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생명으로 오실 구세주의 탄생을 고대하는 기다림의 시기 대림절이 시작된다.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기념 정신운동위원회 (위원장ㆍ정진석 주교)는 2백주년기념의 해를 앞둔 이번 대림절을 맞아 「이땅에 빛을」이란 제목으로 11월 26일부터 12월 17일까지 4주간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명동 문화관에서 대림절특별강론을 실시한다. 본보는 정신운동委주최 대림절특별강론을 전국신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정신운동委의 협조로 강론내용을 요약, 게재한다. 다음은 11월 26일『잠에서 깨어나라』란 주제로 2백주년 정신운동위원회 위원장 정진석 주교의 강론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교회의 사명은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의 은총을 사람들에게 전할뿐 아니라 현세질서에 복음을 침투시켜 현세질서를 완성하는 것이다. 즉 교회의 사명은 복음선포와 현세질서의 성화 두 가지이다.
그리스도를 믿고 그의 은총을 받음으로써 이루어지는 인간구원의 사명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상에 알리고 그리스도의 은총을 전해줌으로써 수행된다.
이와같은 사명은 주로 복음전파와 성사집행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성직자들이 담당하고 평신도들은 협조자의 임무를 담당할 뿐이다.
그러나 현세질서를 바로잡고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는 교회의 사명은 창조의 목적과 현세사물 사용에 관한 원리를 밝혀주고 현세 사물의 질서를 그리스도안에서 쇄신하도록 윤리적 영적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수행된다.
현세질서를 구성하는 가정, 사회, 직업, 문화, 경제, 예술, 정치 등 인간생활과 활동의 모든 분야는 인간이 그의 최후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각각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고유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실사회의 모든 것을 그리스도의 정신에 입각한 가치기준에 의거하여 평가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며 이것이 곧 현세질서의 그리스도교화이다.
현세질서를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쇄신하는 일은 평신도들의 고유한 사명이다. 평신도들은 시민으로서 다른 시민들과 함께 살면서 현세질서 안에서 복음의 빛과 교회정신의 인도를 받아 그리스도교적 사랑으로써 구체적으로 직접 행동할 처지에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공동체의 정신ㆍ풍습ㆍ법률ㆍ조직 등을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충만케 하는 사회분야의 사도직은 성직자들이 수행하기 어려운 평신도들의 독점 임무이다.
성직자들의 사도직 수행에 필요한 활동무대는 교회이며 평신도들의 활동무대는 사회이다.
성직자들은 성직자로서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사회활동을 하지 않도록 교회법에 규정되어있다. 고유한 의미의 정치활동이나 경제활동 등에서 성직자들이 활동할 수 없는 분야가 교회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있다.
그러므로 성직자들이 활동할 수 없는 사회분야의 사도직은 평신도들만이 실행할 수 있고 수행해야 할 독점적 임무이다.
구체적으로 행정부ㆍ입법부ㆍ사법부의 국가공권력이 직접 행사되는 모든 분야의 복음화는 그 분야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고있는 평신도들의 고유한 임무이다.
은행ㆍ증권회사ㆍ보험회사ㆍ무역업체ㆍ공장ㆍ시장 등 경제인들의 활동무대에 하느님의 정의가 실현되도록하는 사명 역시 평신도의 독점임무이다.
여관ㆍ음식점ㆍ다방ㆍ술집 등 서비스업종분야에 그리스도의 정신에 입각한 윤리도덕을 함양해야할 사명역시 평신도의 독점임무라 할 것이다.
성직자와 평신도의 관계를 군대의 사병과 장교관계로 비교하면 성직자는 교회내 문제는 물론 대사회적 문제까지 언제나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명령하는 입장에 있는 반면 평신도는 언제나 피동적 입장을 취하게 마련이다. 이같은 사고방식으로 평신도들은 만사를 성직자에게 의존하여 복음사업에서 자발적인 사도직을 수행할 능력조차 기르지 못했다.
오히려 성직자와 평신도의 관계는 군인과 민간인의 관계로 비유하는 편이 낫다. 성직자와 평신도의 신분은 각각 소명이 다르기때문에 생긴 것일 뿐 계급상의 상하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평신도사도직은 개인적으로 또는 뜻을 같이하는 평신도들이 단체를 조직하여 펼칠 수 있다.
개인적 사도직은 참된 그리스도교 신자생활에서 우러나온 것으로서 단체적 사도직활동의 근원이며 필수 조건이다. 그리고 개인적 사도직은 어떤 조건이나 환경에서든지 언제나 가능하고 유익하며 적절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며 교회는 신자들이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하나의 몸을 이룬 결합체이다. 따라서 교회내외에러 사도직의 공동활동, 즉 조직적 사도직이 요청된다. 한국교회는 이점을 일찍부터 인식하여 전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를 조직, 운영해왔다.
한국교회는 교회설립 2백주년을 맞이하며 아울러 1백3위의 성인까지 모시는 당당한 성숙한 교회로 성장한만큼 여러 면에서 어른교회다운 면모를 갖춰야한다.
그러므로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을 맞이하는 우리들은 한국교회 설립자들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하겠다.
첫째, 우리 신앙선조들은 자발적으로 그리스도의 빛을 이 땅에 받아들였다. 그리고 주문모 신부가 1795년초 입국했을 때에는 이미 4천명의 신자를 확보했었다.
1801년 주문모 신부가 순교한 후에도 30여년동안 성직자가 없었지마는 신자수가 크게 증가하였고 순교자들도 계속 늘어났다.
둘째로 우리의 신앙선조들은 미신과 우상숭배를 철저하게 타파하여 몽매한 백성들에게 현대과학정신을 고취시키는 횃불의 역할을 했다.
셋째로 그분들은 신분의 고하를 없애고 남녀평등을 실현하여 그릇된 사회를 개혁하고 구조적ㆍ제도적 악을제거하는 개혁의 선봉에 나섰다.
넷째, 우리의 선조들은 정약종의 「주교요지」황사영의 「백서」정하상의 「상재상서」등에서 볼 수 있듯이 교회의 진리를 옹호하는데 앞장섰다.
다섯째, 초대 교회에서는 사제와 평신도가 목숨을 내걸고 서로 보호하고 사랑하여 진정으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었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