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주일학교 학생들이 나에게 붙여준 별명이「호랑이 선생님」이다. 미사시간중에 떠들면 험한 시선을 보내고 미사에 늦으면 잔소리, 미사가 끝나고 주일학교를 하지 않고 뺑소니를 하려면 꼭 성당입구에 버티고 서서 못 가게 하는데다 인상까지 험하니「호랑이 선생」이란 별명도 크게 잘못은 아니리라.
처음에는 『학생들이 아빠더러 호랑이 선생님이래』라고 전하는 딸애의 말을 듣고『내가 어린이들을 사람으로 대하려고 애썼는데 왜 나를 무섭다고 할까?』하며 주제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고민(?)도 했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고 또 한 두 사람의 호랑이는 필요하지 않겠는가 자위를 하면서 결코 나는 물러설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이 드는 줄은 몰라도 나누는 줄은 안다고 했던가?
호랑이 선생이 도봉동을 떠나던 날이었다. 주일학생 몇 명이 다가와서 무엇인가 잘 포장된 것을 쑥 내민다. 깜짝 놀라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는 대답도 없이 『선생님! 그동안 고마왔읍니다』하며 다소곳이 머리를 숙인다.
나는 그만 콧등이 시큰해옴을 느끼며 할 말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기념품과 함께 곱게 쓰여진 글씨『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영적 선물로…. 도봉동 주일학교 학생일동』이라고 쓰여 있었다.
세상에 이보다 더 귀한 선물이 또 있으랴 싶었다.
한 순간 주일학생들의 얼굴이 한꺼번에 다가왔다. 처음 교리 경시대회에 출전하여 1등을 한 마리아를 안고 펄펄 뛰던 모습들, 응원가를 부르며 다락원골짜기를 흔들던 운동회 때의 모습 등 모든 얼굴들이 엉겨 가슴에 뜨겁게 젖어온다.
나는 17년간 교직에 몸담으면서 교직을 택한 것을 후회한 일이 없듯이 18년간 주일학교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별로 후회해본 일이 없다. 세상에 어느직보다도 교회의 어느 일보다도 주일학교 일은 보람 있는 일임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의 장래는 주일학교에 달려있다.
가장 예민한 학생시절에 하느님을 심지 못하면 영원히 하느님과는 멀어질 것이다. 바로 이것이 주일학교의 소임이라고 나는 항상 강조하고, 또한 이것이 나의 신조가 되어버렸다.
그러길레 내 젊음이 다하는 날까지 주일학교를 위해 몸 바치겠노라고 감히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주님! 죄인을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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