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된 시간에 전화가 왔다.
『이제 막 들어오는 길입니다』
높은 음정으로 말하는 AㆍB의 어머니는 어떤 일을 잘 치른 듯한 그런 여운을 주고 있었다.
AㆍB는 쌍둥이 자매다. 성격이 서로 대조적이나 사이가 좋은 고등학교 일 학년생이다.
A가 온순한 언니인데 비해 동생 B는 활달한 성품답게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곧 이성친구가 늘어났다.
A는 동생의 그런 모습을 아무런 평가 없이 관망하는 태도였다.
자녀들과 평소 대화를 자주 나누는 어머니는 B의 남자친구들이 어떤 아이들이라는 것도 잘 안다고 했다.
그중의 한 아이는 알고 보니 여고 동창의 아들이라는 것도 얘기했다. 그 아이들의 전화가 오면 아는 체도 해가며 이 어머니는 B와 연결시켜주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름방학이 가까와지는 어느 날 이 어머니는 우연히 A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탈 없이 제 할 일을 잘하는 A라고만 생각해왔는데.
그래서 쌍둥이건만 언니는 다르다고 그 부모는 내심 대견하게만 여겨왔다는 것이다.
『B는 유치하게 남자아이들을 사귀는 것 같다. 충고를 해주고 싶지만 엄마도 그러는 B와 함께 들떠 있기 때문에 그만두기로 한다. 어떤 때는 한심스럽기도 하다…』
뭐 그런 내용인데 이 엄마는 그 다음 날의 일기를 보고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A는 미술과목의 총각선생을 너무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 선생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끝내주게 매력적이며 약간 더듬는 말이 또한 마음이 끌린다는 등이었다.
공부 잘하고 의젓한 내 딸이?
마침 찾아 온 동창생으로부터 이 전화번호를 듣고 거노라던 AㆍB의 어머니의 첫 번째 전화목소리는 쨍-하는 고음이었다.
쌍둥이 자매 아래로 딸이 하나 더 있는 이 젊은 어머니는 딸이 무슨 일이나 저지른 게 아닌가하는 두려움 때문에 한없이 목소리가 높아만 갔다.
『선생님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은 엉뚱한 데가 있다던데요.』
『이런 비슷한 얘기도 많이 상담하시나요?』
『이 아이들은 쌍둥이기 때문에-』
『제가 모르는 척 해야겠지요?』
내가 대답할 사이도 못 참고 흥분한 이 엄마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어찌 이 엄마뿐이랴 믿었던(?) 딸의 비행(?)을 알게 되면 모든 엄마들은 이렇게 당황하기 마련이다.
엄마의 말대로 주일에 교회에서 남자아이들과 스스럼없이 농담하는 B는 그 또래의 이성친구와 아무런 갈등이 없이 잘 지내는 아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내성적인 A가 이런 B를 닮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으로 보는 데 있다. A에게 자극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A는 연상의 이성에게 연정을 갖고 있으니 쉽게 넘길 수는 없었다.
엄마가 A의 비밀을 다 알고 있다는 태도를 가져서도 안되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B의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인 남자친구와의 교류를 단칼로 베듯이 금지시킬 수는 더욱 없는 일이었다.
복장 자율화로해서 마련해 준 옷들을 AㆍB는 자연스럽게 번갈아 입으며 사이좋게 등교하는 자매를 배웅하는 이 엄마는 초조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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