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재산으로 치부할 수 없다」고 하는 원리원칙에 의해서 또한 정의의 질서에 의해서 도둑질 그 자체는 어떤 모양으로든지 죄가 된다.
도둑질이 저지르는 죄의 경중은 피해자가 당하는 피해의 경중에 비례된다. 그러나 그것이 대죄인가? 소죄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는 단언하기가 극히 어려운 상황윤리의 문제도 있다.
시대적인 풍조와 사회적인 여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방적인 윤리신학자들의 견해는 「주인이 자기 가족과 함께 하루 생활하는 생활비를 도둑하면 대죄가 된다」고 한다. 예컨대 품팔이하는 노동자가 하루 2천 원을 버는데 그 2천 원으로 하루를 살아야한다고 했을 때 그 노동자의 하루 품값 2천 원을 훔치면 대죄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둑질이 범하는 죄의 경중은 그 액수와 피해자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부잣집 돈을 수천 원씩 매일 훔칠 수 있는가? 다시 말해서 그 액수는 그 생활수준에 비해 너무나 작은 것이기에 소죄에 불과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를 걸수도 있다. 어쩌다가 부잣집 돈 몇 천원 훔친 것은 대죄라고 할 수 없지마는 그것이 되풀이되어서 큰 액수가 되면 역시 대죄가 된다.
그러나 소죄가 모여서 대죄가 되는 원칙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남에게 끼친 손해의 액수를 보아서 대죄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애들이 아버지 어머니의 돈주머니에서 훔친 죄는 경죄에 속한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 그 돈은 자식에게 허용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내가 남편의 돈을 끌어내는 것도 마찬가지로 경죄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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