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최초의 한국인 사제인 복자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축일이 7월 5일로 다가왔다.1845년 사제품에 올라 이 나라에 복음의 빛을 전하고 양떼를 다스리는 목자가 된 김 신부는 박해의 거센 물결에 1846년 9월 16일 26세의 나이로 아낌없이 목숨을 내어놓은 거룩한 순교자이다. 그가 남긴 서한 중 특히 사형되리라고 확신이 생긴 이후 그가 아끼던 조선교인 들에게 마지막으로 다짐하고 남겨 두고 싶은 말들을 적은「회유문」은 김신부의 신심과 아울러 교인으로서 깨우쳐야 할 기본적인 교리 등을 자상하게 설명한 글로 더욱 유명 하다.창조주의 인간 창조 목적을 신자들에게 깨우치고 구세주의 구속으로 다시 얻은 부활의 영생을 우리기 위해 위기에 용맹하게 대처하고 우애 협력과 신망애 3덕을 강조한이 회유문 전문을 실어 한국 교회 2백년을 맞는 이 시대 시성에의 염원을 재 다짐해본다. (편집자 주)
교우를 보아라.
우리 벗아, 생각하고 생각할지어다.
천주 무시지시(無始之時)로부터 천지 만물을 배설(配設)하시고, 그중에 우리 사람을 당신 모상과 같이 내어 세상에 두신 위자(爲藉)와 그 뜻을 생각할 지어다.
온갖 세상일을 가만히 생각하면 가련하고 슬픈일이 많다.
이 같은 험하고 가련한 세상에 한번 나서 우리를 내신 임자를 알지 못하면 나 보람이 없고, 있어 쓸데 없고, 비록 주은(主恩)으로 세상에 나고 주은으로 영세 입교하여 주의 제자되니, 이름이 또한 귀하거니와 실이 없으면 이름이 무엇에 쓰며, 세상에 나 입교한 효험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배주 배은하니 주의 은혜만 입고 주께 득죄하면 아니 남만 어찌 같으리오.
씨를 심는 농부를 보건대 때를 맞추어 밭을 고 거름을 넣고 더위에 신고(辛苦)를 돌아보지 아니하고 아름다운 씨를 가꾸어, 발을 거둘 때에 이르러 곡식이 잘 되고 염글면 마음에 땀낸 수고를 잊고 오히려 즐기며 춤추며 흠복할 것이오, 곡식이 염글지 아니하고 밭 거둘 때에 빈 대와 껍질만 있으면, 주인이 땀낸 수고를 생각하고 오히려 그 밭에 거름 내고들인 공부로써 그 밭을 학대하나니, 이같이 주 땅을 밭을 삼으시고 우리 사람으로 삼으시고 강생 구속하여 피로 우리를 물 주사, 자라고 염글도록 하여 계시니, 심판 날 거두기에 이르러 은혜를 받아 염근 자 되었으면 주의 의자(義子)로서 원수가 되어 영원히 마땅한 벌을 받으리라.
우리 사랑하온 제형들아 알지어다. 우리 주 예수 세상에 내려 친히 무수한 고난을 받으시고 괴로운 대로조차 성교회를 세우시고 고난 중에 자라게 하신지라.
그러나 세상 풍속이 아무리 치고 싸우나 능히 이기지 못할지니 예수 승천 후 종도(宗徒)때부터 지금까지 이르러 성교 두루 무수 간난 중에 자라니 이제 우리 조선에 성교 들어온지 5ㆍ60년에 여러 번 군난으로 교우들이 이제까지 이르고 또 오늘날 군난이 치성하여 여러 교우와 나까지 잡히고 아울러 너희들까지 환난중을 당하니 우리 한 몸이 되어 애롱 지심이 없으며 육정(肉情)에 차마 이별하기 어려움이 없으랴. 그러나 성경에 말씀하시되 작은 털끝이라도 주 돌아보신다 하고 모르심이 없이 돌보신다 하셨으니 어찌 이렇다 할 군 난이 주명(主命)아니면 주상(主賞)주벌(主罰)아니랴.
주의 성의(誠意)를 따라 오며, 온갖 마음으로 천주 예수의 대장의 편을 들어, 이미 항복받은 세속 마귀를 칠지어다.
이런 황황한 시절을 다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더하여, 마치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 같이 하여 싸워 이길지어다.
부디 서로 우애를 잊지 말고 돕고 아울러 주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환난을 걷기까지 기다리라. 혹 무슨 일이 있을 지라도 부디 삼가고 극진히 조심하여 위주 광영(爲主光榮)하고 조심을 배로 더하고 더하여라.
여기 있는 자 20인은 아직 주은으로 잘 지내니 설혹 죽은 후라도 너희가 그 사람들의 가족들을 부디 잊지를 말라.
할 말이 무궁한들, 어찌 지필로 다하리. 그친다.
우리는 미구에 전장에 나아갈 터이니 부디 착실히 닦아 천국에 가 만나자. 마음으로 사랑하여 잊지 못하는 신자들에게 너희 이런 난시(難時)를 당하여 부디 마음을 허실히 먹지 말고 주야로 주우를 빌어 삼구(三仇)를 대적하고 여등의 영혼 대사를 경영하라.
이런 군난 때는 주의 시험을 받아, 세속과 마귀를 쳐 덕공을 크게 세울 때니, 부디 환난에 눌려 항복하는 마음으로 사주구령사(事主救靈事)에 물러나지 말고 오히려 지나간 성인 성녀의 자취를 만만 수치(修治)하여, 성교회 영광을 더으고 천주의 착실한 군사와 의자(義子)됨을 증거하고 비록 너의 몸은 여럿이나,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참아 돌보고 불쌍히 여기며, 주의 긍련하실 때를 기다리라.
할 말이 무수하되, 거처가 타당치 못하여 못한다. 모든 신자들은 천국에 만나 영원히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입으로 너희 입에 대어 사랑을 친구(親口)하노라.
부감목 안드레아
세상 온갖 일이 막비주명(莫非主命)이오 막비주상주벌(莫非主賞主罰)이라. 고로 이런 군난도 역시 천주의 허락하신 바니, 너희 감수 인내하여 위주(爲主)하고 오직 주께 슬피빌어 빨리 평안함을 주시기를 기다리라. 내 죽는 것이 너희 육정(肉情)과 영혼 대사에 어찌 거리낌이 없으랴. 그러나 천주 오래지 아니하여 너희에게 내게 비겨 더 착실한 목자를 상 주실 것이니 부디 설워 말고 큰 사랑을 이뤄 한 몸같이 주를 섬기다가 사후에 한가지로 영원히 천주 대전에 만나, 길이 누리기를 천만 천만 바란다.
잘 있거라.
김신부 사정 정표
♣정정
본보 7월 3일자(제1362호) 8면에 게재된 복자 김대건신부 회유문 본문중「은혜를 받아 염근 자 되었으며 주의 의자로서 원수가 되어」는「염근 자 되었으면」과「주의 의자로서 원수가 되어」사이에「주의 의자로 천국을 누릴 것이오, 만일 염글지 못하였으면」의 1행이 탈락된 것이므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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