의 은혜를 주시도록 매일 기도한다고 하셨습니다. 한국 방문을 하느님의 은혜로 생각하시는 분, 또 그 은혜를 얻기 위해 열심히 기도하시는 그분의 모습에서 이 시대가 갈망하는 참 목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김추기경은『그러나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 정세와 그분의 건강 문제등 앞으로 여러 가지 불안한 요인들이 교황 성하의 방한을 어렵게 만들더라도 우리는 거기에 모든것을 걸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하고 현재 우리는 하느님께서 특별한 은총으로 교황 성하의 건강을 지켜 주시도록 열심히 기도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있는 최선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확실해졌다. 교황 성하께서 이 땅을 밟기 위해 기도하시는 한, 또 우리1백50만 신자들이 뜨거운 염원으로 기도하는 한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이 반드시 내려질 것을 믿고 그리고 기다리는 것이라는 것을.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