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위령성월이다. 죽은이를 위해 기도하는 달이다. 우리 천주교회는 옛날부터 죽은 다음 죄보속을 치르는 연옥의 교리를 믿고 있기 때문에 죽은이 앞에서 떳떳이 기도한다. 일부 개신교에서는 연옥을 부인하기 때문에 그들은 죽은이 앞에서는 기도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세례를 받지않고 죽은이들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교우들이 미신자인 채 죽은 부모를 위해서 또는 갑작스러이 죽은 순국ㆍ순직자들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교회 전통에 의하면 미신자들을 위해서 기도할 때에는 공식적으로 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사목상의 큰 이유가 있고 다른사람들에게 스캔들의 기회가 되지않는다고 생각 될때는 가능할수도 있다) 왜냐하면 일반신자들이나 외교인들에게 천주교 신자와 미신자의 정확한 구별을 하는데 언짢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의 원수나 국가적인 사건으로 국민 의식에 참여할 경우에는 다르다고 말한다.
기도의 은혜-미신자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기도해야한다. 그분들의 영혼에 대해서는 오직 하느님만이 아시고、또 우리의 기도를 들으실 수 있는 분도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도로 그 영혼들이 은혜를 받을수도 있다. 특히 어떤분이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통회하는 마음으로 죽었다면 그 자체로서 죄사함을 받을 수 있는 소위「화세」(火洗)의 은혜를 받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본지에 모신부가 죽은이의 부인을 찾아가서 화세를 주었다고 한 것은 그 표현이 잘못된 것이다)
십자가에 달린 우도는 수세를 받은 적은 없다. 그런데 십자가에 달려 자신의 죄를 통회했기 때문에 예수님은 그에게 즉각 천국을 약속하셨다. 그래서 구원의 길은 수세만이 아니라 죽음을 앞에 놓고 하느님앞에서 진정으로 죄의 뉘우침을 가졌다면 그 자체로서 세례의 은혜를 받는데 이것을 화세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비록 수세는 받지않아도 평소 천주교회에 대해 과거에 관심이 있었고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 있었던 분이 죽었다면 경우에 따라「화세」를 받았을거라는 전제하에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
문제는「죽음과 삶」의 문제가 인간의 영역이 아니고 하느님의 신비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죽은이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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