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5월 24일에 순교한 6명의 여교우들 중에서 김업이 아가타와 한아기 바르바라는 결혼한 후에 열심히 천주교를 봉교한 사람들이었다.
김업이 아가타는 1790년(정조14년)외교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외교인에게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미신의 습성을 고쳐 깨닫지 못하였으며, 외교인에게 출가하여 남편과 함께 미신을 숭상하였다.
그러나 다행히 그의 언니가 교우였으므로 우상의 헛됨과 그것에 드리는 제사의 무익함을 늘 설명하여, 『그 귀신들은 모두 헛된 물건이니 믿지말라』고 자주 일러주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아가타는 이 가르침을 따라 남편의 책망도 상관치 아니하고 집에 꾸며 놓았던 귀신의 우상과 그림을 불에 던져버렸으며 이제 세속을 돌아보지 아니하였다. 신덕과 열심도 지극하여 온갖 힘을 교리에 쏟았다. 그러나 원래부터 머리가 둔하였던 탓으로 끝내 아침과 저녁 신공의 경문과 12단을 외지 못하여 영세를 받을수 없었다.
1836년(헌종2년) 10월경에 아가타는 체포되어 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교우들과 함께 형벌과 문초를 당하였다. 포장이『네가 천주학을 믿는다니 그게 정말이냐?』라고 한 물음에 아가타는『저는 다만 예수 마리아만 알 뿐이며 그외는 알지 못합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포장은『만약 네가 형벌을 당하여 죽게 된다고 하더라도 예수 마리아를 배반하지 못하겠는가?』하여 은근히 배교를 강요하였다. 그는『차라리 죽을지언정 배반하지 못하겠습니다』라고 굳건히 말하여 심한 혹형을 당하였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항상 이같을 뿐 다른 말이 없었으니 모두가 그 성품의 견실함과 확고한 믿음에 탄복할 따름이었다.
포청에서는 아가타가 누차의 형벌에도 굴하지 않는지라 결국 형조로 이송하고 말았다. 이때 형조의 옥에 있던 교우들은 그가 오는것을 보고 웃으면서, 『예수마리아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타가 왔군』하고 말하며 그의 강용(剛勇)을 칭찬하고, 중요한 교리를 가르쳐준 후에 대세를 주었다. 그는 재생의 성사에서 새로운 힘을 얻어 다른 형벌을 받을 때에도 처음과 같은 용기로써 견디어 나갔다.
또 한 사람인 한아기 바르바라는 1792년(정조16년) 열심한 교우의 집에서 태어났다. 특히 그의 어머니가 열심히 봉교하였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이미 교리를 들어서 봉행할 수 있었으나 마음을 결단치 못하였다. 그리하여 부모의 교훈과 모범을 무시하고 신앙의 정신이 없이 쾌락을 맛보며 살다가 어떤 외교인과 결혼하고 말았다.
한바르바라는 어느날 친정에 왔다가 김막달레나를 만나게 되었다. 이미 기술한바대로 막달레나는 어려서부터 열심히 주의 교리를 믿었으며, 노모를 모시고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치명할 원의를 갖고 있던 사람이었다. 바르바라는 막달레나가 열렬히 권면하는 말에 황연히 교리를 깨달아 이후 열심히 교리를 배우고 익혔다.
30세에 이르러 바르바라는 남편과 3남매를 모두 여의고 친정으로 돌아와 독실히 수계하여 모든 슬픔을 잊을 수 있었다. 그는 사람의 영혼을 구하려는 열정에 불타올라 외교인들에게 주님의 교리를 전하고 죽어가는 그들의 자녀에게 세를 주었으며, 죄인들을 회개하도록 권면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천주의 강복을 얻기 위하여 자주 재(齋)를 지키며 극기를 많이 행하였다.
또한 김막달레나의 집에 거쳐하면서 망건만드는 일을 돕고 그와함께 열심히 수계하기도 하였다. 당시 교우들은 이러한 두 사람을 가리켜 뛰어나고 덕행있는 교우로 평가하였다는 것이다.
한바르바라는 김막달레나와 함께 1836년 10월에 체포되어 포청으로 압송되었다. 그들은 포장 앞에서 배교를 강요받고 모진 형벌을 받게되었다. 그러나 다른 순교자들처럼 바르바라도 이에 굴하지 아니하였으며 도리어 천주십계의 도리를 설명하였고 형벌을 받는 자리에서도 흔연한 빛이 외모에 드러났다고한다.
드디어 김아가타와 한바르바라는『사서를 읽고 마술그림을 보배처럼 위하여, 사도(邪道)를 봉행하고 공경한다』는 죄명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리하여 그들은 옥에 있은지 3년만인 기해년 5월 24일에 서소문 밖에서 참수되어 순교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때 아가타는 50세요, 바르바라의 나이는 48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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