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당해의 아침이 밝았다. 그동안 우리는 순교의 피밭위에 핀 신앙의 꽃이 열매맺어 더 많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해왔다. 이 청정한 새해 새아침, 그 준비의 망루에서 지휘해 온 찬국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 주교위원회의 위원장, 그리고 정신운동 사목회의 기념행사 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 주교의 당부말씀을 들어본다.
◆외적경축행사 되지않게 - 2백주위원장 윤공희 대주교
2백주년 본해에 들어 서면서, 교회 내외의 관심이 온통 교황님의 방한으로 쏠리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노린바 이기도 하고 또 염려한 바이기도 합니다.
교황방한이 그저 잠시 지나가는 외적 경축 행사로, 그리고 그 후에는 오히려 큰 행사 뒤에 따르는 허탈 감이나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염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황님이 친히 오셔서 우리에게 주실 복음의 메시지가 우리 마음 속에 길이 길이 메아리 치고 우리의 믿음을 굳세게 해주며, 우리의 생활을 변혁시켜 나가는 항구한 결과를 가져 오는 것, 이것이 우리가 교황님을 초청하면서 노린 바입니다.
이러한 교황 방한의 사목적 목표가 달성되게 하려면 이에 맞는 우리의 마음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는 첫째로 기도하면서 교황님을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더 자주 교황님을 생각하고 주님께서 그분에게 맡겨주신 목자의 임무를 다하실 수 있도록 교황님을 위해 더욱 열심히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둘째로 교황님의 목자적 사랑안에 품어진 전세계의 구원과 평화를 자주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평화가 나 자신의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내가 화목하지 못한 이웃이 있다면 무슨 방법 무슨 희생을 해서라도 그와 화해 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셋째 내 주위의 소외된 사람들과 더 가까워 지고 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같이 나누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한마디로 교황님의 목자적 사랑을 나의 것으로 받아 들여야 하겠습니다.
◆정의구현의 기초돼야 - 정신운동위원장 정진석 주교
교황 성하께서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오십니다.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대리자이시요 우리 교회에서 볼 수 있는 으뜸이신 교황께서 우리나라에 오시면 그분으로 말미암아 우리 교회의 제반 사정이 전환점을 맞게 되고 그로써 이 땅에 하느님의 축복이 풍성히 내릴 것입니다. 아무쪼록 교황님께서 무사히 다녀가실 수 있도록 건강하시고 또 세계 정세와 국내 여건이 모두 순조롭도록 우리 모두 정성껏 백일기도를 바칩시다. 금년은 한국 교회가 103위의 성인을 모시게 되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이처럼 많은 성인을 한꺼번에 시성한 예는 역사상 없었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전세계 역사상 기록적인 시성식이 거행된다 함은 하느님의 지극히 파격적인 엄청난 은혜이요, 인류 역사상 되풀이 되기 어려운 대사건입니다.
또한 교황성하께서 교회 역사상 대대로 이어온 선례를 깨고서, 굳이 한국에서 103위 순교 선열들의 시성식을 거행하신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한국 민족을 또 하나의 선민으로 선택하신 징표라고 여겨집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겨레에게 맡기시는 특별한 사명이 무엇인지를 깊이깊이 깨우쳐야 하실 것입니다.
남북한을 합친 우리나라 전체의 복음화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의 복음화의 중추적역꾼으로서의 사명을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 2백주년을 맞이하는 금년이「이 땅에 빛」이 찬란히 밝혀지는 획기적인 해가 되도록, 성직자나 평신도를 망라한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겨레에게 빛과 소금과 누룩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 하느님의 정의가 구현되고 복지 사회가 이루어짐으로써 하느님의나라 건설의 기초가 다져지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런 일은 교황님이 이 땅에 축복을 내리시고 떠나신 다음 더욱 본격적으로 꾸준하고 줄기차게 수행되어야 할 일입니다.
◆내적쇄신에 역점을 - 사목회의위원장 박정일 주교
금년은 한국 천주교회 사상 가장 뜻깊은 해라 여겨집니다. 교회탄생 2백주년이 되는 해이며, 교황님의 내한과 103위 순교선열들이 시성의 영광을 입게 되는 경사스러운 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경사스러운 해를 맞이하기 위하여 5년전부터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 준비에 심혈을 기울인 것만큼 오늘의 기쁨도 큽니다. 더욱이 교황님의 내한과 순교 순교 목자들의 시성은 우리가 마음으로부터 염원하고 기도 해온 것이 성취된 것이므로 그 기쁨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2백주년을 맞이 하면서 바랐던 것이 모두 이루어진 셈입니다. 우리는 이 기쁨을 허락해주신 사랑의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준비해야 할 일과 치루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을 1백60만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합심하여 치루는 과정이 도리어 행사의 성과보다 더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외적으로 화려하고 성대한 것은 재력과 기술에 정비례하는 것이며 자기 과시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외적으로 검소하다 하더라도 화기애애하고 기쁨으로 행사가 치루어진다면 거기에 도리어 종교행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금년내에 치루어야 할 모든 일들이 우리 모두의 사랑의 협력으로 잘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리고 오늘 이 시점에서 애초부터 우리의 2백주년 기념의 참뜻과 목적이 한국교회의 내적 쇄신과 3백년 대를 향한 새로운 출범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깊이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만일 우리의 2백주년 기념 행사가 외적으로 화려하고 성대하게 치루어진다 하더라도 소기의 목적인 내실이 없이 끝난다면 남는 것은 오로지 재력낭비와 피로, 화려한 추억뿐일 것입니다. 한국 교회를 위해서 은총의 해인 새해를 기쁨으로 맞이합시다.
