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K 사무차장 겸 「경향잡지」주간인 趙光鎬 신부의 성화(聖畵) 개인전이 10월 21일부터 27일까지 1주일간 서울 안국동소재 동덕화랑에서 열린다. 신학생 시절부터 17년간 꾸준히 동양화 수업을 쌓아온 조 신부는 10여 년 전부터 구상해온 「그리스도 수난도」를 주제로 전시회를 갖게 된다. 조 신부가 첫 번째 개인전인 이번 작품전시회에서 선보이는 목판과 굵은 밧줄을 소재로 한 유화 14처상은 종교화 불모지인 한국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 신부는 이번 개인전에서 14처상 외에도 수묵화(水墨畵) 수난도 26점 등 40점의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조 신부의 개인전 개장식은 10월 21일 오후 5시인데 다음은 조 신부의 「그리스도 受難國」에 대한 미술평론가 오광수씨(국립현대미술관 전문위원) 평이다.
회화가 순수한 감상의 기능만을 확대한 근대 이후, 종교적인 테마의 작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물론 戰後에 와서도 몇몇 뛰어난 예술가들에 의해 종교적 숭고함이 예술로서 꽃 피워진 예는 없지 않지만, 중세의 많은 무명 예술가들이나 자신의 명예를 예술을 통해 드높일 수 있었던 르네상스의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에 비하면 확실히 현대는 종교화가 없어진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그러한 종교적 테마를 통해 자신의 현실을 의역할 수 있었고, 또 그것의 제작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고백할 수 있었던 형식이 없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종교화가 사라졌다고 해서 종교가 없어진 것도, 신앙이 없어진 것도 아니다. 다만 종교화가 특수한 기능을 띠고 작용되었던 시대와 현대가 달라져있을 뿐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현대에 제작된 일련의 종교화를 대하면 이상하게도 거부반응이 먼저 일어나게 되는데, 물론 이는 나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듯하다.
어딘가 모르게 시대 낙후적인 인상을 갖게 되는 것은 아마도 저 뛰어난 종교화 시대의 그것에 비교해서 현대의 그것이 초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케일이나 형식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메시지로서의 감동이 그만큼 비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조광호 신부의 아뜰리에이자 거처인 수도원을 찾아갈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상식적인 종교화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시도하고 있고 제작해 놓은 일련의 작품들의 제작메모를 경청하면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종교화가 건재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다지게 되었고, 결코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할 수 없는 거칠면서도 강인한 표현의 전개에 섬찟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그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레리프형식의 「그리스도 수난도」는 형틀처럼 보이는 목판과 굵은 밧줄의 꼬라쥬와 그 속에 각인한 이미지가 거의 처절하리만큼 서로 옭아매어 고통에 몸부림치는 상형을 펼치고 있었다. 어떤 형식에도 구애되지 않고, 어떤 기술적인 배려도 고려되지 않은 듯 한 표현과 구사는, 어떤 완벽한 형식이나 기술보다도 더욱 숨 가쁜 강인함을 전달해 줄 수 있었다고 본다. 여기에 바로 종교화가 갖는 오늘의 의미 같은 것을 그가 추적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또한 그가 지금까지 지속해 온 水靈에 의한 일련의 「수난도」역시 형식에 구애되지 않는 활달하고도 자유로운 표현이 지배되고 있다. 몹시 상징적이면서도 표현적인 요소가 그의 전체 작품 속에 관류하면서 의미 있는 조형 언어를 구사해 주고 있음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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