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심사 관면
순교자는 기적이 없이도 주를 위해 순교한 사실이 확증되면 기적심사가 관면된다. 우리 한국순교복자 79위를 시복하고 24위를 시복할 때에도 기적심사가 관면되었다.
79위 시복당시에는 많은 분을 시복조사에 보고하였지만 82명은 기각되었다.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순교자일 경우에는 순교한 사실의 입증만으로 시복준비가 완료되고, 순교자가 아닌 경우에는 두 가지 기적을 요한다.
기적이 확증되면 교황은「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교서를 발표한다. 이를 시복식이라 한다. 복자가 된 다음에 기적이 또 두 가지가 있으면 절차를 따라서 시성일시와 장소를 정하고 의식을 베풀어 성인임을 교황이 선언한다. 이를 시성식이라 한다. 순교복자일 경우에는 그 성덕을 초대교회로부터 인정하고 확인하였기 때문에 기적이 없이도 기적심사를 관면함으로써 시성식을 거행할 수 있다.
한국 103위 순교복자 기적심사관면과 시성확정승인은 바로 여기에 속한다.
복자공경은 지방이나 단체에만 제한돼 있고, 다른 지방이나 단체는 공식으로 그를 공경할 수 없다. 성인은 세계 어디서든지 공식적으로 공경하고 미사경본과 사제의 성무일도에 기도문을 삽입하고 전례적(축일표)에 그 축일을 기재한다.
신앙의 옹호자(PRO-MOTOR FIDEI)
신앙의 옹호자들은 시성식이나 시복식을 반대하여 본다. 변호사는 판관들 앞에서 그 반대이유를 모두 반박하여 판관들을 설복시켜야 한다. 신앙의 옹호자들은 성덕에 그르침이 없도록 보호하기위해 시복과 시성을 일단 반대한다. 그러나 변호사의 바른 변호와 확증으로 인해 이 시복 시성조사는 판정된다.
聖人의 나라 - 한국교회가 나아길 길
우리나라는 성인의 나라가 되었다. 선조들이 이 나라에 스스로 복음을 찾아와 박해와 시련 속에서도 용감하게 진리를 증거한 위대한 분들이심을 온 세계교회와 인류 앞에 선언하는 시성식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하는가를 말하기에 앞서 시성이 확정된 복자들을 한 분 한 분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시성식은「까노니자씨오」(CANONIZATIO-라틴어)라고 한다. 이는 카논(CANON)이라는 단어와 연결되는데「카논」은 희랍어「칸나」(KANNA)에서 온 말로 갈대 또는 막대기를 뜻한다. 옛사람들이 길이를 측정할 때는 갈대나 막대기를 기준치로 삼아서 사용했다. 바로「카논」은「기준」,「자」또는「척」이란 뜻으로, 또한 자와 척은 변함이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자나 척이 변하게 되면 그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영원히 변함이 없다는 것은 바로「영원한 진리」이기도 한데, 교회는 성인들이 영원한 진리를 소유하고 진리의 빛을 발하시는 분들이심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시성이 확정된 한국의 103위 순교자도 바로 구원의 진리를 당신들의 생애를 통해 인류 앞에서 증거 하는 척도가 되신 것이다.
『형제를 위해 생명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이는 그리스도께서 하직강론에서『아버지 이 사람들이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들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라고 하신 기도에 대한 완전한 승복이었다.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에는 성덕에 매진하기로 선언하고 이를 서원한 것이다. 소외되고 저버림을 받고 나그네 되고 허기지고 굶주리고 보호받아야하는 이들이 우리의 사랑을 목말라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선조들의 생애를 모범삼아 이웃과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고통을 같이하는「벗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사랑의 증거를 살아야하겠다.
구원을 갈망하는 곳에 어두움을 제거하고 행복을 안겨주기 위한 노력을 우리 선조들이 인류를 사랑하시는 그리스도와 함께 사시면서 행했던 민족애와도 같다.
성인의 나라 한국과 한국민, 한국의 교회가 가야할 길은 바로「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랑의 길」이다.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희생의 제물로 바치시고 제물이 되셨듯이 성인의 나라라고 할 때에는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백성들이 사는 나라라는 것이다.
생명을 바친 사랑을 통해 진리를 밝힘으로써 우리는 이 사회의 불의를 제거해야한다.
200주년의 표어를「이 땅에 빛」이라고 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성인들은 가만히 앉아서가 아니라 수만리 험로를 마다않고 스스로 진리를 찾아오심으로써 구도(求道)의 길을 열어주셨다. 교회 안에 뿐 아니라, 우리 민족 안에「스스로」라고 하는 신앙, 박해와 시련 속에서 진리를 증거 하는 신앙으로 구도의 길을 열어 놓으신 것이다.
우리는 매일 미사성제를 통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을 희생하여 인류에게 보이신 사랑의 증거를 우리 선조들 역시 사셨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미사성제를 마치고 파견될 때는 우리의 사랑의 증거가 우리 가정과 사회와 직장과 우리나라 모든 곳에 꽃피게 해야 한다고 결심한다.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만들어야 하겠다. 성인의 나라는 사랑의 나라, 진리의 나라, 정의의 나라, 평화의 나라이다.
우리가 시성식을 맞이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삶의 진실을 맞이하는 것이며 생활 속에서 그리스도와 한국 성인들을 일치시키면서 구원을 소유하는 것이다.
변화 없는 상태로 시성식을 맞이할 순 없다. 바로 시성식은 우리 자신들이 사랑의 사람으로 변화하고 거룩한 사람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고 사는 나라, 성인의 나라의 백성이 돼야함을 우리는 알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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