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는 같은 근본의 처자를 기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읍내로 나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당패나 비렁뱅이 여자도 극력 기피하였다. 마누라를 얻는 것보다 자식을 얻는 일이 더 중요하고, 자식을 얻을 목적으로 여자를 얻어들이려는 그는, 그러니까 비교적 양호한 밭에다 씨를 심고픈 마음인 것이었다. 그러나 당치않은 욕심이었다. 게다가 주인 집에서 당초 주선을 해주지 않는고로 그 일은 더욱 난망하였다.
오 영감네 집에서는 나이 서른이 넘도록 여자를 원할 줄도 모르고 업숭이 땅파기 꼴로 고분고분 일만 하며 살던 사람이 술과 노름을 배우고 친구들을 사귄 뒤로부터 성질도 달라지고 급기야는 장가들 궁리까지 하는 것에 마음들이 편치않은 기색이었다. 게다가 우둥스럽고 뒤넘스럽게도 비교적 양호한 근본을 욕심하는 그가 가소롭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징용 나갈 몸을 애써 붙잡아 앉혀 주었더니 별 생각을 다한다는 말도 그들은 하였다. 하여튼 그들은 뒤넘스러운 머슴놈 장가 들이는 일에 공연히 나서서 공력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들인 것 같았다.
마침내 그는 실망하였다. 한동안 혼자 애만 달구다가 여자 얻어들이는 일을 단념해 버렸다. 그러나 아들을 얻는 일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미상불 마누라보다도 아들을 얻는 일이 더 중요했고, 나이는 벌써 마흔을 곧추세우고 있었고, 마음은 급하였다.
그래서 그는 하룻밤 만이라도 아이를 얻는 일에 협력해 줄만한 여자를 물색하는일로 방향을 돌렸다.
그때 건너 마을에 수년 전에 징용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어렵게 살고 있는 애꾸눈이 과부(?)가 있었다.
애꾸눈이긴 하지만 비교적 양호한 근본이었다.
그는 그 과부에게 여러 날을 쫓아다니며 졸라대었다. 결국 그 과부보다도 그 마을사람들이 하룻밤 만이라는것과 아들 하나라는 것에 동의를 해 주어서 그는 3년 동안 모아 두었던 새경을 과부에게 몽땅 갖다 주고 드디어 아들 하나 얻을 일을 하였다.
하늘이 동했는지 하룻밤 일이 잘 잘되어, 용케도 여뭇 두꺼비같은 아들 하나가 쏙생겨났다.
그후 백일째가 되는 날, 눈물 짓는 그 과부에게서 아들을 받아가지고 안고 오면서 그는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아기를 내어주고 허전해 할 과부 심정이며 엄마 품을 찾고 생으로 젖떨어진 배를 주리며 살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걱정도 되었으나 그것이 기쁨을 누르지는 못하였다. 그는 마냥 의기양양 하였고 희희낙낙하였다.『그게 바루 어제 일같은디…
그 떡두께비 같던 아들이 바루 너여, 너. 느이 아베가 느이 어메헌티 삼년 멘 새경을 몽땅 갖다주구 설람이 너를 보았다구. 그러니께 넌 느이 아베의 지성과 정성으루다가 굉쟁히 비싸게 생겨났단 말이여!』
어른 머슴의 그 말이 기섭에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는 머리가 띵하며 가슴속이 걷잡을 수 없이 쿵쾅거렸다. 그러나 기쁨인지 슬픔인지, 그리고 반가움인지 역겨움인지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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