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金泉)본당 순방을 마친 드망즈(安世華) 주교는 이번 사목순시의 마지막 방문지가 되는「가실」(洛山)본당으로 가기위해 1912년 1월 22일 김천에서 경부선 하행열차로 왜관역에서 하차하셨는데 이날 왜관역에는 교구경리부장 제르만 뮈세(文濟萬) 신부와 가실본당 제4대주임 힙뽀리도 소세(H.Sa-ucet 蘇世德) 신부가 마중 나와 있었다.
왜관 서남15리 거리에 있는 낙산(洛山)은 당시의 행정구역으론 칠곡군(漆谷郡) 노호면(盧湖面) 노호리였는데「가실」은 갈밭(盧湖)이란 뜻이다. 경상북도의 서남부에 위치하여 둘레가 거의 산으로 둘러싸여 서북에는 금오산(金烏山)이 동쪽은 가산(架山) 북쪽은 천생산(天生山) 중앙에 유학산(游鶴山)이 있어 많은 계곡으로 평야가 협소하고 낙동강이 남북으로 관류하여 강(江)유역에 약간의 평야를 형성하고 있는 칠곡(漆谷)은 옛날 팔거현(八居ㆍ八거縣)이며 이웃 인동현(仁同縣)과 병합되어 칠곡군이 되었다.
낙동강변의 한적한 마을 낙산에 「가실본당」이 설치된 것은 1890년대의 교통사정때문이였다. 철도가 부설되기전에는 육로(陸路)보다 강의 수로(水路)를 이용, 온갖 물자가 교역되는 주운(舟運)이 수송의 대종이었으므로 포구(浦口)와 나루(津)터가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낙동강의 뱃길은 부산 하단포(下端浦)에서 길을 거슬러 구포(龜浦) 삼랑진(三浪津) 고령의 개포(開浦) 화원의 사문진(沙門津) 왜관 상주(尙州)를 거쳐 안동의 영호진(映湖津)에 이르는 8백리길이었는데, 그사이에는 지방마다 수많은 포구와 나루터가 있었고 많은 광선(廣船)이 내왕했다.
낙산은「신나무골」(蓮花洞=박해시대부터 전교 신부들의 은신근거지며 大邱敎會의 요람지)에서 옛길로 약25리, 대구의 「새방골」(송골=대구의 첫임시본당)과는 하빈(河濱)을 거치는 옛길로 40리되는 지점이며 선착장이 있어 부산이나 또는 북으로 상주ㆍ안동 등지로도 갈 수 있는 교통이 편리한 곳이었고, 또 왜관에는 신자가 없었는데 낙산에는 이때 김희두(金熙斗=베드로) 회장과 그 형제 김경두(金璟斗=도마) 김철두(金哲斗=가밀로) 세 집안을 비롯하여 강응문(姜應文=레오) 장한봉(張) 회장과 전씨(全敬祚神父) 및 이필경(李弼景=안드레아) 신부 집안 등 여러교우들 집안이 살고있는 고장이었으므로 1894년 「가실본당」이 설정된 것이라 한다.
첫 본당신부로 부임한 가밀로 빠이얏스(C.Paiha-sse 河敬朝) 신부는 기와집 한 채를 매입하여 본당으로 삼아 정착했는데 집을 살 때 김희두 회장 명의로 했기 때문에 (當時 外國人名儀로 不動産을 살 수 없었으므로) 김 회장의 집을 교회에서 사들인 것으로 잘못 전해지고 있다.「가실」본당은 신앙자유의 여명기에 설립된 오랜 본당으로 김천과 영천ㆍ용평본당이 설립될 때까지 담당 전교지역은 너무 넓었다. 초대 빠이야스(河)신부는 2년 후 전임되고 방인(邦人) 김성학(金聖學=알렉시오) 신부가 제2대 주임으로 약 5년간 사목하다가 김천으로 전임되었다. 제3대주임 알퐁소ㆍ조유아(A.Joyan 玉裕雅) 신부가 1901년부터 6년간 전교하다가 1907년 1월 12일 병으로 선종한 뒤를 이어 소세(蘇世德) 신부가 부임하여 사목을 맡고 있던 때였다.
1909년에서 1910년 당시의 가실본당 교세는 신자총수 1천6백11명인데 소속공소는 35개처나 되었다.
안 주교님 일행은 1월 24일「가실」을 출발, 왜관에서 남행열차로 대구로 환당하셨는데 주교좌를 제외한 영남지방 6개본당 첫 사목순방을 끝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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