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요즘 토요일 오후 네 시 반에 전화로 상담하는 한 어머니는 늘 마지막 인사를 이렇게 맺고는 끊는다.
이 엄마의 외아들 훈이는 전자오락에 중독이 되어 중병을 앓고 있는 중이다.
『주일 헌금을, 헌금 통에 손을 넣기만 하고는 내지 않았다고 고백했을 때는 눈앞이 암흑세계로 변했지요.「설마」했는데 훈이는 전자오락실에 가기 위해서는 어떤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게 해치운다는 걸 알고는 저는 까무러칠 것 같은 느낌뿐이었습니다』
첫 번 전화에서 이 여인은 남편과 함께 거울이나 액자 등속을 판매하는 자그마한 가게를 갖고 있고 국민학교 4학년에 다니는 외아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바로 그 아들 훈이 때문에 갑자기 천지가 무너지는 듯 한 충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손님이 와서 사업상의 긴한 얘기를 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자장면을 사 먹고 오겠다고 해서는 그 돈을 가지고 곧장 전자오락실로 달려가서 밤늦도록 귀가를 하지 않는 훈이. 학교에 납부해 야할 돈일지라도 일단 훈이의 손에 들어간 다음엔 그 용도가 전자오락으로 바뀌고 말았다.
숙제를 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과일을 주려고 보니 이미 훈이는 나갔고 텅 비어있는 방은 허탈감만 주었다. 숙제의 답은 한결같이<가>난에 동그라미가 쳐 있었고 필통도 열린 채 뒹굴고 있었다.
드디어 이 엄마는 매를 들기 시작했다. 점점 심하게 때렸고 말로 타이르는 대신 매로 다스렸다.
『선생님의 말씀이 맞아요. 저는 이제 습관이 되었어요. 제가 지칠 때까지 때리게 되었답니다.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지나치게 때리고 있답니다.』
그 엄마는 아주 길게 흐느껴 울었다.
나는 울도록 내버려 두었고 그리고 울음이 그치기를 시작했다.
그 아들 훈이는 학교에서 곧장 전자오락실로 가기도 하고 집에 왔다가도 어느 틈에 빠져 나갔다.그리고는 저녁밥도 잊은 채 밤늦게 돌아와서는 매를 맞고 울면서 잠자리에 드는 것이었다.
넘어져서 깨진 상처를 치료하듯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서 아물기만을 기다리는 방법일 수가 없는, 애매하고 지루한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지난주에 말씀하신 대로 일주일 동안을 때리지 않았어요. 수요일이었지요. 그날 너무 화가 나서 빗자루로 종아리를 때리다가 선생님과의 약속이 제 머리를 내리치듯이 흔드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중단했습니다.』그 엄마가 할일은 맨 먼저 훈이를 때리지 않는 일이었다. 아무리 훈이 녀석이 엉뚱하게 굴었어도 절대로 때리지 않기로 한 약속이었다. 아울러 공포감이 도는 큰 꾸중 소리도 금했다.
그리고 훈이가 요구하면 전자오락실을 같이 가도록 했다. 돈만 몇 푼주는 게 아니고 훈이의 손을 잡고 가서 같이 오도록 했다. 그리고는 훈이가 좋아하는 자장면도 사주면서 훈이의 마음을 엄마께로 돌려지도록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엄마가 한 말은 훈이와 꼭 약속을 지키는 인상을 주도록 했다.
가게에 아버지 식사를 나르는 일은 훈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외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게가 집과 분리된 이상 훈이가 드나드는 일도 통제해 야함도 역설했다.
『훈이가 큰 돈은 아니지만 돈 통을 넘보는 건 사실입니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일주일 동안 훈이의 오락실 용돈은 너무 크게 드러났다.
그래도 훈이가 정직하도록 만들고자 이끌어 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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