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복음 선포」이것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이 필요 없다. 도리어 지면이 아깝고 정력이 아깝다. 한국교회 2백주년을 앞에 두고 진정 가슴에 얹고 정직하게 그리고 겸허하게 오늘의 전교현실을 생각해보자!
먼저 자기도취와 환상에서 깨어나자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선교사업의 결과를 보자! 통계에 의하면 전 국민의 3ㆍ4%라고 한다. 이것을 분수로 표현하면 삼십분의 일이다. 다시 말해서 90명이 있으면 천주교신자는 겨우 세 명밖에는 안 된다는 소리이다.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한다. 30분의1이란 숫자는 극히 소수의 집단이다. 대중은 아직도 교회밖에 있다. 그러니 이 땅은 아직도 가톨릭의 황무지이다. 서울의 어느 운동장에서 신앙대회를 했더니 약 2만 명의 신자가 모였다고 감탄을 하는데 8백만 시민의 2만 명은 아무것도 아니다.
서울 명동성당에는 예비신자가 수천 명이라고 놀라는데 그것도 전체인구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닌 숫자이다. 그런데도 우리본당에는 신자가 많다고 하고 또 성당만 짓기만 하면 신자가 가득가득 찬다고 환호성을 올리는데 결국은 삼십분의 일인 극소수의 집단임을 알아야한다. 교회 내에서 자기도취에 빠져있다면 이 선교현장에서 큰 환상이 아닐 수 없다.
주인이 경작하라고 준 땅 30평을 겨우 한 평만, 그것도 2백 년 동안 겨우 한 평만 경작을 해놓고 만족하고 자기 환상에 빠져있다면 이건 선교의 의미를 모르는 자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땅주인은 우리에게 30평 경작의 수확을 원하고 있는데 어찌 우리는 한 평으로 늑장을 부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선교국을 신설하자
선교지방에 선교의 전문기관이 없다는 것도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전국을 통괄하는 중앙에 선교국이 있어야하고 교구별로도 교구청에 선교국 혹은 선교부를 만들어 2백주년을 기념으로 새로운 선교의 장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선교국에선 뭘 한단 말인가? 『교구마다 사목국이 있고 교육국이 있는데…』이렇게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하게 생각하자. 중앙협의회의에서 하는 통신교리를 전문화해야하며 시골에서 전교의 진통을 겪고 있는 곳에 전문가로 조직된 선교부가 파견되어 지방민을 상대로 대사상강연을 하고 필요한 선교 팜플렛을 제작해서 돌리고 특히 외인들이 성당을 찾는 혼인미사때 그리고 장례미사때 왜 그들을 고스란히 돌려보내는가 말이다. 성당 결혼식에 와서는 그 성당결혼의 미사를 알려주는 팜플렛을 돌릴 수 있고 장례식에 오는 조객들에게는 죽음의 의미를 생각케하는 교리를 선포할 수 있는데 이것은 한 본당에서 또는 한 교구에서 하긴 벅차다. 초교구적으로 전국차원의 선교국에서 할 일들이다. 그러면 재정문제를 이야기하겠지마는 진정 선교의 의미를 깨닫고 신앙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신앙인이라면 얼마든지 이 일에는 참여할 것이다.
무슨 후원회, 무슨 후원회 그것 모두 좋지마는 결국 이것은 간접선교에 불과하다. 직접 내 돈이 한 영혼의 구원을 준다고 한다면「선교성금」쯤은 문제가 아닐 줄로 안다.
어떤 시골본당 신부의 푸념이다. 전교가 어려운 곳이라 시민을 모아놓고 교양강좌를 개최하기 위해서 對사회적으로 이름이 있는 모고위성직자를 초청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쪽에서는 아예 회답도 없었다고 한다. 진정 한 영혼의 구원을 위해 예수가 십자가에 죽으셨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새기는 사목자라면 어찌 이럴 수가 있겠는가? 자기도취에, 자기 환상에 빠져있는 우리는 2백주년을 맞이하여 깨어나자! 겨우 땅 한 평만 차지하고 그것이 자기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그 안에서는 온갖 대우와 존경을 받고 있지마는 아직도 29평의 경작할 땅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 되겠는가?
내년에 우리나라에 교황님이 오신다고 한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온 국민이 TV앞에서 가톨릭의 모습을 볼텐데 이때를 계기로 온갖 종류의 선교출판물을 제작해서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려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을 위해서는 선교전문기관인 선교국이 신설되어야 한다.
이 땅은 선교 황금어장이다. 그물을 던지면 그물이 터지라고 걸려오는데 그물을 던지는 기술을 모르고 있다. 그 방법도 모르고 있다.
이왕 선교문제가 나왔으니 교회지도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에는 왜 선교학을 강의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솔직하게 말해서 필자가 신학교생활 9년을(소신학 3년 대신학 6년)하면서 선교하는 문제에 대해서 언급한 것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고작 하는 얘기가 본당사목ㆍ교리교수법 뿐이었다. 이 땅은 선교지방이다. 30평 중 29평이 아직도 황무지로 남아있어 하루 바삐 개간을 서둘러야 주인에게 정당한 수확들을 바칠 수 있다.
『내가 복음을 전한 다해서 그것이 나에게 자랑거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내가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화가 미칠 것입니다』(꼬린토전서 9장1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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