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내、옛부터 박해속에 이 고장을 삶의 터전으로 아니 한국의 까따꼼바로 여기고 8도 강산에서 우리 신앙선조들이 숨도 크게 못 쉬고 숨어살던 이 거룩한 땅 골짜기마다 밭을 일구던 화전민들의 괭이 끝에 묵주ㆍ패ㆍ십자가ㆍ제의들이 나왔던 순교의 산실 미리내.
곧 성인이 될 오베드로(오매트르) 신부(1866년 3월 30일 순교)와 제천(제원군) 배론신학교 교수 박니꼴리 신부(1866ㆍ3ㆍ11 순교)가 모진 박해 속에서 엉겅퀴와 가시밭길 4㎞의 산골짜기를 방갓차림으로 찾아주던 미리내에 성당이 처음 세워진 것은 1907년의 일이다.
1896년 4월 26일 민아우구스띠노 주교의 집전으로 국내에서는 최초로 사제서품을 받은 3명 가운데 강도영(마르꼬) 신부가 첫 미리내 본당신부로 임명을 받아 부임길에 올랐다.
미리내를 가자면 바로 개울을 건너야만 하는데 33세의 젊은 선비 강마르꼬 신부는 체면불구하고 구두를 신고 수단을 입은 채 개울을 건너자 빨래하던 아낙네들은『아이고! 저작자 좀 보소 신신고 두루마기입은채로 저렇게 철버덕거리며 개울을 건널게 뭐람』하며 놀려댔다.
이렇게 부임한지 얼마 안되는 1906년 강 신부는 이때만 해도 심산궁곡인 미리내에 성당건립을 위해 두메산골에 붉은 벽돌성전은 안 된다는 민 주교의 거절에도 계속 성전건립 허락을 요청하는 편지로 마침내 벽돌대신 돌을 주워 성전을 지으라는 하명을 받았다.
그날부터 강 신부는 매일 평일미사와 주일미사의 강론을 통해 누구든지 미사참례하러 올 때는 돌、돌、성전지을 돌을 가져오라는 돌강론을 외쳤다. 그 때부터 미사참례때는 여기저기서 가져온 돌이 산을 이루었다.
공사를 시작한지 1년만인 1907년 돌로 만든 아름다운 성전이 신자들의 환호성 속에 완성됐으나 시멘트도 없이 조선백회로、철근도 없이 대들보를 걸치고 육중한 기와로 지붕을 덮은 중국인 기공들의 어설픈 공사로 이 성당은 지은지 3년째되던 1911년부터 날이면 날마다 돌벽과 담이 쩍쩍 갈라져 갔다.
서울 민 주교님에게 협조를 구하니 자기가 저지른일 자신이 수습하라는 냉정한 태도요 성당은 이태리 피사의 사탑과 갈이 비스듬히 넘어가는데 나날이 그 각도가 더 심해지면서 밤이면 천정이나 벽에서 돌 떨어지는 쿵쿵소리에 강 신부의 넋도 함께 쿵쿵 떨어져갔다.
부실공사로 점점 더 기울어져 가는 성당을 보고 강 신부는 어느 날 밤 감실 앞에서 수단을 벗어놓고 꿇어앉아『주님 갓 신부된 제가 처음으로 주님의 성전을 하나 지었다는것이 저렇게 밤낮을 쿵쿵거립니다. 교구청을 바라봐야 찬물만 끼얹고 교우들은 마음은 있으나 능력이 없고 저는 내양들에게 신용이 떨어졌으니…주님 장차 이 어리석은 목자 마르꼬는 어디로 가리이까?』라며『주여 이제 제가 갈 길은 다시 저 험악한 세속으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습니다』고 통곡했다.
감실 앞에 수단을 갖다놓고 실컷 울고 돌아선 청년 강 신부는 마지막으로 민 주교님에게 피눈물이 배어나는 작별의 편지를 파발꾼편에 써부치고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저는 이렇게 수단을 개어 감실앞에 고이고이 바치고 세속으로 떠나갑니다.
부디 주교님! 안녕하시옵기를 세속에 나가서도 빌겠습니다.
불초 마르꼬 강도영 돈수재배!』라는 강 신부의 편지를 받은 주교댁은 갑자기 소연해졌다.
『국내에서 서품받은 첫 사제가 돌성당때문에 세속으로 돌아간다니…』 편지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민 주교는『내 불찰이지 내가 아버지 노릇을 걱정ㆍ책망ㆍ위협ㆍ공갈로 다하는 줄 알았더니』하며 교구청 재무부장 우일모(바오로) 신부를 미리내에 파견키로하고 강 신부에게 우 신부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내를 떠나지 말도록 급히 사람을 보냈다.
우 신부에게서 현장시찰보고를 받은 민 주교는 교구예산에서 미리내성당을 오늘의 모습으로 재건해 주었으며 강도영(마르꼬) 신부는 1929년 3월 12일에 66세를 일기로 성직자로서 생을 마치고 복자 김안드레아 신부님 무덤 좌편에 길이 잠들고 계신다.
이 비화는 이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으로 내가 신품받게 될 무렵 어느 피정 때 우리 본당신부님이셨던 강 신부님께서 눈물로 그 당시를 회상하며 이 영원한 비밀을 나에게 들려주신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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