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이 아직 덜 식었지만 서서히 물러서고 있는 때이다. 주일을 맞으면서 일상에 묻혀 살던 마음을 다시 가다듬어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같은 믿음을 가지고 열성적으로 살고 있는 성도(聖徒)들과 함께 성당에 모여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도록 하자. 그리고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베풀어 주신 크고 작은 은혜와 보살펴 주신 하느님과 이웃에게 감사를 함께 드리도록 하자! 혼자 외로운 신앙생활은 가끔 힘을 잃기가 쉽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은 거만을 부리는 교회공동체에 속해있으면서도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지 않고 이기적 자만심 가득히 살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힐책하시는 한편 사방에서 누구든지 구원의 잔치에 초대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예수께서「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이다. 동족인 유대인들에게 거부되고 그 「예수살렘」에서 마침내 전격적인 거부의 결과로 십자가상의 죽음이라는 극단의 길로 예수를 몰아넣을 것이다.「예루살렘」으로 가시면서 「동네와 마을에서 가르치셨다」. 자기들만 구원될 것이라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자만으로 가득차서 살고 있던 유대인들에게 구원은 유대인이면, 아브라함의 자손이면 거저 자동적으로 받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신다.『선생님, 구원받을 사람은 얼마 안 되겠지요?』하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신다『사실 많은 사람들이 구원의 문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있는 힘을 다하여라』주인과 먹고 마실 때에 한 자리에 있었다는 것, 동네에서 가르치실 때에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빙자해서 구원의 문을 통과하려드는 사람이 많겠지만 어림도 없다는 말씀이다.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명목만으로도 어림없다는 것이다. 다분히 논쟁적이다. 그리스도인이라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이른바「이름만 올리고」세례는 받았지만 일상생활 가운데 이웃과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 자녀다운 생활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예수께로 부터 같은 말씀을 듣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 그리스도 자신이 걸어가신 길을 따라 좁은 문을 통과할 수 있는 생활을 하라고 하신다. 세례를 받고 피상적인 교회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저절로 구원의 문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나의 생활 중에 그리스도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자신을 위해 내어놓는, 자신에게 죽는 길이요 분명 좁은 문으로 가는 길이겠다. 구원은 하느님의 도우심과 우리 각자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 질것이다.
오늘 복음은 유대인이건 아니건 예수님과 함께 않아 육체의 눈으로 그분을 뵈었거나 아니거나 사방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참여할 것이라는 「좋은 소식」을 전한다. 구원으로 가기위해 자만과 안일 가운데 사는 이들이 통과해야할 문은 좁겠지만 그 말씀을 따라 사는 사람이면 어느 민족 어떤 지위 어떤 신부에 있든지 구원의 잔치에 참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교회를 통하여 하늘나라 잔치에 초대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는 다시 이웃에게로, 주위사람들에게로 파견되었다. 우리만이 구원받는 특권을 받은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초대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봉사자들이 바로 그리스도인인 우리이다. 성년 2백주년을 맞고 있는 우리는 하느님의 넘치는 사랑의 초대 소식을 한껏 널리 전하는데 정성을 쏟아야겠다.『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전하라』(층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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