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구세주의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메시아의 탄생을 예언한 이사야선지자의 말씀(이사야 9ㆍ15)이이 성탄에 우리 모두의 마음속 깊이 울리기를 바랍니다.참으로 위로와 평화, 희망과 구원의 빛으로 가득찬 말씀입니다.또한 이 구원의 빛이 우리 사회와 분단된 조국의 온 겨레, 나아가 온 세계를 밝혀 주시기를 기원해 마지 않습니다.특히 20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교회가 구세주의 이 빛으로 정화되고 쇄신되어 진정「이땅에 빛을」밝히는 교회되기를 소망해 마지 않습니다.
2. 오늘의 세계는 참으로 어지럽고 불안합니다.
삶의 기쁜 소식보다는 죽음의 슬픈소식이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고 분쟁ㆍ폭력ㆍ살상이 다반사가 되어 있습니다.세계 각국이 무려증강에 열중함으로써 핵전쟁에 의한 인류자멸의 전조마저 보이고 있습니다.오늘의 세계는 분명히 힘의 논리에 지배되고 있습니다.그힘의 논리가 KAL기 격추와 버마참사등 바로 우리의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가는 폭력사태를 낳음으로써 우리에게 너무나 큰 비탄과 상처를 안겨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 역시 돈과 권력의 우상화, 이를 바탕으로한 빈번한 대형 금융부정사건 등에서 보듯이 본질적으로는 다를 바없는, 같은 힘의 논리에 지배되고 있다는 것이 또한 한스럽습니다.
더욱 슬픈 것은 오늘날 우리사회에 이런불의와부정, 또는 퇴폐풍조 때문에 고민하고 좌절하는젊은이가 날로 늘어나는데도 우리들 기성세대는 그들에게 미래를 바라보는 비전도희망도 주지못하고 있다는 것은 세대간에 대화가두절된지 이미 오래입니다.이는 자칫하면 현재와 미래의 유대의 단절, 역사의 단절이라는 엄청난불행을 초래할수 있습니다.
특히 나름대로 진리를찾고 정의를 세우고자 몸부림치는 근로청소년, 또는 학생들의 문제가 심각한데도 이를 대화로 해결하거나 수용할줄모르고 오직 힘으로만 대처하고 있는데는 진정 이런역사의 단점의 우려를 아니가질수 없습니다.
진리와 정의에의 길, 인간다운삶의 길이 참으로 형난합니다.
3, 근원적인 원인은 생명의 존엄과 인간의 존엄을 오늘의 세계도, 우리사회도 무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을 위하고 나라를위한다는 경제성장과 국력배양이 실로 생명과 인간의 희생위에, 그것도 죄없고 힘없는 태아를비롯한 약자들의 희생위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또한 세계적으로 강대국들은 약소국가의 국민들의 희생위에 자신들의 부(富)를 축적하고 있읍니다.
참으로 기막힌 불의(不義)입니다.이 불의는 다시 한 나라안에서는 빈부의 격차, 도농(都農)의 격차를 가중시키고 세계적으로는 남북의 격차의 심화와 동서대결의 첨예화를 가속시켜 인류사회 전체가 핵전쟁으로 자멸할지도 모른다는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싯점에 우리는 인간과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 하느님이 신분이 당신 자신을 비우시고 낮추시어 시랑이 되어 오신 그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을 기리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이신 분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신 나머지 사람이 되어 오셨다는 사실(요한3ㆍ16참조)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드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우리 스스로 자신을 사랑할줄도 모르는 그 인간을 하느님은 이렇듯이 사랑하신다는 것은 생명과 인간의 존엄을 비롯하여 우리에게 극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여기에 이를 때 바로 거기에서 우리는 오늘날 우리 자신과 온세계가 고민하는 구원의 문제, 평화의 문제를 풀어가는 실마리를 찾을수 있을것입니다.
또한 바로 그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의 인식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의 의미를 깊이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사실 우리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가 거기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4, 구세주 그리스도는 결코 당신 자신을 위해 오시지 않으셨습니다.우리를 위해 오셨습니다.우리를 구원하여 당신의 생명으로 가득히 채워주기 위하여 오셨고, 인간과 이 세상을 하느님이 뜻하신 원초의 그 아름다움과 거룩함으로 회복시켜 주시기위해 오셨습니다.
참으로 인간은 무엇입니까?그존엄함이란 얼마나 깊고 높은 것입니까?그것은 하느님이신 분이 당신 자신을 내놓으실 만큼 고귀하고 값진 것입니다.그런 고귀한 인간을 오늘날 우리는 스스로 더럽히고 학대하고 있습니다.서로 해치고 죽이고 있습니다.뿐더러 지구상에 생명자체를 말살시키려는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얼마나 큰 죄악이요 모순입니까?
우리는 진정코 근본적으로 생각을 바꾸고 회개해야 합니다.인간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켜야 합니다.이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요, 또한 인류세계의 구원과 평화를 위한 최우선의 과제입니다.
5, 또한 구세주 그리스도는 바로 이 같은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세상에서 인간대접을 받지못하는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 버림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각별히 사랑하셨습니다.그는 이들의 진정한벗이 되고 이들과 당신을 일체화시키기 위하여(마태오 25ㆍ31이하참조)스스로 가난하게 태어났고, 가난하게 살고 가난한자로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이는 결코 단순한 동정이 아닙니다.이들의 인간존엄성이 인정되고 이들이 사회와 세상속에서 참으로 사랑받고 대전을 받을 때 그사회와 세상자체가 정녕 인간다운 인간의 사회와 세상이 될수 있고, 또한 거기에 인류의 구원과 참 평화가 이룩될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더 나아가 세리와 창녀 같은 죄인들을 오히려 더 사랑하시고,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받아드렸습니다.이는 진정 사랑의 극치입니다.인간은 하느님을 믿지 않아도 하느님은 인간을 이렇게 끝까지 믿고 사랑하십니다.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신 성탄의 의미는 참으로 너무나 깊습니다.우리의 생각, 우리의 상상, 우리의 묘사, 그어떤 것도 이를 다 설명할수 없습니다.그만큼 성탄의 은총은 크고 깊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성탄에 오신 구세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타나는 하느님의 이 사랑에 젖어 세상의 어둠속에 빛의 자녀로 다시 나기를 기원합니다.진정 이땅에 빛을 밝히는 믿음과 소망한 사랑의 등불 되기를 기원합니다.
1983년 성탄절
서울대교구 추기경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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