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만나면서 세상을 살아간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상대방으로부터 느껴오고 울려오는 사실은 다르다. 우리 각자의 마음가짐이 다양한 그 만큼 다양한 모습을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해 준다. 사실상 사람 앞에서 자신의 진실 된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자신의 공이나 업적, 외적으로 드러난 것들, 자신의 주위사정에 대해서 말하기는 쉽지만 속마음을 드러내 보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그 사람의 오만과 자만이 드러나는 말과 태도에 접할 때에면 껍데기만 사는 사람같이 보이고 한 술 더 떠서 자기외의 모든 사람을 업신여기는 데까지 이르면 상면하기 어려워진다. 오늘 예수께서 바로 오만과 자만 가득 찬 사람들을 만나셔서 비유로 말씀하신다.
『두 사람이 기도 하러 성전에 올라갔다』로 비유를 시작한다. 하느님 앞에 나아가는 두 사람의 태도는 판이하고 말씀드리는 내용도 아주 다르다. 욕심도 없고 부정직하지도 않고 음탕하지도 않다.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단식하고 수입의 십분의 일을 바치는 사람이다. 격식을 완전히 갖춘 사람이다. 분명하게 율법을 따라 사는 사람이며 참으로 훌륭한 사랑임에 틀림없다. 우리 중에 얼마가 이 사람만큼이나 충실히 사는 사람이겠는가!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하느님께 바치는 사람이다. 다른 한 사람은 세상 사람들에게 믿음직하지도 못할 뿐더러 무엇을 한다고 내세울만한 것도 없고 실제로 훌륭하다거나 좋은 사람으로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다. 아무도 이 사람처럼 살고 싶어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멸시받는 사람, 천대받는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실로 불쌍한 사람인 것이다.
이 비유 말씀을 들을 때에 우리는 너무 쉽게 전자인 바리사이파 사람을 단좌하거나 경멸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에서 가지는 우리네 마음이나 태도는 이 비유에 나오는 훌륭한 분과 천박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대하고 또 그렇게 여기면서 살고 나의 태도도 그 두 가지 부류의 사람에 알맞게 취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할 것이다.
오늘 거론하시는 예수님의 의도는 다른 곳에 있다. 바리사이파 사람은 자랑을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하느님께 바라는 것도 없고 남보다 선행을 많이 하고 의무를 충실히 지켰다는 자만과 오만심을 가지고 그것을 드러내었을 뿐이다. 복음사가의 눈으로『보라는 듯이 서서』기도했다고 보았다.
반면 세리는 자기 자신의 초라함을 그대로 인정하고『죄 많은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라고 청하면서『멀찍이 서서 감히 하늘을 우러러 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친다』진실대로 처지를 인정하고 있다. 시편 50편을 생각하게 한다. 하느님께서 참회하는 마음을 받아주시기를 청한다. 오늘 복음 끝에 두 사람 중에 누가 하느님으로부터 인정받고「의화」되었는가를 말하고 있다. 세리였다는 것이다.
하느님께 어여삐 여김을 받고 구원받는 길에 선행이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하느님의 뜻에 따라 행하는 것일 것이고 겸손한 마음으로 그 선행을 할 수 있는 힘도 그 분에게서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자기 힘으로 구원될 수 없다. 오직 그리스도 예수를 믿으면서 그분의 뜻대로 삶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굳은 믿음으로 하느님 앞에서 진실로 청을 드리자. 『죄 많은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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