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주일인 오늘의 복음은 지난 「삼위일체 대축일」때 들었던 복음과 같다. 그래서 이번 주의 「복음생각」은 지난 「삼위일체 대축일」의 것을 기초로 삼되, 「선교」에 초점을 두었음을 미리 밝혀 둔다)
전교주일을 맞이하여 오늘 교회는 만민에 대한 선교사명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마태 28,16~20의 말씀을 복음으로 듣는다. 이 대목은 마태오 복음서의 제일 끝자리에 놓여 있는데, 그 내용이 매우 집약적이다.
「선교사명」과 관련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몇 가지 생각해 본다. 「선교」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오늘 복음 말씀에서 제일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으로부터 「파견되기 전의 상태」이다. 그 때 그들은 심한 패배감, 절망감에 빠져 있던 상태였다. 그들은 스승을 배신하였다는 수치심과, 그분께서 십자가 위에서 처참하게 돌아가신 성 금요일의 충격과 절망 속에 아직도 깊이 빠져 있던 상태였다. 그런 그들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를 통해 갈릴래아로 가면 당신을 만날 것이라는 「기쁜 소식」을 보내주셨다. 그들은 먼저 이 「기쁜 소식」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따라야 했다.
제자들이 「파견되는 장소」가 「갈릴래아의 어느 산」이라는 점은 깊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갈릴래아는 제자들이 예수님으로부터 「처음 소명을 받은 곳」이었고, 「제자로 양성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부활하신 후 당신의 제자들을 새 출발시키시려는 예수께서는 그들을 당신과 그들 사이의 「첫 사랑」이 있었던 갈릴래아로 불러내신 것이다(참조: 호세 2,16), 「산」도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큰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을 뵙고 그 분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던 것과 비슷하게, 마태오 복음서에 의하면 제자들은 「산」에서 「산상설교」라는 새롭게 해석된 「계명」을 예수님으로부터 받았다. 이렇게 보면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제자들을 「갈릴레아의 그 산」으로 다시 부르겼다는 것은, 당신의 제자들을 「모든 민족들에게 파견」하시기에 앞서 그들에게 근본적인 가르침을 상기시켜주시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선교의 목표」에 대하여 생가해 보자.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갖고 계신 분, 즉 죽음까지도 그분의 권한 아래에 두고 계신 「주님」으로서 예수님의 제자드에게 주시는 사명의 핵심은 『만민을 「예수님의」제자로 삼는 것』이다. 언뜻 보면 매우 의아하게 생각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른 사람들을 「예수님의 제자가 되게 하는 것」이 핵심사명이라니 도대체 무슨 뜻인가? 이 점은 지상 생애 동안 예수께서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제자들의 공동체를 형성」하려고 하셨는지를 생각해 보면 좀 더 이해가 될 수 있다. 무릇 제자란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그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오늘 복음은 제자들의 사명은 복음선포를 듣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제자가 되도록 하는 데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금까지 열 한 제자는 「예수님의 제자」로만 남아 있었는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까지도 체험한 이제 그들은 만민에게 파견되어, 예수께서 그들을 부를실 때에 하셨던 말씀대로 『사람 낚는 어부들이 되는』(마태 4,19)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은 「진복선언」으로부터 시작하여 「최후심판 말씀」에 이르기까지 제자들을 줄곧 가르치셨다. 이제 부활하신 예수님에 의하여 새롭게 출발되는 제자공동체는 예수님이 하셨던 「가르침」의 임무를 이어받는다. 그러나 이 가르침은 제자들 자신의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동안 예수님으로부터 배웠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의하면 넓게 볼 때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친교의 삶」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사람들은 성자 예수님과 결합하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성자 예수님과 가장 깊은 사랑으로 결합되어 있는 성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데 이 때 성령은 이런 친교를 근본적으로 가능하게 해준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게 있겠다』: 이 말씀은 부활하신 예수님에 의해 새롭게 탄생되어, 계속 자라나야 할 예수님의 제자공동체인 교회에 주어진 가장 든든한 보증의 말씀이다.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마태 5,13~16)의 역할을 하려면, 제자들은 갖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만, 그들의 공동체는 당신 자신이 「하느님께서 함께 계심」을 뜻하는 「임마누엘」(참조: 마태 1,23)이신 주님께서 『그들과 늘 함께 계시겠다』고 약속해 주신 공동체이다. 생각할수록 깊은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말씀이다.
모든 민족의 복음화를 위하여 기도하는 오늘 우리는 복음 말씀으로 부활하신 주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시기 전에, 그들을 당신께 대한 그들의 「첫 열정」이 타오르던 갈릴래아로 부르신 것을 들었다. 우리들도 복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신앙의 첫 시기」, 「소명의 첫 시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영세할 때의 「첫마음」, 사제서품식 때나 서원 때의 「첫 마음」등, 하느님의 사랑에 감격하던 순간을 잊지 말고 때때로 회상해야 한다. 왜나하면 「주님에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과 「그분께 대한 우리의 사랑」이야말로 선교활동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