◆3백주년의 기틀로 - 기념행사위원장 경갑룡 주교
우리는 대망의 84년에 들어섰습니다. 이해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이승훈이 이나라 사람으로서는 최초로 1784년 영세 입교하여 그의 영명이 가르키는데로 이땅 교회의주춧돌이 된지 만 2백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한국교회는 역사적인 이 2백주년을 뜻있게 기리기위해 몇해전부터 준비를 해왔습니다. 이땅의 신앙선조들의 믿음을 거울삼아 우리의 믿음을 반성해 보았으며 저분들의 뜨거운 사랑이 과연 오늘에 사는 후예들인 우리 맥박속에 흐르고 있는지를 가늠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내적인 준비와 함께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갖가지 외적인 행사도 기획하고 진행시켜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2백주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선조들의 공덕과 우리의 마음을 어여삐 보시어 이해에 더할 나위없는 큰 은혜를 이땅에 내려주셨습니다. 그것은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교황님의 방한과 한국 순교목자 103위의 시성입니다.
그리고 그 시성식이 가톨릭교회의 오랜 전통을 깨고 로마가 아닌 한국에서 거행되는 파격적인 배려입니다. 이런 모든 은혜와 배려가 누구를 위해 베풀어지는 것입니까? 교황님께서 이땅에 우리를 방문하심은 전적으로 사목적인 뜻이 있습니다. 즉 양인 우리를 돌보시고 격려하시기 위해 머나먼 길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오시는 것입니다.
103위 목자들의 시성은 목자 자신들을 위함이 아닙니다. 바로 그분들의 후예들인 우리를 자극하여 그분들의 얼과 삶을 본받게 하기 위한 하느님의 설리 입니다. 우리들 보는앞에서 그분들의 삶과 정신을 현양 함으로써 이 시대에 사는 우리가 좀 더 믿음의 사랑, 좀더 진리를 위해 용기 있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 입니다. 이해는 다른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를 위한 해입니다. 따라서 우리모두는 이 2백주년을 마음과 몸으로 동참하여 선교 3백주년의 기틀을 잡아주어야겠습니다.
◆시복위한 노력필요 - 기념사업위원장 김남수 주교
우리가 바라고 바라던 103위 한국순교 목자들의 諡聖이 결정되었고 오는5월 한국을 방문하시는 교황님에 의하여 한국땅에서 화려한 시성식이 거행될 것입니다.
1976년 처음으로 시성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시성보다 시복을 먼저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었습니다.
103위 순교목자들의 부모와 조부모에 해당되는 초기 50년간의 선열들은 목자위에도 오르시지 못하였는데 그 자손들의 시성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2백주년에 시복식을 가지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103위 목자들의 시성을 추진하기로 되었습니다.
이제 그 시성이 확정되었으니 초기자들과증거자들의 시복을 추진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벽, 이승훈, 권철신, 권일신, 정약종 등 창립 선조들과 주문모 신부님을 비롯한 초기 순교자들의 역사 자료를 수집 정리하여 연구함으로써 시복을 추진해야 하겠습니다.
2백주년 교황님의 방한, 103위 목자들의 시성 등 화려한 축제에 들떠있는 우리의 심정을 새로운 시복운동으로 차분히 가라앉혀야 하겠습니다.
103위 순교 목자들이 시성의 영광을 받으시게 되었으므로 그 분들의 부모와 조부모들의 시복을 그분들이 도와주실 것이 분명합니다.
한국천주교회의 창립자들과 초기 순교자들이 두번의 시복 과정을 안타까와하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그분들의 시복을 위하여 더욱 열심히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103위 순교목자들의 시성을 준비하면서 보여주었던 그 열심히 계속될 수만 있다면 일반적으로 4~50년 걸리는 시복절차도 좀더 단축되리라 믿어집니다.
함께 그 분들의 시복을 위해 한 마음과 한 열망으로 기도 해야겠습니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